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96호 (2013년 05월)





키스 라인하드 DDB 월드와이드 회장 “창의적 발상을 이끌어내는 법”

Meet the guru

지난 3월 28일 ‘세계 광고계의 구루’로 불리는 키스 라인하드 DDB 월드와이드 회장이 내한해 강연을 가졌다. ‘다양한 미디어와 창조적 아이디어 접근’이란 강연 주제로 그는 기존의 관습과 규칙들이 창의적 발상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강조했다.

그리고 삶을 향상시키는 혁신을 원한다면 ‘만약에(what if)’ 라는 구상을 끊임없이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 강연이 끝난 후 이어진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가 원하는 능력, 창의성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예정 시간을 훨씬 넘긴 긴 인터뷰 동안 그의 창의적 발상과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다.


강연에서 창의적 광고를 소개했는데, 유머나 스토리텔링 등 감정에 호소하는 광고들에 시청자가 이미 익숙해졌다면 더 이상 창의적, 혁신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스토리를 말하는 광고는 무궁무진하게 창의적일 수 있다. 스토리 자체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접근이라면 매우 창의적이라고 본다. 폭스바겐 런던의 광고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이야기다. 딸이 아기 때부터 품을 떠나는 순간까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그려냈다. 하지만 감동적인 음악과 딸 성장 과정의 순간순간을 그려낸 장면은 시청자로부터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낸다. 이런 경우는 스토리가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 표현 방법이 창의적인 것이다.”


여러 요소를 새롭게 융합하는 것이 창의성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창의성은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를 여러 콘셉트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조합 과정이다. 스웨덴의 지하철역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칠해놓고 소리 나게 한 사례를 예로 들겠다. 건반과 계단 각각 세상에 있던 것이지만 이를 결합시킨 창의적 사고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큰 재미를 줬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란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언제든 무한한 조합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창의적 발상 중 대중에게 소구되는 것이 있는 반면, 사장되는 것들도 많다. 그 기준이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창의적 발상 중에 어느 것이 투자수익률(ROI)이 높은가의 문제일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대중의 반향을 얻으려면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연관성, 독창성, 그리고 미디어 임팩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 아이디어는 성공할 수 없다. 하나씩 살펴보자. 아무리 새롭고 신기한 것이라도 나와 큰 연관이 없는 아이디어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사람들이 늘 관심이 있는 것이지만 아이디어에 뭔가 독특하고 유니크한 독창성이 없다면 지루할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적절한 순간, 지속적인 노출로 감정적인 임팩트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아이디어는 언제나 성공한다. 한 가지 요소를 달성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이뤄내기는 정말 어렵다. 높은 ROI를 거두는 창의적인 발상은 언제나 이 세 가지를 충족한다.”


광고업계에서 핫(hot)하게 떠오르고 있는 뉴 트렌드는 무엇인가.

“업계에서는 빅 데이터(big data: 생성 양·주기·형식 등이 방대한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어디 가서 뭘 하는지, 어떤 브랜드를 이용하는지 실시간으로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 정보에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경향이 있다. 빅 데이터를 통한 마케팅 접근은 현재 갈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빅 데이터로 추출되는 팩트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한 마케팅이 더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계의 전설로 불리는 빌 번바크(bill bernbark)는 ‘광고는 과학이라는 생각을 믿어서는 안 된다. 과학보다는 예술이다’라고 1950년대에 이런 상황에 대해 경고한 적이 있다.”


사례를 든다면.

“뉴질랜드의 맥주 스테인라거는 거대 브랜드인 하이네켄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케팅 예산에 있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골리앗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스테인라거는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웠다. 스테인라거가 후원하는 럭비팀 올블랙스(All Blacks)가 1987년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때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당시 이용했던 흰색 캔을 부활시켰다.

그리고 ‘믿습니다(Believe)’라는 광고문구로 과거처럼 월드컵 우승을 기원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많은 뉴질랜드인이 스테인라거의 흰 캔을 기억하고 월드컵 우승을 바라는 염원이 맞아 이 캠페인은 대대적으로 성공, 매출을 크게 늘렸다. 적은 예산이었지만 아이디어로 성공한 좋은 사례다.”


라인하드 회장은 창의성이 요구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주위의 모든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창의적 발상에는 4단계가 있다. 백지에 아이디어로 채워가는 과정은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4단계에 익숙해진다면 누구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첫째, 정보를 모은다.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에 눈과 마음을 열어놔야 한다. 누군가는 ‘머릿속을 씨앗으로 채워라’라고 말했다. 정보의 씨앗을 심어 놓으면 어느 순간 새싹이 튀어 나온다. 그리고 두 번째 요소의 새로운 결합 방법을 찾는다. 어떤 것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반대로 생각해보고, 처음부터 생각해보는 등 궁리를 해야 한다.”


첫 번째, 두 번째 단계는 어느 정도 누구나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가.

