커버스토리 제 781호 (2010년 11월)

[2011 한국·세계경제 대전망] 경제성장률 4% 안팎…선진국 도약 ‘갈림길’

한국 경제 개관

2010년 한국 경제는 강했다. 투자·소비·수출 등 각종 실물경제 지표들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더욱이 한국 경제의 기둥인 수출은 전년 대비 약 25% 늘어나며 승승장구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세계 일류 기업들을 따돌리며 맹활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201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6.1%다. G20 중 중국(10.5%)·인도(9.7%)·터키(7.8%) 등에 이어 7번째다.

그러면 2011년은 어떨까. 2010년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2010년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세계 경기 침체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각종 지표가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11년은 불투명성이 걷히는 시기다. 수출·환율·원자재·부동산·소비 등 국내외 변수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많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수출·투자·소비 등이 감소하면서 2011년 성장률이 4% 안팎에 그칠 것”이라며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는 수출이다. 수출의 부진은 곧 한국 경제의 후퇴를 의미한다. 2010년 수출 총액은 4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수출 순위에서 지난해(12위)보다 4단계 상승한 8위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에 대한 정보기술(IT)·자동차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권영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010년 4분기부터 수출 신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권 실장은 우선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스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도 생각보다 더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수출을 이끌었던 IT의 부진이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은 2010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액정표시장치(LCD)도 공급과잉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은 지금의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진우 NHN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1130~1140원에서 아래위로 50~60원 오르내리다가 원위치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국내 경기를 좌우하는 소비는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설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소비증가율은 2010년 전망치인 4.2%보다 낮은 3.7% 정도”라고 밝혔다. 2010년 5월부터 내구재 소비의 증가율이 줄어들어 7월 전월 대비 마이너스 5.2%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010년 7월 112에서 9월 109로 낮아지는 추세다. 설 연구위원은 “2010년의 경기 회복이 향후 고용 개선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소비 둔화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불씨 여전

서민들의 관심사인 소비자물가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 요인이 하락 요인보다 많다”며 “내년 물가는 3%대 후반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하락 요인을 살펴보면, 먼저 세계경제가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심상치 않은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물가 상승 압력 중 하나다.

물가는 금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준금리와 물가상승률 간 차이가 벌어지면 이를 좁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며 “덩달아 시중금리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외국인 투자 자금의 추가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원화 가치를 절상시켜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은 힘들 것이라는 게 조 선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도 심각하다. 국내 가계 부채는 2000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주택 가격 상승으로 급증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7년 동안 가계 부채는 780.4% 증가했다. 2010년 6월 현재 가계 부채 규모는 937조 원. 더욱이 금융자산 대비 가계 부채 수준이 높아 채무 부담 능력이 취약하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 가격 조정으로 가계 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가능성이 많다”며 “정부가 급격한 디레버레징이 없도록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유도 등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실업률은 2010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실업률은 연간 3.5~3.6%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 실업률은 고용 사정이 개선되면서 3% 중반에서 안정돼 있었다.

그러나 2010년 하반기의 고용 회복은 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일시적 반등 효과에 기인했다는 지적이다. 2011년에는 신흥국 경기 회복의 속도가 느려지는 데다 수출 증가율도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게 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OECD가 발표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2009년 12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한 뒤 4~8개월 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고용 사정은 그로부터 6개월 정도 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고용 사정이 쉽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업률 3% 중반 전망

2010년 설비 투자는 호조였다. 전년 대비 약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로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2010년 기업 투자가 급증한 배경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금융 위기 여파로 투자가 부진했던 2009년의 기술적 반등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글로벌 경기가 다소 개선된 데다 IT 업종의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셋째, 노후화된 생산 설비의 교체 투자가 꾸준했다. 임 팀장은 “반면 2011년에는 투자 활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투자 증가율이 10% 이내로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임 팀장은 또한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가 불투명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기가 힘들 것”이라며 “수출 증가율 둔화가 투자 확대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한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2010년에 비해 하향세를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더욱이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2010년까지 재정 적자가 급증했다. 2010년 국가 부채는 407조 원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초로 400조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재정 적자는 오는 2013년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외화보유액을 충분히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높여 외풍을 이길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2011년이 한국 경제의 힘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고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진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0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자동차·반도체·LCD 등의 수출도 경쟁 국가들의 견제와 공급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리드하는 국가만이 살아남는 현실이 오늘의 지구촌이다.

주원 연구위원은 “2011년은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비상하거나 영원히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느냐의 운명을 좌우하는 갈림길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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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11-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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