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경비즈니스 선정 '한국을 움직이는 정책발전소 100대 싱크탱크']
-전문가 228명 대외적 영향력 등 3개 항목 평가…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치·사회 1위 ‘탈환’
KDI, 8년 연속 경제·산업 싱크탱크 ‘1위’…외교안보硏도 12년째 ‘독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08년부터 시작된 한경비즈니스의 100대 싱크탱크 조사가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대외적 영향력, 연구 보고서의 질, 연구 인력의 역량 등 3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국내 싱크탱크의 지형도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교수진의 설문 조사도 포함해 신뢰성과 공정성을 더했다.

지난 3월 2일부터 13일까지 총 228명의 전문가들이 설문에 응했다. 그 결과 경제·산업, 정치·사회, 외교·안보 부문의 각 1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보건사회연구원·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몫으로 돌아갔다.
KDI, 8년 연속 경제·산업 싱크탱크 ‘1위’…외교안보硏도 12년째 ‘독주’
◆경제·산업: 국책 기관 강세 이어져…금융권 싱크탱크 순위 ‘급상승’

경제·산업 부문은 100대 싱크탱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조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기업 연구 기관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2014년 이후부터 국책 연구 기관들이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다. 올해 또한 국책 연구 기관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경제·산업은 세 부문 중 순위 변동이 가장 치열했다. 특히 2020년 조사의 특징은 급격히 순위를 끌어올린 ‘다크호스’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1971년 설립된 KDI는 국내 유일의 종합 정책 연구 기관으로 경제·사회 현상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가 경제·사회 정책 수립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KDI는 전 세계 싱크탱크 경쟁력을 평가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싱크탱크와 시민사회프로그램(TTCSP)이 발표한 ‘2019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전 세계 8248개 연구 기관 중 6위(미국 제외)를 기록했다.

KDI는 경제·산업 부문에서 1위를 8년째 수성했다. 대외적 영향력, 연구 보고서의 질, 연구 인력의 역량 항목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얻었다. 종합 점수도 2209점으로 유일하게 2000점대를 넘겼고 2위인 산업연구원과도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최정표 KDI 원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KDI가 ‘한경비즈니스 2020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8년 연속 경제·산업 부문 최고의 자리를 수성하게 돼 기쁘다. KDI 구성원 모두가 소명 의식을 갖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향후 KDI는 서비스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혁신 성장을 통한 저성장 극복, 저출산·고령화·소득 양극화 등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안에 중·장기적 전략을 제시하고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정책 연구에 힘쓴다. 최정표 원장은 “개원 50주년을 한 해 앞둔 지금 향후 한국 경제와 KDI의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비전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KDI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위를 차지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올랐다. 국내외 산업과 무역 통상 분야를 연계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국책 연구 기관으로 한국 경제의 산업 발전과 무역 증대를 지원하기 위해 1976년 설립됐다.

산업연구원은 그간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둬 왔다. 최근엔 미래 제조업의 발전 전략,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 발전, 지역 산업의 혁신 생태계 구축 등 산업 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생태계 조성과 무역 증대, 통상 협력 증진 방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100대 싱크탱크 경제·산업 부문에서는 금융권 싱크탱크들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지난해보다 1계단 상승해 3위에 올랐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수립·운영 및 경제 정책 전반에 관한 중·장기 연구 과제와 주요 현안 과제에 대한 심층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BOK 경제 연구’로 발간하고 한국은행 학술지인 ‘경제 분석’도 발행한다. 특히 매년 한국은행 창립 기념일에 맞춰 대표 콘퍼런스인 ‘BOK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학술 교류와 중앙은행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는 지난해보다 18계단 상승해 8위에 안착했다. 중소기업 관련 국가 승인 통계 생산과 중소기업 금융 연구, 국내외 금융·경제 이슈의 심층적 분석, 은행 경영의 현안과 전략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한국금융연구원·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와 같은 순위로 각각 5위, 6위, 7위를 차지했다. 이들 외에 올해 순위가 크게 뛰어오른 기업 연구소들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보다 3계단 상승한 9위, SK경영경제연구소는 16위 상승한 22위에 올랐다.

경제·산업 부문에서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상승한 곳은 대신경제연구소로 지난해보다 26계단 뛴 31위에 올랐다. 1984년 설립된 대신경제연구소는 현재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증권업계의 연구소다. 일반적인 매크로 전망을 주로 하는 타 경제 연구소와 달리 지배 구조에 관한 연구, 금융공학 연구라는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1위 상승한 28위를 기록했다.
KDI, 8년 연속 경제·산업 싱크탱크 ‘1위’…외교안보硏도 12년째 ‘독주’
◆정치·사회: 보건사회硏 1위 탈환…중위권 큰 폭 순위 변동

