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01호 (2017년 01월)

스타트업 5사의 글로벌 도전기…"성공 조건이 뭐라고?"

[커버스토리 ‘희망 회복 2017’ 프로젝트③ = 대한민국 스타트업]
경영진 5인의 가상 좌담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제1 조건은 무엇일까. 창업자의 자질? 투자금 등의 자본 규모? 수익 모델 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불황의 한국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벽과 실패의 두려움 앞에 해외 진출을 망설이기 마련이다. 글로벌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진출해 소기의 성과를 이룬 스타트업 5사의 글로벌 도전기를 들어봤다.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와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정연빈 스마트스터디 미국법인 대표, 천진태 오드엠 일본법인 대표,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까지 해외 경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5명이다. 단 현지 경영으로 지상 좌담이 어려워 공통 질의에 따른 각 회사별 경영진 답변을 토대로 가상의 좌담 형식을 빌렸다.


Q. ‘국내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모두가 글로벌 진출을 말합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가요.

▷정연빈 스마트스터디 미국법인 대표 “한국은 소비 시장이 큰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에요. 인터넷과 모바일 산업이 성장하면서 해외 진출의 관문이 많이 낮아지기도 했고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앱 마켓을 통해, 오프라인 상품은 오픈마켓을 통해 손쉽게 직접 판매하거나 서비스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더 이상 현지의 유통망이나 배급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거죠.”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 “교육기술(에듀테크)에 대한 세계적 투자 흐름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어요.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 우리가 추월당한 지 오래예요. 최근 세계에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활황을 누리고 있다면 한국은 뒷걸음질하고 있는 상황이죠. 아이포트폴리오가 국내시장을 목표로 시작했다면 아마 지금쯤 문을 닫았을 거라고 봐요.” 

Q. 글로벌 스타트업으로의 첫 시작은 어땠나요. 해당 국가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군요.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다락방 신세였어요(웃음). 모바일 앱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우리만의 돌파구가 필요했죠. 마음 맞는 사람 넷이 모여 지인의 다락방 한쪽에서 사업을 구상했어요. 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인도 시장을 목표로 잡았어요.

인도의 스마트폰 이용자 90% 이상이 휴대전화 요금을 선불로 내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데이터 사용량을 점검하는데 통신료와 데이터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이 인도에 하나도 없었거든요.”

▷천진태 오드엠 일본법인 대표 “그런 점에서 진출 국가의 시장 전망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오드엠은 국내에서 일정 사용자를 확보한 후 첫 해외 진출국으로 모바일 광고 비즈니스 규모가 세계 3위에 달하는 일본을 선택했어요.

나라별 사용자 특성을 보니 일본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들이 굉장히 꼼꼼하게 리뷰를 작성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활용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는 강점이 있더라고요.” 
  


Q. 그곳에서 어떠한 성과를 올렸나요. 수치로 말씀해 주세요.


▷이철원 “인도에 서비스를 출시한 지 2년 만에 3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어요. 이 나라 1억2000만 인구 중 1억 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우리는 2012년 4명으로 출발했는데 현재 600명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어요. 중국 상하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만·홍콩·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해외 사업을 확장 중이죠. 직원들의 국적만 봐도 14개 국가에 달해요. 누적 투자금은 1억6000만 달러(약 1800억원)입니다.”

▷천진태 “다른 서비스에 비하면 오드엠 재팬은 2016년 7월에야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아직 성공을 평가하긴 이른 단계예요. 다만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에서 입소문만으로 5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은 유의미한 성과라고 봐요. 올해부터 본격 수익 창출에 나설 계획이고요.”

Q. 해외로 진출할 때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었나요.

▷하형석 “언어의 장벽이 제일 컸어요. 한국에서 시작한 서비스여서 모든 문서들이 한글로 돼 있었죠. 진출국의 언어로 번역하고 현지 문화에 맞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이 때문에 앞으로도 국가나 지역별 확장이 아닌 언어(영어권·중국어권·스페인어권 등)를 바탕으로 한 해외 확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성윤 “신뢰도도 문제예요. ‘브랜드’가 없는 중소 스타트업을 믿어줄 파트너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아이포트폴리오는 세계 최고의 영어 교육 브랜드를 가진 옥스퍼드대 출판부를 만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는데요. 신뢰도를 담보하지 못했다면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해외에서의 시장 진입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봅니다.”

▷천진태 “전에 없었던 서비스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죠. 애드픽은 모바일에 특화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으로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상당히 생소한 서비스에 속합니다.

