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142호 (2017년 10월 18일)

버려진 커피 캡슐, 드레스로 부활하다

[글로벌 현장]
유럽 패션위크에 등장한 ‘업사이클링 패션’, 참가 기업과 디자이너 갈수록 늘어


(사진) 덴마크에서 매년 열리는 패션 서밋에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 기자] 환경보호와 자원 재활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최근 ‘지속 가능한(sustainable) 패션’을 주제로 한 연례행사를 개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에 참여하는 의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어 때론 지나치게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업사이클링(새활용) 소재 패션이 실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 주목받는 유럽 

‘제4회 지속 가능한 패션위크’가 네덜란드에서 10월 6~15일 열려 업계 관계자들과 패션 피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패션위크는 지속 가능한 패션쇼와 트렌드 쇼를 개최하는 박람회 전문 기업 소울살롱의 기획 아래 시작됐다.

올해 행사에는 약 400개의 네덜란드 브랜드와 상점들이 참여해 착한 패션을 위한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내놓았다. 이번 해의 테마는 ‘순환 경제’였다.

패션위크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만 매년 2억3500만kg의 섬유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전에 비해 60%나 많은 옷을 구입하지만 실제 착용하는 것은 절반 정도다. 또한 의류 수거함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옷 가운데 단 0.1%만이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지속 가능한 패션위크는 바로 이런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순환 패션의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네덜란드 전역에서 패션쇼와 강연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올해 행사의 오프닝 쇼는 ‘쓰레기를 말하다’였다. 한스 우빙크, 유디스 반 플리트, 헬렌 반 레이스 등 네덜란드의 유명 디자이너 6명이 참여한 이번 쇼에서는 커피 캡슐, 탐폰, 페트병, 정원 쓰레기, 병원 유니폼 등 다양한 생활 속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패션들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한스 우빙크 디자이너는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의 요청으로 버려진 커피 캡슐을 활용한 드레스를 제작해 올해 5월 세계 재활용의 날에 맞춰 이를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이번 패션위크를 통해 봄에 발표한 것과 함께 더욱 다양한 라인의 커피컵 이브닝드레스를 선보였다.

현지 신문에 따르면 네스프레소는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네덜란드인들에게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알루미늄 캡슐이 무한 재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커피 캡슐에 두 번째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우빙크 디자이너에게 재활용 방안을 의뢰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지속 가능한 패션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우빙크 디자이너가 이를 수락,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는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 하단부에 커피 캡슐을 촘촘하게 붙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느낌의 의상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이 재활용 드레스는 여전히 가치 있는 원재료의 순환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자신만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신예 여성 디자이너 유디스 반 플리트는 잔여 탐폰을 활용한 드레스를 선보였다. 그는 평소 의류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소재들을 기존 의상에 접목하는 작업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과거 컬렉션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인 그는 제3회 네덜란드 지속 가능한 패션위크에서도 ‘원재료’를 주제로 한 의상들을 공개했었다.



(사진) 업사이클링을 통해 탄생한 옷을 입은 모델.

◆패션업계의 뉴 트렌드 ‘순환’

올해에는 미사용 탐폰 350여 개를 드레스 상의에 손으로 부착하고 스커트 쪽은 중고 청바지를 이용해 주머니까지 고스란히 살린 독특한 형태의 옷을 제작했다.

그는 과거 네덜란드 섬유공업의 중심지였던 동부 도시 엔스헤데에서 재활용 원사로 의류를 생산하는 한 공장(Enschede Textielstad)과의 협업을 통해 이 드레스를 완성했다.

이 공장은 대량생산 대신 소규모 주문 제작 방식을 고수하면서 지속 가능한 직물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패션위크를 통해 공개된 탐폰 드레스가 플리트 디자이너와의 공식적인 첫 협업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니크 콜리뇽 디자이너는 재활용된 페트병을 의류로 제작했다. 옷 한 벌에 페트병 15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폐기물 입기(Waste2Wear)’ 프로젝트를 통해 플라스틱 병을 친환경 직물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 왔고 매년 패션위크에 참여하면서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편 덴마크에서는 매년 5월 코펜하겐 패션 서밋이 열린다. 이 행사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서밋으로 손꼽히고 있다.

코펜하겐 패션 서밋에는 매년 패션업계 최고경영자, 디자이너, 구매 담당자, 비정부기구, 학계 전문가 등 패션 산업의 실제 참여자와 의사 결정자들이 모인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글로벌 패션 어젠다’도 정해 전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소비자들을 참여시킬 방법도 찾는다.

올해 서밋은 패션업계의 최신 트렌드인 ‘순환’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의 큰 성과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손잡고 패션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했다는 데 있다.

코펜하겐 패션 서밋은 이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사례들을 발전시키고 기업들에 착한 패션에 대한 실질적인 권고안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서밋에서는 매크로 관점, 순환 디자인, 투명한 공급망, 지속 가능한 소비 등 총 4가지 테마를 다뤘고 실질적인 행동 강령을 통해 2020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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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10-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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