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날개 펼친 항공업]
노선 다양화와 대체 수요 개발… LCC·대형사, 사이좋은 성적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저비용 항공사(LCC : Low Cost Carrier)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 치우며 ‘실적 고공 행진’을 이어 가고 있고 대형 항공사(FSC : Full Service Carrier)는 2010년 이후 2분기 기준 최대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우울한 실적을 예상했다. 2분기(4~6월)가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기간인 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기업들은 비행 노선을 다양화하고 티켓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전략으로 위기를 넘어섰다. 항공업계에서는 LCC의 성장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드보복' 날려버린 사상 최대 실적
(사진) 올해 6월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국적항공사 CEO 간담회에 참석한 김수천(맨 오른쪽) 아시아나항공 사장, 조원태(오른쪽 둘째) 대한항공 사장./ 연합뉴스


◆ 황금연휴·IT산업 호황에 ‘날개’ 편 대형사

대한항공은 올 2분기 매출 2조9052억원, 영업이익 17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 8.5%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2분기 중국 여행객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영업이익 3950억원) 이후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통적으로 2분기는 항공업계의 비수기로 꼽힌다. 실제 대한항공은 2011년 마이너스 197억원, 2013년 마이너스 508억원 등 2분기마다 큰 폭의 영업 손실을 냈다.

조 사장은 올해 초 취임사에서 “올해 사업 환경은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유가 상승 우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환율 불안정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고 절대 안전 운항 체제를 견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6년 만에 2분기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1조4919억원, 영업이익 428억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48.7% 늘어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부문에서 사드 영향 장기화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체 수요 개발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에서의 선전이 수익성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대한항공은 유럽 노선 14%, 동남아 노선 11%, 대양주 노선 4% 등 대부분의 노선에 여객 수송이 증가했다. 한국발 수송객이 12% 증가하는 등 전체 수송객이 3% 늘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중국 노선의 수요 감소를 유럽·동남아·일본 노선 공급 증대로 대응한 것이 실적에 기여했다. 유럽 노선은 테러 등 정세 불안이 진정되면서 매출이 큰 폭(55%)으로 늘어났다. 국내선도 연휴 기간 증가로 제주 노선이 호조를 보이며 매출이 11% 증가했다.

화물 부문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 및 액정표시장치(LCD)·휴대전화 등 화물 수요의 호황이 이어져 미주·유럽·동남아 등 노선 전반에서 매출이 늘어났다.

올해 5월 기준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 화물 총금액은 48억93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75% 늘었다. 항공 수출 화물 1~5위가 모두 IT 제품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반도체를 미국에 수출할 때 직항으로 수송되는 것이 아니라 인천공항으로 먼저 옮겨진 뒤 미국으로 가는 방식”이라며 “IT 제품은 무게가 가볍고 시일이 급한 것이 많아 항공수송을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일본 노선 21%, 대양주 노선 18%, 동남아 노선 11% 등 노선 대부분의 수송 실적이 증가했고 전체 수송 무게도 6%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8% 증가했다.

항공업계는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 고단가 수송 증가로 2분기에 이어 연말까지 화물 실적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드보복' 날려버린 사상 최대 실적
◆ LCC의 ‘실적 고공 비행’

올해 상반기 항공업의 호황은 지난해의 2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LCC의 힘이 컸다.

항공업계·증권가·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 LCC 6곳(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티웨이·에어서울)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6820억원, 영업이익 1173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9.0% 늘었고 영업이익은 106.9% 증가하며 2배 수준이 됐다.

애경그룹 계열의 제주항공은 2분기 △분기 기준 최대 실적 △매출 2000억원대 첫 돌파 △1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실현 등 다양한 기록을 새로 썼다.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 4682억원, 영업이익 43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7%, 167.6% 증가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항공 수요가 적은 기간에 비행기표 가격을 대폭 낮추는 대신 탑승률을 높이고 여러 부가 사업에 집중했던 전략이 통했다. 국제선 위주로 다양한 노선을 늘려 항공기 가동률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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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 역시 최대 실적을 갈아 치우며 성장세를 이어 갔다. 티웨이항공은 상반기 매출 2615억원,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7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12배나 성장한 셈이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티웨이항공은 이에 따라 자본 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나 재무적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티웨이항공 역시 국제선 위주 노선을 다양화한 것이 주효했다. 올해 상반기 대구~오키나와, 대구~다낭, 인천~구마모토, 제주~오사카 등 총 4개의 신규 노선을 취항했다.

티웨이항공 측은 “상반기 티웨이항공을 이용한 여행객은 143만95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에 가깝다”고 말했다.

진에어·이스타항공·에어부산 등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진에어는 상반기 매출 4239억원, 영업이익 46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30.3%, 133.0% 성장했다. 이스타항공·에어부산 역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안팎으로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노선 취항을 통해 성장을 꾀하는 LCC들의 전략은 하반기(7~12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간에 색다른 노선을 취항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늘어나고 이는 다시 저비용 항공사의 성장 촉진제가 될 것이란 계산이다.

제주항공은 9월 말 인천~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항공편을 새롭게 시작한다. 에어서울도 일본 오사카와 미국 괌, 홍콩에 신규 노선을 취항할 예정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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