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⑬] 비트코인 적극 받아들이는 MS, 글로벌 기업의 블록체인 전쟁은 이미 시작
세계 최강의 비트코이너는 ‘빌 게이츠’
(사진) 101조원의 재산을 가진 세계 1위 부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한국경제신문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매커니즘캠퍼스 출강] 넥슨은 9월 27일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암호 화폐 시장이 강렬하게 반응했다. 코빗은 한국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빗은 회원이 3만 명밖에 안 된다. 작년까지도 순손실을 기록했고 업계의 시장점유율 1위도 아니다. 하지만 넥슨은 코빗의 지분 65%를 912억원에 구입했다. 1400억원이라는 기업 가치 추산은 넥슨의 비트코인과 암호 화폐 산업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보여준다.

9월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비트코인과 암호 화폐를 깎아내리기에 바쁜 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이너들은 넥슨의 코빗 인수를 비트코인이 확고부동한 ‘대물’이라는 것을 확증해 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곧 없어질 산업에 900억원의 돈을 쏟아붓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기사가 나온 9월 27일은 비트코인이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 중국 정부의 거래소 폐쇄로 촉발된 9월 폭락에서 본격적으로 반등하며 비트코인당 4000달러를 다시 회복한 날이기도 했다.

비트코인 강연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비트코이너라는 걸 아시나요”라고 물으면 처음 듣는다는 듯한 놀란 표정만 확인할 때가 많다. 게이츠 창업자가 비트코인과 암호 화폐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을 언론들이 애써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

게이츠 창업자는 2014년 ‘시보스(Sibos) 2014’라는 금융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달러보다 더 낫다. 물리적으로 접촉할 필요도 없고 큰 거래가 번거롭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경을 쉽게 넘어버리는 비트코인이 새로운 영역을 열어젖혔다는 사실이 그를 매료시켰다. 이전의 어떤 시스템도 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까운 미래 결제에서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고 결제가 전자화되고 무엇보다 거의 무료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2014년 12월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게이츠 창업자가 보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들고 기대감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MS는 디지털 제품을 파는 온라인 매장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오버스톡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MS처럼 주류 중의 주류 기업이 비트코인을 진지하게 대우한다는 사실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 갔다.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이 주류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골수 비트코이너들의 영향력이 컸다. 그래서 MS라는 글로벌 공룡 기업이 비트코인에 발을 담그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큰손’들이 이 뉴스에 오히려 비트코인을 방출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설득력 있다.

하지만 2017년 1월에는 달랐다. 2017년 1월 MS는 엑셀2017에 비트코인 환율 계산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틴 버틀러 MS 회계담당 이사는 2017년 엑셀에 비트코인 ‘통화’ 지원 기능을 넣어 윈도 10과 안드로이드는 물론 맥 OS와 iOS에서도 비트코인 환율을 분석하고 계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엑셀 창에서 비트코인의 시세를 즉각 확인하도록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정보기술(IT)의 글로벌 대표 회사가 비트코인을 통화(currenc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그달 1000달러 벽을 넘어섰다.

2017년 8월에는 MS가 협력 업체들과 오랫동안 준비해 온 ‘코코 프레임워크(Coco FRAMEwork)’를 공개했다. 코코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코코는 2018년 중 오픈 소스로 제공되므로 어느 기업이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발 담당자는 중소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트랜잭션(Transaction) 처리량과 속도 그리고 트랜잭션에 대한 접근 허용 통제를 개별 기업이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초당 1600개 이상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데 이더리움이 초당 12개를 처리하는 것과 비교도 안 된다.

코코는 블록체인 개발의 복잡성을 줄여 더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에 참여하고 기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와도 개방적으로 통합돼 금융 서비스, 공급망 및 물류, 의료 및 소매업과 같은 업계 전반에 걸쳐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오픈 프로젝트다. 그러면서도 블록체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무차별적인 개방성을 보완한다. 사용 기업이 자신의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은 물론 처리속도까지 맞춤형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코코는 개방과 보안, 표준과 최적화라는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MS는 유엔이 주장하는 글로벌 공익사업에도 블록체인을 들고 참여한다. 7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글로벌 시민 신분 증명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디지털 신분 증명을 갖게 하는 유엔의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비트코인과 암호 화폐 그리고 블록체인 플랫폼 산업은 사느냐 죽느냐가 관건이던 태생기를 훌쩍 지나 이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른 가격은 이런 주류화를 뒤늦게 인식한 시장이 후행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요동치는 가격만 놓고 흥미 위주로 보도하는 기사가 무가치한 수준을 넘어 해로운 이유는 이 분야가 표준화 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MS가 코코 프레임워크를 무료로 개방하는 이유도 표준화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여러 산업을 망라해 파괴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블록체인 플랫폼의 표준화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MS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절치부심하고 있다.


[돋보기] 블록체인 플랫폼과 삼성삼성의 비밀병기 ‘넥스레저’는 무엇?
삼성SDS도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Nexledger)’를 자체 개발, 운영하고 있다. 삼성SDS는 6월 유럽 최대 글로벌 핀테크 콘퍼런스 ‘머니 20/20 유럽’ 행사에서 ‘넥스레저’를 소개하고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홍원표 사장(솔루션사업부문장)은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의 상용화, 디지털 금융을 넘어’라는 주제로 삼성SDS의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소개하고 보험 청구와 지불 자동화, 물류 등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넥스레저를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신분증은 생체 인증까지 결합한다.

넥스레저는 2017년 초부터 금융사를 대상으로 상용화됐다. 이어 2017년 5월 관세청·해양수산부·한국해양수산개발원·부산항만공사·현대상선 등이 참여한 해운 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과도 공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

8월에는 넥스레저를 삼성SDI의 전자 결제에 적용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해외 법인 전자 계약 시스템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보안성이 특기인 블록체인 플랫폼은 계약 문서의 위·변조를 막고 모든 이해관계인이 어디서나 투명하고 손쉽게 진본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를 증진하고 불필요한 서류 작업과 법적 분쟁의 여지를 크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