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전국 경영대 랭킹]고려대 아성 ‘건재’…10~20위권 지각변동
2015 전국 경영대 평가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경영대가 1위를 차지했다. 전국 경영대 평가를 시작한 2008년 이후 8년 연속이다. 이 밖에 아주대와 충남대를 필두로 한 ‘중위권 지각변동’도 주목할 만하다. 작년 경영대 순위에서 29위와 32위에 머물렀던 아주대와 충남대는 올해 17위와 20위로 수직 상승했다.

고려대 경영대는 전체 9개 평가 항목 중 6개 부문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총점 6706점을 받았다. 2위 연세대(6019점)와의 점수 차이는 687점으로 1000점 이상 차이를 보였던 지난해보다 격차가 좁혀졌다.

고려대 경영대학은 1905년 보성전문학교 이재학과로 출범해 올해 110주년을 맞은 전통을 자랑한다. 특히 올해부터 미래 기업가 양성을 위해 ‘KUBS 벤처창업센터‘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학은 창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들을 후원하기 위해 엔젤펀드 10억 원도 마련했다. 이 기금은 창업 지원금으로 쓰이는 것은 물론 경영대학 캠퍼스 내 창업 셀 등의 인프라 구축에도 활용된다. 김동원 경영대학장은 이와 관련해 “기존에 기업에서 일할 수동적인 인재 교육에 중점을 뒀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제2의 구글·페이스북 등을 개발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미래 사업가 양성을 위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다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위 연세대(6019점)부터 서울대(5333점)·성균관대(4990점)·서강대(4431점)·한양대(4086점)·경희대(2757점)·중앙대(2472점)·한국외국어대(1705점) 등 9위까지는 순위 변동이 없었고 이화여대(1309점)가 지난해(12위)보다 2계단 상승하며 10위권에 진입했다. 이화여대는 진학 추천(8위)과 전공 교양 교육의 업무 관련성(9위), 국제화 시스템(9위) 부문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악재 많은 대학 부정적 평가 많아
올해는 10위권 밖에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10~20위권 지각변동의 핵심은 ‘아주대와 충남대의 상승’과 ‘건국대·동국대의 후퇴’다.

먼저 아주대는 올해 12계단 점프(2014년 29위)하며 17위를 차지했다. 아주대 경영대는 2014년 국제화 특성화 사업대학으로 선정돼 ‘글로컬(Glocal)’ 인재 양성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강도 높은 글로벌 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전체 신입생에게 중국·일본·유럽·동남아·북미·남미·아프리카 등 7개 권역의 ‘지역학’ 이수를 필수화했다. 삼성그룹의 ‘지역 전문가 파견 프로그램’과 유사한 개념이다. 또한 2015년 신입생 전원은 방학 중 영어 스피킹 집중 과정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고 최소 5과목의 영어 강의 수강도 의무화했다. 졸업 시에는 일정 등급 이상의 토익 스피킹 성적을 올려야 한다. 이처럼 글로벌 역량 강화 사업을 전면 배치한 것이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0위권 밖이었던 충남대는 단숨에 20위에 오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대는 지난해부터 대학 특성화 사업(CK) 등 다수의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을 수주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지난 10월에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 중인 ‘SW 중심대학’에 충청권 대학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앞으로 충남대는 최장 6년간 110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한편 충남대는 최근 차기 총장 선거 방식을 두고 구성원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면 건국대 경영대는 지난해(10위)보다 4계단 떨어진 1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가에서 무려 7계단 점프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만큼 눈길을 끄는 결과다. 건국대 순위 하락의 주요 원인은 오너 리스크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장과 구성원들의 법적 분쟁 등에 따른 경영권 혼란으로 경영대뿐만 아니라 학교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은 지난 10월 학교 재산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대학 노조와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등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김 이사장의 퇴진운동을 벌여 왔다. 2013년 교육부의 감사로 불거진 혼란이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학교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는 분석이다.

22위를 차지한 숙명여대도 전년보다 6계단 순위가 하락했다. 국제화 시스템(15위) 및 진학 추천(16위) 부문에서는 양호한 평가를 받았지만 조직 융화력(30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하며 안정적으로 대학을 이끌어 온 이경숙 전 총장과 같은 카리스마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대·명지대 등 30위권 진입
전북대(25위)·명지대(26위)·경상대(27위)·충북대(29위)는 올해 새롭게 30위권에 진입했다. 특히 전북대는 올해 교육부가 지원하는 5대 재정 지원 사업에도 모두 선정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선정된 지원 사업은 대학 특성화 사업(CK), 학부 교육 선도 대학 육성 사업(ACE),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 사업, 산학협력 선도 대학 육성 사업(LINC), 두뇌한국(BK) 21+ 등으로 총 216억 원을 지원 받는다.

명지대 경영대는 올해부터 실무 경영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유럽 각국의 경영대 교육 프로그램과 미국 대학의 특화 프로그램을 연구 조사한 뒤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이론적 교육에 치우쳤던 경영학 교육을 경영 실무 능력 배양으로 발전시켜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학 실무 능력 교육이 중요시되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연구·분석 중이며 올해 안에 교육과정 개편 프로그램을 수립해 2016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경상대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효과를 톡톡히 본 케이스다. 경상대가 자리한 진주혁신도시에는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남동발전 등 8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하고 주택관리공단·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이 이전을 진행 중이다. 경상대는 해당 공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국남동발전과 주기적으로 공동 세미나를 진행하기로 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도 공동 세미나 개최 및 계약학과 신설에 대해 합의한 상태다. 이는 학생들의 실무 능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반면 울산대(31위)·부경대(32위)·경기대(33위)·동아대(36위)·강원대(43위) 등은 30위권 밖으로 이탈했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구조 개혁 평가에서 ‘A’ 등급을 받지 못한 대학엔 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내 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D’ 등급을 받은 강원대가 전년도 28위에서 올해 43위로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