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인재 영입’은 성장 위해 필요…‘빠른 성과’보다 ‘조직 변화’에 초점 맞춰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우리 회사는 설립된 지 20년 된 중소 제조 기업입니다. 회사는 최근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하기 위해 후보자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앞선 기술과 지식, 풍부한 사업 경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 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후보자를 추천받기 위해 업계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우려의 얘기를 듣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한마디로 영입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출신 임원들은 많지만 정작 중소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임원들은 찾기 어렵고 영입하기는 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설령 영입에 성공한다고 해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비용만 들어가고 내부에 분란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회사 안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대기업의 경험이 중소기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해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전략일까요. 만약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한다면 어떻게 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대기업 출신’을 너무 믿지 말라
A.= 기업이 선발 기업 출신을 영입해 발전을 꾀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성장 전략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하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극 권장할 일입니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그런 전략을 채택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 출신 임원들은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같은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만난 어떤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했다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마음고생만 심하게 했던 적이 있다”며 “그 후 다시는 대기업 출신 임원을 뽑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공보다 실패한 기억들이 많으니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실패할 것을 우려해 필요한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습니다. 선발 기업의 노하우를 배우고 도입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은 그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을 영입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지만 효과가 강력해 이른바 가성비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업종이나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습니다. 따라서 귀하의 회사도 필요한 임원을 적극 영입하되 부작용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내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해 성과를 거두려면 첫째, 중소기업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기업 임원이 하는 일과 중소기업 임원이 하는 일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서 임원의 업무는 대부분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나 거래들을 조율하고 최적화하는 겁니다. 대기업의 임원들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부하 직원들을 지휘하고 있는데 이들 직원들이 수시로 찾아와 승인을 받고 도움을 청합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회사의 다른 부서나 거래 업체 관계자들도 찾아와 의견을 구하고 부탁을 합니다. 이 때문에 대기업 임원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회의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데 씁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 임원들은 본인이 주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 일합니다. 부하 직원이나 거래처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고 일이 굴러가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대기업 임원들처럼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일일이 호출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리할 일도, 개선할 프로세스도, 바꿀 조직도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것들을 본인이 처음부터 다 만들어야 합니다. 사업을 구상한 뒤 돈을 마련하고 직원을 뽑아 교육하는 일까지 혼자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사정을 모르는 대기업 출신 임원이 중소기업에 들어오면 한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입에 성공하려면 대기업을 나와 중소기업을 한두 번 거친 사람들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짧게라도 좋으니 중소기업에서 일해 본 경험이 중요합니다. 만약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렵다면 최소한 대기업에 재직할 때 중소기업과 함께 일했거나 직간접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어 온 사람을 영입 대상으로 삼는 게 좋습니다.

새 직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둘째, 조직과 직무에 적응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원은 하는 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기업 문화에 대한 정확하고도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부하 직원이나 거래처 관계자들이 가져 온 것을 조율하고 개선하는 게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것, 필요한 인력을 직접 뽑아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 조직과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기다리면 뭔가 벌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나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또한 본인을 왜 뽑았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중소기업에 영입된 대기업 출신 임원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무엇을 해 주길 기대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막연하게 매출과 이익을 늘리고 신기술과 신상품 개발에 도움을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자신들이 재직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자만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많은 고민 끝에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했다면 대개 그 이유와 목적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만들어야 영입된 임원이 이유와 목적에 맞게 활동하게 됩니다.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그리고 말을 돌리지 말고 직접적으로 영입 이유와 목적을 설명해 주십시오. 경우에 따라서는 그가 설명해 준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알아서 할 것이라고 방치하거나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줘야 합니다. 역량이 뛰어난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던 요인 중 하나는 조급함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기업 출신 임원에게 중소기업은 매우 낯선 곳입니다. 국내 기업 출신이 외국계 기업에 입사한 것만큼이나 조직 문화가 다르고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가 새롭습니다. 이런 업무 환경에서 단기간에 조직에 적응하고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중소기업에는 대기업처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와 잘 만들어진 상품 그리고 신뢰와 호감의 눈빛을 보내는 고객이 없습니다. 또 막대한 투자비와 영업비도, 정교한 시스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훈련돼 있는 유능한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자신을 뒷받침해 주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풍부한 업무 경험과 식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임원이라고 해도 단기간에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그러니 기다려 줘야 합니다. 그가 조직 문화에 적응하고 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업무에 몰입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합니다. 영입된 임원이 경험이나 성과만 가지고 섣부르게 칼을 휘두르면 조직원들은 반드시 저항하게 돼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교묘한 저항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대기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탁월한 성과를 냈다는 임원의 자부심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 직원들의 동의와 신뢰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1년일 수도 있고 2~3년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영입된 임원이 열의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을 넘어 회사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신뢰가 사람을 업무에 몰입하게 만들고 조직에 헌신하게 만듭니다. 압박을 가하는 것은 성과를 조기에 이끌어 내는 게 아니라 영입한 임원을 지치게 하고 업무 의욕을 잃게 만들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임원이 떠나면 회사는 비용과 시간만 낭비하게 됩니다. 그러니 ‘어떻게 압박을 가할까’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지원할까’, ‘어떻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까’, ‘어떻게 조직에 녹아들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과도한 기대는 과도한 실망일 뿐

마지막으로 대기업 임원 영입을 통해 얻을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외형 성장보다 체질 개선을 목표로, 양적 팽창보다 질적 심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임원 영입은 회사를 키워 나가는 방법이지 단기에 대박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아니니까요.

중소기업이 대기업 임원을 영입하려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스템적으로 조직을 혁신해 성장 기반을 구축하려는 겁니다. 단순히 개선하고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근본적인 틀을 바꿔 보고 싶은 거죠. 다른 하나는 대기업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익힌 기법과 안목·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과를 단숨에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웬만큼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임원이 아니라면 두 상황에서 모두 기대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경영 혁신이나 영업 마케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역량만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임원도 회사를 넘어서는 역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아무리 탁월한 역량을 갖춘 베테랑 임원이라고 할지라도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임원이 귀하의 회사에서 세계적 제품을 개발하고 획기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과도한 기대는 과도한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