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⑩]거래 수수료 낮은 것이 장점…‘비관론’ 있지만 또다시 살아남을 것
비트코인의 쌍둥이 형제 ‘비트코인 캐시’ 운명은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매커니즘캠퍼스 출강] 필자는 그간 지인들에게 비트코인을 조금씩이라도 사라고 권해 왔다. 비트코인은 결국 주류로 인정받게 될 것이니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아니라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 이후로는 구입을 권하지 않고 있다. 게임의 법칙이 복잡해져서다. 단기적인 손실을 견뎌낼 수 없는 평범한 개미들은 재앙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8월 1일 비트코인캐시(BCH)가 생겨났다. 기습적이었다. 비트코인캐시는 쉽게 말해 비트코인에서 떨어져 나온 새로운 암호화 화폐다. 예를 들어 8월 1일 전까지 1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는 이날 1비트코인과 1비트코인캐시를 소유하게 됐다.

뉴욕합의(NYA)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8월 1일 세그윗(SegWit : 블록에서 복잡한 서명을 분리해 처리 용량을 늘리는 것)으로 소프트 포킹(forking)을 하고 11월쯤 2MB로 하드 포킹할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소프트 포킹은 기존의 속성 중 일부를 차단하면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이지만 하드 포킹은 기존의 시스템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오면서 새로운 속성을 부여하는 업그레이드 방식이다. 소프트 포킹은 채굴자들만 신경 쓰면 되고 투자자들에겐 큰 영향이 없지만 하드 포킹은 투자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핵심 개발자들이 약속을 어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면서 여기저기서 비트코인이 분리될 것이라고 예측되기 시작했다. 미디어들은 분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확대해석했다. 비트코인이 내분으로 무너질 위기라고 보도했다. 그 결과 7월 중 비트코인 가격이 3분의 1이나 폭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내분에 대한 우려가 미디어의 과장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안정화됐다.

‘원본’에 더 가까운 BCH

이 무렵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일군의 채굴 그룹은 갑자기 ‘비트코인캐시’라는 이름의 하드 포킹을 선언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다수가 될 생각이 없었다. ‘집 나갈 테니 말리지나 마라’는 일방적인 선포였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암호화화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은 비트코인캐시가 탄생과 함께 사라질 운명이라고 속단하는 미디어의 예언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비트코인 핵심 그룹과 밀착한 이들은 비트코인캐시가 곧 없어질 것이라며 언론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벌였다. 이에 따라 주요 거래소들이 비트코인캐시를 무시하거나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비트코인캐시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8MB로 용량을 늘렸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진정한 본류가 어쩌면 ‘비트코인캐시’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으로만 보면 비트코인캐시가 비트코인보다 더 원본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세그윗을 통해 프로그램을 변형했고 비트코인캐시는 원형을 유지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 떨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핵심 개발자들은 세그윗 업그레이드가 거래 수수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해 왔다. 현재 비트코인의 거래 수수료는 1거래당 대략 4~6달러 정도다. 비트코인캐시는 거래 용량을 8배 늘렸기 때문에 거래 수수료가 저렴하다. 비트코인에 비해 거래 수수료가 5분의 1 정도로 낮다.

하지만 이런 식의 용량 확대도 사용자의 증가로 곧 한계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팔이나 머니그램 같은 소액 결제 시스템에서 1초 동안 처리하는 거래는 45만 건이다. 블록 사이즈가 1MB인 비트코인은 초당 7개 정도에 머문다. 아무리 블록 사이즈를 늘려도 중앙 서버 방식의 소액 결제 시스템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변형하고 거래 수수료 문제는 결제 방식을 바꾸는 형태로 해결해야 한다는 핵심 개발자들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
이제부터 주목할 것은 세그윗 효과의 가시화다. 1년 넘게 이론적인 수준에 머무르던 세그윗이 시스템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세그윗은 현재 원활하게 구동 중이며 지갑을 교체해 사용하는 이들은 대략 40% 정도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수수료가 극적으로 줄어드는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많은 사용자들이 세그윗이 작동하는 지갑으로 교체해야만 전체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핵심 개발자들은 11월 중에 있을 2MB로의 하드 포킹을 반대하고 있다. 세그윗이 거래 용량 문제를 해결하면 2MB로 용량을 확대하자는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문제는 세그윗이 작동하고 있지만 거래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논리로 모두를 압도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8MB인 비트코인캐시의 존재 자체가 2MB 용량 증대를 놓고 벌어질 논란을 우습게 만든다. 8MB 시스템이 살아남아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2MB로 늘리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개발자 논리의 설득력이 약하다.

투자자들에게는 비트코인캐시의 하드 포킹이 손해 볼 일이 아니었다. 즉 9월과 10월 중 2MB 확대를 놓고 비트코인 진영이 극단적으로 분열한다고 하더라도 7월과 같이 극단적인 폭락은 일어나기 어렵다. 그 대신 비트코인캐시로 옮겨 갔다가 논쟁이 정리되면 돌아오려는 투자자들의 선택이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쟁점을 모두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7월처럼 대중에게 엉뚱한 오해를 심어준다면 양상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투자 권유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캐시는 수많은 가상화폐처럼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그 이유는 비트코인캐시를 가지고 있는 이들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기능이나 속성보다 누가 들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비트코인캐시 역시 비트코인에 투자한 이들이 보유 중이다. 이들은 수년간의 악의적인 단정과 가격의 부침을 견뎌내 왔다.

[돋보기 하드 포킹의 의미]
하나가 더 생기는 ‘하드 포킹’의 마법
비트코인은 수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통일된 하나의 장부다. 하드 포킹은 이 장부를 복사하면서 시작된다. 결국 하드 포킹을 통한 갈라짐은 과거를 공유하면서 다른 미래를 써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 포킹의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의 투자자들은 이후의 투자자들보다 유리하다. 이전 투자자들은 공돈이 생긴 것 같이 느낄 수도 있지만 이후 투자자들은 둘 중 하나의 캐시를 선택해야 하는 불확실성에 직면해야 한다.

비트코인만 놓고 봐도 하드 포킹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발생할 수 있다. 언론이 분열과 붕괴를 예상했지만 비트코인 하드 포킹으로 손해 본 투자자가 없다는 것을 학습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앞으로 발생할 하드 포킹을 관측할 것이고 이런 태도 때문에라도 하드 포킹이 일상화될지도 모른다.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발자들과 비트코인의 대중화에 따른 가격 상승에 마음이 꽂힌 채굴자들 간의 이념적 간극이 만만치 않다. 결국 다양한 버전의 비트코인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열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수렴시키는 힘이 있다.

따라서 유사한 비트코인들 간의 게임의 역학과 시장 원리를 이해하는 이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가지고 있던 코인만으로 몇 배의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 판단해 사그라지는 코인 쪽에 무게를 뒀다가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