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1232호 (2019년 07월)

돌아온 ‘원조’…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1등 플랜'

[스페셜 리포트]
-그룹 체제 복원 마치고 M&A 시동…외국인 지분율 첫 30% 돌파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2020~2021년 1위 종합 금융그룹이 될 수 있는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 

우리금융지주가 재출범 6개월을 맞았다. 2001년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로 설립됐던 우리금융은 2014년 민영화를 위해 우리은행과 합병하면서 사라졌다. 그후 4년 3개월 만인 지난 1월 손태승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빠르게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꼼꼼하게 현안을 풀어 나가면서도 추진력 있게 일을 밀어붙이는 손 회장의 ‘소리 없이 강한’ 경영 스타일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출범 6개월 만에 ‘금융지주사 진용’ 갖췄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지주사 출범에 맞춰 차량 번호까지 바꿀 정도로 ‘1등 금융그룹’을 위한 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17년 말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후 그의 업무용 차량 번호는 ‘8111’, 2018년부터 고객 만족 1등, 주주 만족 1등, 직원 만족 1등을 이루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주 회장을 겸임하게 되면서 그는 이 번호를 ‘1001’로 바꿨다. 우리은행의 모태인 대한천일은행의 ‘천일’에서 따온 숫자다.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우리은행이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이미지를 계승하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그는 ‘진격의 손태승’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부문에서 빠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지주사 출범 당시부터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그가 첫 M&A에 성공한 것은 불과 지주 출범 3개월 만인 지난 4월이다.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구 알리안츠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자산 운용사 2개를 한 번에 품에 안았다. 

곧이어 5월 ‘막판 반전 드라마’를 써내며 롯데카드 지분 20%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금융 측은 현재로는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못 박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부동산 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도 품에 안았다. 국제자산신탁은 관리형 토지신탁과 담보신탁에 강점이 있는 부동산 신탁사다. 손 회장은 “국제자산신탁 인수 시 그룹 부동산 금융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은행 등 그룹사와 함께 차별화된 종합 부동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계열사의 지주 자회사 편입도 착착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지주는 6월 21일 계열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오는 9월까지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카드 지분 100%와 우리종금 지분 59.8%를 지주가 약 1조6000억원에 모두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1월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6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하지만 재원 마련 과정에서 ‘오버행(대규모 주식 매물 부담)’ 우려가 불거지며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은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남겨 뒀다. 계획대로 우리금융이 두 계열사에 정해진 금액의 지급이 마무리된다면 지주사 체제 출범 8개월 만에 ‘완전한 금융지주 체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계열사 시너지’ 확대, 내부 조직 체제 정비

금융그룹으로서의 규모와 위용이 갖춰지고 있는 만큼 손 회장은 내부적으로도 그룹 계열사들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보기술(IT) 컨트롤타워 임무를 수행하는 ‘ICT기획단’을 신설하고 ICT기획단장(전무)에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인 노진호 씨를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금융권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를 깨고 과감한 외부 인재를 통해 ‘틀을 깨는 혁신’에 더욱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뒤이어 지난 6월 혁신 금융 지원을 맡는 ‘미래금융부’와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는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했는데 두 부서의 부서장 역시 외부 출신이다. 

지주사 조직 체제 개편의 정점은 지난 7월 1일 자산관리(WM)·글로벌·기업투자금융(CIB)·디지털 등 4대 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한 ‘사업총괄제’ 시행 방안 발표다. 우리금융지주는 ‘매트릭스’ 조직 체제를 본격 도입함으로써 각 그룹사 별로 운영 중인 사업부문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WM 총괄은 그룹 자산관리 부문의 역량을 집중해 그룹 차원의 경쟁력 강화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글로벌 총괄은 일원화된 그룹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고 그룹사 간 동반 해외 진출과 협업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CIB 총괄은 우리은행과 우리종금 간의 기존 CIB 협업 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그룹 차원에서 CIB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디지털 총괄은 그룹 디지털 역량 강화와 비대면 채널 경쟁력 제고에 역점을 둔다. 디지털 총괄 산하에 확대 재편된 디지털혁신부는 핀테크 지원 프로그램(디노랩)을 운영하며 그룹 관점에서 핀테크 기업 육성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조직 개편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는 데 ‘올인’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지난 5월 17년 만에 그룹 임직원의 명함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우리금융’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부 결속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손 회장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제2의 본사 조성 계획도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주력 계열사인 우리카드는 서울 광화문, 우리종합금융은 명동, 우리펀드서비스는 마포구 상암동 등에 자리해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본점이 있는 서울 중구 회현동 일대를 일종의 ‘우리금융타운’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중구 회현동에 있는 사무용 빌딩인 남산센트럴타워를 매입하기로 했다. 계열사들이 신사옥에 모이게 되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 협업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보유율 첫 30% 넘었다

