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opic 제 857호 (2012년 05월 09일)





[일본] 2030세대,‘모럴 해저드’에 빠지다

생활보호제도, 국민적 관심사 급부상

요즘 일본에선 생활보호제도가 핫이슈다. 일부 빈곤층의 관심사였던 생활보호제도가 국민적 관심사로 급부상한 분위기다. 부정 수급과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이 거세다. “가뜩이나 빈곤 가구가 늘어난 판에 받아야 할 사람은 못 받고 모럴 해저드에 빠진 양심 불량자가 쌈짓돈을 채간다”는 반응이다. 심각한 건 모럴 해저드의 확산 추세다. 과거 폭력단의 부정 수급이 문제였다면 이젠 2030세대의 청년 그룹에까지 신청 열기가 전파됐다. 부정 수급까진 아닐지언정 ‘눈먼 돈’ 채가기 경쟁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절대 빈곤자의 몫이다. 근로 능력이 없는 사회 약자다. 이들의 생존권은 붕괴 중이다. 빈곤층의 경악스러운 사건 사고가 이를 대변한다. 생활보호라는 생명줄을 빼앗긴 것은 대부분 빈곤 노인이다. 상대적 빈곤율(15.7%)을 감안한 생활보호 필요 세대 770만 명 중 570만 명이 안전망에서 빠지는데 이 중 절대 다수가 노인 가구다. 빼앗은 건 양심 불량자와 행정기관의 합작 결과다. 안이한 행정 대응이 교묘한 미비 신청을 걸러내지 못해서다.

생활보호 신청을 기다리는 일본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확실히 생활보호 수급자는 증가했다. 209만 명까지 불었다(2012년 1월 속보치). 전월(2011년 199만8975만 명)보다 10만 명 더 늘었다. 최근 20년간 증가 추세는 한층 뚜렷하다(가구 기준 1991년 60만697가구→2011년 144만1767가구). 경기 악화와 소득 감소로 빈곤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2008년의 금융 위기와 2011년의 지진 피해로 빈곤 가계가 급증한 게 컸다. ‘복지 천국’이란 비아냥거림을 산 오사카(大阪)는 시민 18명 중 1명이 수급자다. 불황 탓도 있지만 소득 감소·중지로 빈곤 함정에 곧잘 빠지는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것도 뺄 수 없다.

1층(국민연금) 기초연금만으로 생활이 힘든 고령 빈곤자의 수급 사례 증가다. 생활보호자 중 절반가량이 노인 인구다. 나머지 절반은 현역 가구다. 모자(母子) 가구와 상병·장애인이 여기에 속한다. 보유 재산이 없거나 근로 능력 부재 사례다. 따가운 시선은 주로 청년 수급자에게 꽂힌다. 청년 그룹의 생활보호자 신청·지정 사례가 적지않이 증가해서다. 이유 있는 수급이면 몰라도 그게 아닐 것이라는 혐의와 물증이 대단히 짙어서다. 일할 수 있는 데도 포기하고 수급비만 쳐다보는 경우다.

실제 청년 수급자는 단기·급증했다. 2009년 수급자(121만6840가구)를 상황별로 나눠보자. 각각 고령자(56만4350가구), 모자 가구(9만2090가구), 상병·장애인 가구(41만5560가구)로 나뉜다. 여기에 청년 수급자가 포함될 여지가 많은 기타 가구(14만4840가구)가 더해진다. 이들 기타 가구는 전년(9만2300가구) 대비 5만 가구나 늘었다. 이 중 수급 이유가 불취로(不就勞)인 것(5만1740가구→9만6350가구)이 특히 급증했다. 취업이 안 됐다며 생활보호를 신청한 케이스다. 단기 급증 신청자의 상당 부분은 청년 가구로 알려졌다.



창피한 것보다 당장의 돈이 먼저

인터넷에 ‘나마호(生保)’란 검색어를 입력해 보면 청년 수급자의 모럴 해저드가 확인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활보호 신청 통과를 위한 정보 교환 흔적이 수두룩해서다. 일부는 생활보호 수급을 국민 권리로까지 주장한다. 인식도 꽤 변했다. 생활보호에 대한 낮은 저항감이 그렇다. “생활보호를 받기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자”는 인식에서의 탈피 조류다.

창피한 것보다 당장의 돈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생활보호에 붙는 다양한 특전이 메리트다. 수급 중엔 원칙적으로 ▷의료비 ▷간병비 ▷월세(지역별 상한 존재, 최대 5만3700엔) 등이 무료다. NHK 수신료와 주민세·국민연금까지 면제된다. JR(Japan Railroad) 운임과 광열 수도비 감액 혜택도 있다.