“세 번째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디어를 궁리하다 지치는 순간이 오면 내버려둔다. 잠시 물러나 있는 것이다.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 ‘셜록 홈즈’를 보면 탐정 홈즈의 조력자인 왓슨은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할 때 홈즈는 영화나 보러 가자고 제안한다.
 
왓슨은 지금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이지 여유 있게 영화를 볼 때가 아니라는 주장한다. 하지만 홈즈는 영화를 보며 문제에서 한 발 물러나 있을 때 영감을 얻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곤 한다. 마지막 단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바보처럼 보여도 괜찮다. 독창적일수록 사람들은 처음에 바보 같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는 개인이 만든다. 하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탈바꿈해 개선시키려면 사람들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에는 2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2달이 걸릴 수도 있다. 시간과 상관없이 이와 같은 4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강연에서 싸이, 한국맥도날드의 빅맥송 등을 언급했다. 한국의 대중문화나 제품에서 창의적이라고 느낀 것이 있다면.

“지난해 칸국제광고제에 한국 걸 그룹 투애니원(2NE1)이 왔었다. 이들은 무대에 올라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역시 세계적으로 큰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들을 창의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데는 특별한 뭔가를 갖고 있다. 제품 중에서는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배경에는 많은 혁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오리지널리티나 획기적인 창의적 발상에는 좀 약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어떻게 보는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세종대왕은 읽고 쓰기 편리한 한글을 만들었는데 이는 아주 혁신적이고 창의적이었다. 사실 한국 문화를 깊이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미국에서 한인이 나의 사무실 인테리어를 해줬는데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이었다. 한국인이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레인하드 회장은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보수적 성향과 집단주의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한국과 같은 동양문화에서는 집단을 중요시하고 그에 벗어난 행동이나 사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배경은 남이 안 하는 것,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려는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에 큰 장애물이 되는 것 같다.

“(잠시 생각한 후) 사회가 집단적 성향을 보일 때 아주 독특한 창의성이 발휘될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행사는 집단주의 사회의 창의성을 잘 보여줬다. 2008명 댄서의 군무는 매우 창의적이었다. 집단주의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시도였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전형적인 개인주의를 잘 반영한 공연이었는데, 베이징 올림픽이 훨씬 창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에게 창의성과 관련해 조언을 한다면.

“다른 이가 하는 것을 흉내 내는 것은 최초로 시도한 사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미국 문화를 모방해서 한국식으로 만든다면 2인자에 불과할 뿐이다. 반대로 미국인이 한국 전통문화를 흉내 내려 해도 한국인보다 더 잘할 수 없다. 자기의 문화와 전통 내에서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게 더 파괴력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오늘 서울시청에 가봤는데 구청사와 신청사가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신청사의 수직 정원도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이었다. 벽 자체를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벽과 정원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 창의성이다.”


아이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키울까.

“교육의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다. 18세기 교육방법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스타일이다. 21세기의 아이들은 모든 이슈에 관여하고 참여해서 배움을 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모든 아이들을 같은 방법으로 교육할 게 아니라 남과 달라도 괜찮다고 알려줘야 된다. 사회구성원의 일부가 될 필요가 없다.

기존 패턴을 깨도 좋다. 이제 새로운 기술이 도래해 아이패드로 교육하고 수많은 교육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고 있어 아이 각자에게 딱 맞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 딸은 유치원 교사다. 그 유치원은 아주 혁신적이고 진보적이다. 그림 수업에서 아이들은 각자 다른 앱을 이용해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린다.

따라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그려도 그림은 천차만별로 나온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기 자신 자체를 잘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용기를 줘야 창의성이 발현된다. 교육 시스템이 바뀌는 데는 안타깝지만 시간이 많이 요구될 것이다. 과거의 생각들을 미래에 담지 말라고 교육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 ‘셜록 홈즈’를 보면 탐정 홈즈의 조력자인 왓슨은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할 때 홈즈는 영화나 보러 가자고 제안한다. 왓슨은 지금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이지 여유 있게 영화를 볼 때가 아니라는 주장한다. 하지만 홈즈는 영화를 보며 문제에서 한 발 물러나 있을 때 영감을 얻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곤 한다.”


키스 라인하드 DDB 월드와이드 회장은 누구?

키스 라인하드 회장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그중 ‘이 시대의 마지막 미치광이(The last mad man)’는 라인하드 회장이 얼마나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어왔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DDB 월드와이드는 칸국제광고제에서 역대 최다 대상을 수상한 광고회사다. 라인하드는 맥도날드, 폭스바겐, 펩시, 스테이트팜, 버드와이저 등 수많은 캠페인으로 국제 광고제를 휩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세계 최대 광고 및 마케팅 서비스 지주회사 옴니콤(Omnicom) 설립자 중 한 명이고 미국인 최초의 칸국제광고제 심사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미국 광고에이전시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Advertising agencies) 회장을 역임하고 ‘광고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광고인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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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3-05-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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