특히 일본처럼 보수 성향이 강한 나라는 인플루언서가 자칫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상품을 표현할까봐 현지 광고주들이 우려를 표하죠.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를 소개해 그들의 경계심을 지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또 다른 장벽은 없었나요. 성과를 내기까지 회사를 힘들게 한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정연빈 “언어의 벽을 넘고 신뢰도를 쌓아도 언젠가는 문화 장벽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가령 ‘핑크퐁’ 시리즈 중에 흑인 아동이 등장하는 부분이 있어요. 곱슬머리, 두꺼운 입술 등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흑인의 특징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는데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았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실수는 그뿐만이 아니에요. 문화권에 따라 같은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국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비스할 때는 문제가 없었던 것도 미국 아이들 중에선 너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죠. 등장 캐릭터의 표정이나 배경·효과음 등이 문화권에 따라 달리 인식된 때문이더라고요.”

Q. 이를 타개할 만한 전략이 있었나요. 성공 노하우를 전해 주세요.

▷정연빈 “문화적 차이, 인식의 차이를 반영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해요. 콘텐츠 기획 시 문화적 차이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하고 이를 잘 아는 내·외부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는 것이 중요하죠. 이 전문가는 해외에서 오래 거주한 경험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 국가의 문화와 인식에 대해 모니터링 역할을 할 수 있죠.”

▷하형석 “현지화 전략은 모두에게 필요해요. 진출국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해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죠. 그러기 위해선 현지 시장의 분위기를 자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현지 법령과 정책을 명확하게 들여다봐야겠죠.”

▷천진태 “네이버 라인의 성공에서 한 수 배워야 해요. 라인은 한국 서비스라기보다 일본 서비스라고 인식될 정도로 해당 국가의 취향과 정서를 반영했어요. 한류에 기대 한국 기업으로 다가가기보다 그 나라의 국민 정서에 맞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Q. 후배 창업자에게 ‘해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요.
  

▷천진태 “일본은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한국에 비해 부족한 편이에요. 외국계 기업은 법인 통장 개설이나 경영 비자 갱신 등의 절차도 매우 까다로운 편이고요.” 

▷정연빈 “미국은 반대예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잘 갖춰져 있죠. 특히 넷플릭스·아마존·유튜브 등의 뉴미디어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콘텐츠에 많이 투자하고 있고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키즈 콘텐츠’예요.

이들 플랫폼 업체는 콘텐츠의 성적을 데이터 지표로 판단하기 때문에 콘텐츠만 좋다면 해외 중소업체에도 더욱 다양한 기회가 생겨날 것으로 보여요.”

▷이철원 “인도도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2016년 9월부터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라이선스 취득 조건의 차이가 사라져 동일한 조건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죠. 인도 사람들이 외국 서비스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현재 인도 상위 앱의 개발사 국적은 인도(3개)와 미국(3개), 중국(3개)과 한국(1개)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죠. 상품과 서비스만 좋다면 국적은 상관없는 시장이란 뜻이에요.”

Q. 한국에선 정부 정책 때문에 쓰러지는 스타트업이 있는데요, 해외에서 꼭 알아야 할 정책이나 법률, 관련 지식이 있나요.  

▷이철원 “인도나 동남아 시장은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한국과 상황이 많이 달라요. 서비스나 기술에서 덜 발달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것에 맞추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죠. 예컨대 저사양 스마트폰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앱 사양을 낮춰야 하고 독과점의 한국과 달리 현지의 복잡한 통신 시장도 잘 파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연빈 “해외에도 법률이나 정책 관련 자문과 지원을 해주는 정부 프로그램과 세미나들이 많아요. 이를 잘 찾아보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정부 주도의 중국 같은 나라가 아닌 곳에서는 정책이나 법률 때문에 어려운 부분은 크게 없을 거예요. 문제는 현지에서 사업 파트너를 찾고 사업을 성장시키는 거죠.”

Q. 해외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 따뜻한 조언을 부탁드려요.

▷하형석 “미미박스는 한국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피칭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했었어요. 창업 1년 후 회사가 수익을 내고 있었을 때도 국내 벤처캐피털은 우리의 아이디어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때 해외 투자자가 기회를 줬어요.

그 믿음을 바탕으로 현재의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확장이 없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해외투자나 성장은 꿈꾸기 어려웠을 거예요.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서비스나 기술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해외 진출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천진태 “맞아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에요. 좋은 기술과 상품을 가진 스타트업은 많지만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단기간 내에 이뤄지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너무 급하게 성공을 기대하기보다 파트너와 장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Q. 네. 앞으로 회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는 해외에서 로열티로 돈을 벌어오고 이를 통해 한국의 영어 교육 서비스를 전면 무료로 해 영어 교육의 보편적 복지를 이루고 싶어요. 제 꿈인 ‘창업으로 교육을 개혁할 수 있는가’에 답하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정연빈 “스마트스터디의 최종 꿈은 ‘디즈니’입니다. 우리가 보유한 인기 지식재산권(IP) ‘핑크퐁’의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활용해 미키와 미니처럼 세계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이철원 “가입자를 1억 명 유치하고 싶다는 목표는 이미 말씀드렸죠? 이들이 모바일 결제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인도의 핀테크(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서비스) 시장과 전자 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될 것 같습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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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1-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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