청년 수급자가 도마 위에 오른 건 이들의 노출된 씀씀이 탓이다. 비난받음직한 자금 용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휴대전화 게임비용 등 엔터테인먼트에 수급비 중 상당 금액을 쓰는 2030세대 수급자가 적지 않다. “모든 게 좌절인 가운데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안식 방법”이란 이유에서다. 일부는 하녀(Maid)카페 및 오프모임 참가를 위한 교제·유흥비로 탕진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여기엔 디플레도 한몫했다. 장기간의 물가 하락세로 필수품의 저가 구입이 가능해져서다. 생활보호비만으로 최저 생계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파격 할인 유통업체의 등장 덕분이다. 결국 생활보호비가 여유롭다는 계산이다.

젊은이들 가운데 생활보호자가 크게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게 지속 가능한 사회 실현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세대를 초월하는 ‘생활보호 vs 연금 수급’의 대결 구도다. 연금 수령보다 생활보호가 낫다는 인식 팽배다. 힘들게 보험료를 내고 푼돈을 받기보다 생활보호에 기대 평생을 넉넉히 살겠다는 식이다. 가령 만액(滿額) 조건인 40년을 성실히 내도 국민연금은 월 6만6000엔 수령이 전부다. 도쿄는 표준 3인 가족은 월 17만5170엔, 2인 가족은 12만1940엔을 받는다(생활부조). 기타 부조까지 합하면 더 높다. 연금·의료보험료도 내지 않는 수급자가 평생 보험료를 낸 것보다 2배나 수입이 많다는 게 갈등 근거다.

2층(후생·공제연금)을 받는 샐러리맨이면 몰라도 1층뿐인 가입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화살은 행정을 향한다. 청년 수급자의 모럴 해저드를 포함한 아연실색의 부정 수급 방조자로 행정을 지목한 셈이다. 턱도 없는 부정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한 여성 점술사는 호화 저택에 사는 거액 예금자였지만 속이고 지정됐는데, TV 출연을 본 담당 공무원이 뒤늦게 적발해 시정했다. 비영리단체(NPO) 한 곳은 주택 보조비를 착복했다. 무료 의료로 처방받은 향정신성 약품을 내다 판 수급자도 있다. 청년 수급자 중엔 서류 이혼 후 동거하며 수급비를 받는 경우도 많다. 아쉽게도 이는 ‘빙산의 일각’이란 게 중론이다.

일부 지역에선 ‘수급비=도박 자금’이 상식이다. 2012년 연초엔 생활보호 부정 수급과 관련해 파문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부정 수급은 위험수위에 달했다. 열도 전체에서 1만9700건이 적발됐다(2009년). 톱은 재정 파탄 위기의 오사카(2012건)다. 정부는 심상치 않은 여론 내용에 좌불안석이다. 정부로선 빈곤 수요를 감안할 때 줄일 수도 없어 한층 난처하다. 복지 우선의 민주당 정권으로선 면목 없는 최악 사건에 죽을 맛이다. 일단 구멍 차단에 나섰다. 제대로 된 실태 조사로 최저 안전망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조치했다.



턱도 없는 부정사례 수없이 많이

가정방문·자산조사·부양가족·취로상황 등의 면밀한 상황 조사와 현장 방문의 필요 증가다. 수입 파악으로 부정 수급의 원천 차단도 기대한다. 청년 수급자와 관련해선 근로 의욕을 고취한다는 차원에서 묘안을 고민 중이다. 수급자의 근로소득 중 일부 금액을 적립한 후 생활보호에서 벗어날 때 이를 본인에게 되돌려 주는 ‘취업수입적립제도(가칭)’가 대표적이다. 수입 증가분 만큼 수급비가 줄어드는 현행 제도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결국엔 사회보험제도의 전반적인 개선 압력과 맥이 닿는다. “국민연금이 생활보호보다 열악하다는 건 문제”이기에 무연금화 방어 차원에서도 조정이 필요해서다.

한편 생활보호는 수입이 최저생계비 기준(후생성) 미달일 때 차액을 보호비로 지급하는 제도다. 수입은 근로소득·연금·가족용돈 등이 포함된다. 최저생활비는 지역·가구 구성마다 다르다. 재산·저축이 있으면 수급이 불가능하다. 사치품을 사는 건 금지된다. 사치품은 자동차·에어컨 등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수급을 받자면 자동차도 팔아야 한다. 지정 기준은 크게 4가지다. ▷재산 유무 ▷가족 부양자 존재 여부 ▷수입 금액 ▷실업 여부 등이다. 국가가 나서기 전 자구책으로 모든 걸 다해본 뒤에도 살기 힘들 때 행정에 노크하라는 의미의 기준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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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2-05-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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