이처럼 안팎으로 지주사 체제의 틀을 갖추며 탄탄히 기반을 다져가고 있지만 ‘1등 종합 금융그룹’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우선 우리금융이 대형 금융지주사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주가 부양’이 필수적이다.  지난 6개월간 손 회장은 우리금융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해외 기업 설명회(IR) 행사를 직접 발로 뛰며 외국인 장기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 회장은 5월 19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일본과 홍콩에서 해외 IR에 참석했다. 지주사 출범 후 첫 해외 IR로 오는 8월에도 미국 등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해외 IR이 계획돼 있다. ‘국제통’인 손 회장은 해외 IR을 통역 없이 직접 진행할 정도로 영어가 능숙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지주사 출범 이후 ‘책임 경영’을 강조하며 자사주 매입도 지속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로 신규 상장한 지난 2월 자사주 매입을 시작으로 3월 5000주 추가 매입, 또 일본과 홍콩 해외 IR 직후인 지난 5월 5000주 추가 매입까지 총 5만3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와 같은 손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집계 결과 지난 6월 4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30.02%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외국인 지분율이 낮다. 우리금융이 과점주주 체제로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외국인 보유율이 3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회장의 주가 부양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하며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민영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위원회가 6월 25일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 18.3%를 내년부터 2022년까지 최대 10%씩 분산 매각하기로 하는 내용의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부가 “주가 하락에 관계없이 매각을 추진할 것”이고 “주가 1만3800원 선이면 원금 회수 수준”이라고 언급한 것 또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마지막 퍼즐은 ‘증권·보험사 M&A’

이제 남아 있는 마지막 퍼즐은 증권사와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초대형 M&A의 성사다. 지난 1분기 기준 우리금융이 거둬들인 순익(5686억원) 중 우리은행(5394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95.9%다.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서도 우리금융지주 내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손 회장은 거의 100%에 가까운 은행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6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지금까지 지주사 전환을 순탄하게 이끌어 왔지만 결국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의 공백을 채워 줄 증권사 인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들어 투자은행(IB) 관련 사업의 금융지주 이익 기여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를 주도하는 증권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M&A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문제가 해소되는 내년 초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최근 들어 자본 확충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M&A 실탄을 총 1조5000억원으로 불렸다. 우리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우리은행으로부터 6760억원의 중간배당을 받기로 했고 후순위채 3000억원도 발행했다. 6월 21일에는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자본 확충에 따른 올해 말 예상 출자 여력이 4조2590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중대형 규모 이상의 증권사·보험사가 매물로 나온다면 공격적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유안타증권·SK증권 등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실적이 나쁘지 않은 유안타증권을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현재 자기자본을 1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영업수익은 2조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9%와 48.1% 늘었다. 유안타증권 측은 이와 같은 매각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보험사 가운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소속된 동양생명과 ABL생명, 최근 우리금융이 대주단으로 참여한 MG손해보험 등이다. 우리금융은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을 매각한 이후 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지주사 전환 이후 우리금융지주의 자산 운용사와 부동산 신탁사 인수, 우리카드·종금 자회사 전환 등은 계획대로 순항 중”이라며 “내년 이후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적극적인 M&A를 통해 금융지주로서의 경쟁력 또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2호(2019.07.08 ~ 2019.07.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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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7-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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