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한국 집값 글로벌 평균보다 덜 올라…참여정부 판박이 규제 멈춰야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보기술(IT) 붐이 꺼지자 미국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경기가 급락했다. 이에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 당시 금리 인하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미국 기준금리가 2000년 12월 말 6.50%였던 것이 1년 후인 2001년 말 1.75%까지 떨어졌다. 이런 금리 인하 조치에 미국 경기는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소비가 늘어나고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금리 인하로 미국의 수출 시장이 확대되면서 2004년 282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뒀다. 그 당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호황이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한국까지 강타한 것이다.
“집값 잡으려다 또 경기 태울라”
(사진)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부동산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를 준비 중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한국경제신문

◆ 살아난 경기 흐름까지 꺾는 부동산 규제

이때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요동쳤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는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단행됐고 집값이 많이 오르는 강남 재건축에는 이중 삼중의 규제를 걸어 놓았다.

당시 정부의 정책은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여기고 돈을 빌리기 어렵게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문제는 실수요자까지 투기꾼으로 몰렸다는 데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시행한 전방위적인 금융 규제로 부동산은 물론 경기까지 급락하게 됐다. 결국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된 것이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경기순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 집값이 오르고 경기가 죽으면 집값이 떨어진다.

세계적인 호경기 시대였던 참여정부 때 집값이 많이 오른 것과 국제 금융 위기와 그 후유증에 시달렸던 보수 정권 시절에 집값이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것 또한 이러한 이치다.

그러면 지금의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미국의 다우지수는 역사상 최고치랄 수 있는 2만5000을 돌파했다. 미국의 집값도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동안 1차, 2차, 3차에 걸쳐 시중에 뿌려 놓았던 막대한 돈들이 아직도 자산 시장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다른 나라의 집값이 오르고 한국의 집값도 오르는 것이다.

2016년 11월부터 한국의 수출이 놀랍게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두 자릿수 증가를 달성하기도 했다. 세계경기 회복이 수출 시장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국의 집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이 아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조사 결과 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은 조사 대상 53개국 중 34위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16년 2분기까지의 통계로 분석한 지표인데,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중간도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집값과 투기꾼을 잡기 위해 과거 참여정부 때 실시한 규제를 되풀이하려고 한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잇단 부동산 규제 정책 발표와 신DTI 적용으로 주택 자금 대출을 옥죈데 이어 4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조정 대상 지역의 다주택자들에게 16~62%의 양도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는 6~42%의 기본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보유세 강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거나 3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집값 잡으려다 또 경기 태울라”
◆ 참여정부 때와 비슷한 부동산 흐름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과거 참여정부와 비슷하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8개월간 부산 아파트 상승률은 0.68%에 불과하고 이는 서울의 상승률 5.29%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같은 서울이라도 집값이 싼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지역은 4.01% 상승에 그친 반면 집값이 비싼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는 6.44% 올랐다.

참여정부 5년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이 56.58% 오르는 동안 부산은 5.92% 상승에 그쳤다.

같은 서울이라도 서민이 주로 사는 노원구·도봉구·강북구는 상승률이 36.24%에 그쳐 강남3구의 상승률 80.7%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았다. 참여정부 5년에 걸쳐 지방보다 서울이, 서울에서도 저가 지역보다 고가 지역이 더 오르는 현상을 보여줬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1월 첫째 주만 놓고 보더라도 노·도·강 평균은 0.02%에 그쳤는데, 강남3구는 0.35% 상승했다. 상승률에서 17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양극화의 책임이 현 정부의 정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전 정권부터 지속된 일부 지방의 공급과잉 우려, 한 곳에 극심하게 쏠리는 국민성, 자극적으로 시장 상황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 등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 정부의 정책이 이런 현상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 규모 정도의 나라 중 한국만큼 시시콜콜하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려는 나라는 드물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과 같은 시장이 돌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