100대 싱크탱크 정치·사회 부문에서는 지난해 1위와 2위가 순위를 맞바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185점의 총점으로 1위 자리에 복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 보건 의료와 사회보험·사회복지 등 사회 정책과 관련된 정책 과제를 조사, 분석해 국가의 보건 정책 수립에 이바지하는 기관이다. 1971년 설립된 가족계획연구원이 시초로 198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으로 개칭됐다. 1999년 정부 출연 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실로 이관됐다. 보건 의료, 사회 보장,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현안에 관한 제도 평가와 정책 개발에 나서고 있고 현재 연구직 170명을 포함한 224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최근 들어 보건 의료와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 기관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민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해 한국이 포용 복지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 의료 서비스 공급 및 이용 지속 가능성과 제고 방안 모색, 보건 의료 인력 자원의 양성·관리 지원, 지역 사회 보건 사업과 정책 평가를 통한 근거 기반의 건강 정책 등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또 사회적 파급력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신종 및 재출현 감염병에 대한 대응 및 대비책도 연구할 예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내려앉은 2위를 기록했다. 1988년 개원 이후 한국 노동 시장과 노사 관계 연구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노동 시장, 고용 정책, 노사 관계, 인적 자원 관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위였던 한국행정연구원은 올해도 3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행정연구원은 1991년 설립된 행정 분야 유일의 국책 연구 기관으로 한국 행정 체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 행정 관리, 사회 통합, 재난 안전, 규제 개혁 등 행정·정책 분야에 대한 전문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성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국민에게 개방 중이다.

한국교육개발원과 서울연구원은 지난해와 순위를 바꿔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1972년 설립된 한국교육개발원은 ‘포용 사회를 위한 미래 교육 선도 교육 정책 연구 기관’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교육 개혁 정책과 교육 현장 혁신의 플랫폼 역할, 미래 교육 가치 확산 및 교육 혁신 연구·개발 강화 등을 목표로 두고 있다.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 현안을 연구하는 서울연구원은 1992년 개원 이후 도시 계획 및 설계, 주택·교통·환경·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도시 문제를 연구해 정책 대안을 제시해 왔다. 과거 개발과 압축 성장의 상징이었던 서울을 복지·환경·문화 도시로 이끈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0위권에서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보다 5계단 뛴 7위에 올라 유의미한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1997년 설립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교육 훈련과 노동 시장의 접점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국정 과제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직업 교육 훈련의 활성화와 국민의 직업 능력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국책 연구 기관이다.

올해 정치·사회 부문 중위권에서는 큰 폭으로 순위가 상승한 곳들이 눈에 띄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지난해보다 28위 오른 15위에 안착했다. ‘비정파적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은 2006년 설립됐고 21세기 동북아의 지평을 열 국가 전략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LAB2050은 25계단 뛰어오른 24위를 기록했다.

국립보건연구원(34위→21위)·국립산업과학원(47위→22위)·국립수산과학원(52위→31위) 등 국립 기관들도 두 자릿수 이상의 순위 상승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39위에 오른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무려 지난해보다 40계단이나 상승하면서 100대 싱크탱크 중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KDI, 8년 연속 경제·산업 싱크탱크 ‘1위’…외교안보硏도 12년째 ‘독주’
◆외교·안보: 12년간 굳건한 1위 외교안보硏…동아시아재단 6계단 상승

외교·안보 부문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순위 구도를 이어 갔다. 안정된 순위 속에서 1위를 차지한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한경비즈니스가 2008년 100대 싱크탱크를 선정한 후 12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정부의 중·장기 외교 정책과 전략에 관한 연구 분석, 외교 현안에 대한 정책 보고 활동이 핵심 연구 과제다. 국내외 학계 및 연구 기관과의 정책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 결과 발간 등을 통해 한국의 외교 어젠다를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뒤를 이어 통일연구원과 세종연구소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통일연구원은 한 단계 상승했고 세종연구소는 한 단계 하락했다. 1991년 설립된 통일연구원은 평화·통일 시대를 선도하는 최고의 통일 및 북한 연구 기관으로 국가의 통일, 대북 정책 수립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1983년 설립된 세종연구소는 통일과 외교·안보 부문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공익 민간 싱크탱크다.

4위는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가 지난해에 이어 자리를 지켰고 5위는 작년보다 1단계 순위가 상승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차지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는 안보전략환경을 분석해 국가 차원의 안보전략 및 국방정책 기조와 정책방향을 설계해 정책에 반영한다. 또 안보 및 국방 관련 여론을 선도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977년 창설된 국제문제조사연구소를 모태로 2007년 기존의 국가안보정책연구소와 통일정책연구소 등 3개의 연구소가 통합해 출범한 국책 연구 기관이다. 외교·안보·경제정책·대북전략 등에 대해 연구 결과와 정책 대안을 제시해 왔다. 또 21세기 들어 안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테러·국제범죄·사이버 보안 등 ‘신안보 분야’로 연구 영역을 확대했다.

10위권에서는 아산정책연구원(5위→6위), 동아시아연구원(8위→7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7위→8위),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10위→9위),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9위→10위)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큰 순위 변동이 없는 가운데 동아시아재단이 17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동아시아재단은 경제 번영과 신뢰가 전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평화를 증진시킬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된 공공 서비스 재단이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도 4계단 상승한 20위에 올랐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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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