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business 제 969호 (2014년 06월)





[문화심리학으로 풀어보는 삼국지] 제갈량의 생선구이 들어보셨나요?

영웅들이 즐기던 음식들…밥상을 같이하는 것은 소통과 공감의 행위


같은 물을 마셔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다’고 했다. 같은 음식을 누가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밥을 먹는가가 아닐까. 같은 요리도 친한 사람과 같이 먹으면 훨씬 맛이 좋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식사할 때 뇌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옥시토신 수치가 높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줄고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소리다. 재미있는 것은 친한 사람과 같이 밥을 먹으면 옥시토신 분비가 평상시에 비해 훨씬 왕성해진다는 것이다.

식사에 초대 받아 겸상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친교의 장으로 딱 좋다. 심리학적으로 밥상을 같이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소통과 공감을 통한 친밀감이 생긴다. 정서적인 일체감이 형성된다. 얼큰하게 취흥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되고 ‘식구(食口)’가 된다. 우리 사회의 접대 문화, 회식 문화의 근거이기도 하다.


이태백이 즐겨 먹던 ‘한림계’
나관중의 ‘삼국지’는 그랜드 스케일의 전쟁소설이다. 세부적인 심리묘사나 디테일한 문학적 장치는 별로 없다. 전투 장면을 빼면 온통 먹고 마시는 이야기지만 나관중은 음식 재료나 요리에는 근본적으로 관심이 없다. 부족한 측면의 보충은 순전히 독자들의 몫이다. 전체 스토리를 읽어 나가면서 각자 알아서 이해해야 한다.

‘삼국지’ 초반부에 유비가 항구에서 죽치고 앉아 낙양산 차(茶)를 싣고 오는 배를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노모를 위해 귀한 차를 사다가 봉양하려는 유비의 효성이 부각된다. 그게 다다. 유비가 사려던 차가 어떤 종류의 차인지, 노모가 차를 어떻게 마시는지 묘사는 없다. 조조와 유비가 마주 앉아 천하의 영웅에 대해 논할 때 마시는 술도 그냥 매실주라는 언급이 전부다.
그러나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나온 지 20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원말명초에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가 나온 이후 50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인들은 그들이 사랑해 온 소설과 소설 속의 등장인물을 소재로 갖가지 요리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삼국지’ 최고의 미인 초선 이야기부터 해보자. 초선은 미인계를 사용해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하고 결국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죽이게 한다. 이러한 계략을 풍자해 만들어진 요리가 ‘초선두부(貂蟬豆腐)’다. 한국 모 지방의 추어탕 조리법과 비슷하다. 끓는 물에 찬 두부와 미꾸라지를 같이 넣는다. 뜨거움을 참지 못한 미꾸라지가 찬 두부 속을 파고들지만 결국에는 두부와 함께 삶겨 죽는다. 물론 미꾸라지는 동탁이고 두부는 초선을 상징한다.

유비가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과 혼인하기 위해 오나라에 온다. 오나라 손권은 유비에게 ‘개자리나물볶음’을 권한다. 평소 기름진 산해진미에 질린 손권이 궁중 요리사를 시켜 만든 담백한 나물 요리가 개자리나물볶음이다. 

조조는 특별히 통닭을 좋아했다. 조조가 북방을 통일한 후 오나라를 치기 위해 남진하던 중 안휘성 합비에 이르렀다. 기진맥진한 조조에게 진중 요리사가 토종닭에 각종 한약재를 배합해 만든 통닭 요리를 올린다. 이를 ‘조조의 통닭(曹操鷄)’이라고 부른다. 양수의 계륵 고사가 생긴 것도 조조가 닭다리를 뜯다가 생긴 일이니 조조가 통닭을 즐기긴 했나 보다.

닭 요리로는 이태백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유비의 근거지인 옛 촉나라 땅을 여행하다가 ‘촉도난(蜀道難)’이란 시를 남긴다.

“촉나라로 가는 길이 험하기도 하구나.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힘들어라(蜀道之難, 難於上靑天).”

그가 좋아한 닭 요리는 ‘한림계(翰林鷄)’라고 하는데 지금도 호북성에 이 요리가 전해온다. 조조는 전복(鮑魚)도 좋아했다. 조조 사후 제사를 지낼 때 그가 생전에 유달리 아꼈던 3남 조식이 이렇게 회고했다.

“아버지! 무척이나 즐기던 전복이오니 흠향하소서!”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도 전복을 즐겼다. 소동파가 조조와 주유가 치열하게 접전했던 적벽대전의 배경이 됐던 황주 지역에 간 적이 있다. 그는 황학루에 올라 전복을 안주 삼아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했다.

“우리 인생은 짧고 장강은 끝없이 흘러가는구나”, “(조조와 주유 등) 일세의 영웅들 지금은 다 어디에 있는가(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이 시가 유명한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다.


통닭·전복 좋아한 조조
제갈량과 관련 있는 요리도 많다. 아마 ‘공명의 만두(孔明饅頭)’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공명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갈 때 강을 건너려고 하니 남만 사람들이 간청했다.

“그냥 지나가면 강의 신이 진노하니 부디 사람의 머리를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내 주시옵소서!”

공명은 인신 공양을 일축했다. 그 대신 밀가루 반죽에 돼지고기를 짓이겨 넣어 사람의 머리 형상을 만들어 제물로 썼다. 만두 요리의 전설은 이렇게 탄생했다.

유비의 삼고초려가 있기 전에 제갈량은 호북성 양양 외곽의 융중이라는 곳에 은거하고 있었다. 강태공처럼 세월을 낚으며 소일하던 당시 공명이 즐겨 먹던 요리가 ‘공명의 나물(孔明菜)’이요, ‘제갈량의 생선구이’다. 나중에 유비를 모시며 승상의 자리에 오른 공명이 궁중 요리사에게 요리법을 일러줘 유비에게도 대접했다고 한다. 

사족. 조선의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먹는다는 것은 사람에게 큰일이다. 하루도 먹지 않을 수 없고 하루도 구차하게 먹을 수 없다. 먹지 않으면 목숨을 해치고 구차하게 먹으면 의를 해친다.”

아마도 관중이 말한 “사람이 먹는 문제가 해결돼야 예절도 안다(衣食足而知禮節)”는 말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영장류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침팬지는 사냥해 온 고기를 사냥에서의 공헌도에 따라 자기들 나름대로(!) 공평하게 잘 분배해 함께 모여 먹는다고 한다. 하찮은 미물도 이러하거늘 우리 인간도 좀 더 성숙하게 먹을거리를 포함한 자원의 공정 분배에 신경을 좀 더 썼으면 좋겠다. 삼봉의 말처럼 먹는 문제로 구차하게 의를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재벌총수는 왜 폐암에 잘 걸릴까?’ 저자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연재보기 < 문화심리학으로 풀어보는 삼국지 >

입력일시 : 2014-07-04 18:23

가장 기대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투표하기 결과보기

  • 한경BUSINESS 페이스북
  • MONEY 페이스북
  • MONEY 인스타그램
  • 한경BUSINESS 포스트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