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 마이닝풀은 네트워크지 공장 아냐…가격에 좌우되는 ‘완전 개방 경쟁 시장’
'비트코인을 소수가 지배한다'는 오해일 뿐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비트코인과 법정화폐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비용이다. 비트코인은 법정화폐의 가치에 비해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무시할 정도로 적다. 법정화폐는 생산을 독점해야만 한다. 정부만 확보할 수 있는 종이, 정부만 그릴 수 있는 도안, 정부만 사용할 수 있는 잉크와 프린트로 만든다.

그러나 이런 전제는 기술이 날로 발달하는 현실에서는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이돈은 유사품(위폐)이 가장 많은 제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생산비용과 시장가격을 수렴한다. 누구나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 경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갈수록 채굴에 드는 전기요금이 빠른 속도록 증가한다. 암호화폐를 관측하고 있는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채굴에 들어가는 예상 에너지 소비량은 연간 56.71TWh(테라와트시)로 전기 소비량 순위에서 그리스와 이스라엘을 앞선다. 이 부분만 떼어내 보려는 이들은 비트코인이 인류 복지 증진에 보탬이 되지 않으면서 귀중한 전력만 소비하는 비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급기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까지 나서 채굴 문제를 거론했다. 마리야 가브리엘 EC 디지털 경제·사회 위원은 유럽 의회의 질의에 대한 응답에서 EC가 암호화폐의 채굴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암호화폐 채굴에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가 기후 환경문제를 가중시킬 것에 대해 EC 차원의 대책이 있는지가 질문이었다. 가브리엘 위원은 암호화폐가 에너지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해야 할 새로운 현상이라고 대답했다. 가브리엘 위원은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법이 규정하는 방식을 통해 생산된다면 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채굴자 ‘담합’은 불가능에 가까워

채굴은 연관 기업들이 거대한 공단에 모여 진행하는 산업이 아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소규모 설비들이 중심이다. 서너 개의 마이닝풀(mining pool)이 채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만 보고 비트코인 채굴도 몇몇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마이닝풀은 네트워크지 공장이 아니다. 천체물리학에서 여러 컴퓨터의 계산 자원을 모아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네트워크가 지구적이기 때문에 협업에 동원되는 컴퓨터는 지구적으로 산재돼 있다. 마이닝풀을 통제하는 주체가 있지만 지배하지는 못한다. 단순한 이해관계의 이합집산이므로 성과가 떨어지기 무섭게 자신의 컴퓨터를 뽑아 더 효율적인 마이닝풀로 옮긴다.

과반의 채굴을 점유하는 마이닝풀들이 담합한다고 해도 비트코인 시스템을 공격하는 데 자원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마이닝풀에 참여하고 있는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가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간단하게 응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은 20여 개의 마이닝풀들이 점유하는데 그중 80%가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그렇다고 컴퓨팅 파워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80%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채굴자들은 안정적으로 지분을 배분받을 수 있는 대형 마이닝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채굴 채산성은 채굴자가 자리한 지역의 전기요금에 좌우된다.

생산원가에 비해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면서도 채굴 시 컴퓨터가 뿜어내는 열을 처리하기 쉬운 조건을 가진 곳이라면 세계 어디나 암호화폐 채굴 설비가 숨어들어갈 수 있다. 그런 도시들은 채굴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생산비용에 비해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려는 기존의 에너지 정책을 지탱하기 어렵다.

뉴욕 주 플래츠버그시티는 18개월 동안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는 조례를 압도적인 지지로 올해 3월 승인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암호화폐 채굴이 1월과 2월에 이 도시의 전기 공급량의 10%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 결과 주민들은 청구서가 100달러 또는 200달러씩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뉴욕 주 공공서비스위원회(PSC)는 전력 회사들이 암호화폐 채굴자들에게 전기요금을 추가로 부과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평방피트당 300kWh 이상을 소비하는 고객들에게 할증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존 로즈 PSC 위원장은 주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력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뉴욕 주 북부 지역의 주거 및 상업용 전기요금은 급격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적인 개방 경쟁 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채굴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스템을 강건하게 만든다. 채굴은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으므로 특권은 빠르게 사라진다. 장기적으로 특권을 보유할 수 없고 단기적 특권조차 남용할 수 없다. 하지만 전기요금에 대한 개별 정부들의 정책을 제약하는 문제로 암호화폐 채굴은 여러 정부들의 골칫거리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돋보기] '채굴 수익 수렴의 원칙’이란
'비트코인을 소수가 지배한다'는 오해일 뿐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이들이 비용과 수익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허황된 일확천금의 꿈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는 이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굴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현실적인 사업이다. 채굴자들은 미래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채굴한 코인을 보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기료와 컴퓨터 성능 향상을 위해 현재 가격에 코인을 처분해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따라서 이들은 비트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채굴 수익을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채굴자들이 기민하게 선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채굴자들은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캐시로 보상을 받는다. 당시의 시장가격에 채굴자들의 보상(신규 코인+거래 수수료)을 곱하면 달러로 표시된 채굴자들의 총보상을 구할 수 있다. 이를 암호 시도 횟수(해시레이트)로 나누면 컴퓨터가 무작위 암호를 시도하는 데 따르는 보상을 구할 수 있다. 이 값을 보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가 수렴한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가격의 변화에 채굴자들이 반응해 자신의 채굴 자원을 비트코인 채굴에 투입할지 비트코인캐시 채굴에 투입할지 그때그때 선택한다. 그 선택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의 변화 때문에 한쪽의 선택이 단기적으로는 더 나을 수는 있지만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조정된다.

암호화폐 채굴자들이 시장가격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은 채굴자들이 시장가격에 암호화폐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데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이 사실이 갖는 의미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