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opic 제 857호 (2012년 05월 09일)

갑론을박…노선 투쟁 비화 가능성

국유 기업 개혁 논란


중국에서 국유 기업 개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개혁의 총대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멨다. 원 총리는 “은행들이 너무 쉽게 이익을 얻고 있다. 몇몇 대형 은행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 자본이 금융으로 들어와 독점을 깨야 한다. 국유 기업, 특히 국유 은행 임원의 수입도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최근 중국 관영 언론에서 국유 기업을 마녀사냥 하듯 해선 안 된다는 논조의 논평과 칼럼이 잇달아 실리고 있어 원 총리의 행보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인다. 국유 기업의 경제 및 사회 공헌도를 높이 평가하고 국유 기업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국유 기업의 상당수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 상대다.


원자바오 필요성 강조…관영 언론 반대 논조

최근 부패 등 공산당 기율 위반 혐의로 공산당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 자리와 충칭시 당서기직에서 해임된 보시라이(薄熙來)가 내세운 ‘충칭식 발전 모델’의 핵심 중 하나가 국유 기업의 역할 강화라는 점에서 노선 투쟁을 엿볼 수 있는 단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광명일보는 4월 24일 논평에서 “공유제 경제(국유 기업)가 경제력과 국방력 민족 응집력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양극화를 방지하고 사회 공평주의를 지키고 점차적으로 공동 부유를 실현하게 한다”며 “공유제 경제를 흔들림없이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동시에 비공유제 경제(민영기업과 외자기업)를 이끌어야 한다는 (2002년) 16차 당대회의 중요한 결정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유 기업을 퇴출시키지 않으면 민영기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라고 지적한 이 논평은 국유 기업의 경쟁자는 해외 다국적기업으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중국의 민영기업과는 산업 시스템을 구성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환구시보는 4월 25일 ‘국유 기업이 대국 경제의 초석을 깐다’는 제하의 논평을 냈다. 논평은 유럽 기업의 50강 중 절반이 국유 기업이고 한국과 일본이 발전할 때 국유 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점 등을 상기시키며 중국에서 국유 기업을 개혁할 때 절대 국유 기업을 소멸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는 국유 기업의 사유화 바람 탓에 다국적 자본에 필적할 산업 시스템을 잃어버리고 중동이나 아프리카처럼 자원 수출 국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일보는 앞서 4월 초 국무원 국유중점기업감사회 주석인 리샤오난(李曉南)의 ‘반(反)독점은 반(反)국유 기업이 아니다’는 칼럼을 실었다. 그는 “중국의 운영체제(OS)·감광재료·자동차타이어·인터넷 분야에서 외자기업이나 민영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며 “독점 업종의 개혁을 국유 기업 개혁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유 기업을 추악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비판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유 기업 개혁 논란과 함께 최근엔 보시라이 등 신좌파의 몰락을 주도하고 있는 당 총서기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직접 겨냥한 듯한 뉘앙스의 글이 관영 언론에 실렸다 나흘 뒤 인터넷판에서 빠지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베이징일보에 3월 31일 실린 ‘언제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를 당 총서기라고 했나’는 제목의 칼럼이다.
 
중국은 지금 보시라이의 실각으로 올가을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상하이와 태자당(당 간부 자제) 연합 세력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 간의 권력 투쟁설이 나돌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있다. 이런 때일수록 언론이 더욱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는 중국에서 주요 사안에 대해 엇갈린 시각이 표출되는 건 노선 투쟁의 수위가 높다는 걸 방증한다. 국유 기업의 상당수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 상대다. 중국 발전 노선의 향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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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2-05-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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