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편기 투자전략②]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증시 변동성 커져, 20년 주도할 ‘1등주’ 찾아야
“메가트렌드에 올라타라… 4차 산업혁명·중국 소비재 ‘주목’”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비상한 통찰력으로 메가트렌드를 파악한 뒤 과감하게 투자하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이미 30여 년 전에 중국이 세계의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 또한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을 읽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뒷받침 된 결과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가장 손쉽게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메가트렌드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무역 갈등 격화 등 대내외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면 이와 같은 메가트렌드 투자가 더욱 빛을 발한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증시 또한 이와 같은 변수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와 같은 시장의 큰 흐름을 꺾을 수 없고 결국 이와 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기업에 올라타는 것이야말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란 얘기다.

◆4차 산업혁명 1등주, 중국 1등주에 투자하라

조 센터장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메가트렌드는 두 가지다. 4차 산업혁명과 중국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증시 호황을 주도한 것은 단연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막대한 기업 이익을 바탕으로 연일 나스닥$다우지수 등의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끌어 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우려 등으로 미 증시 또한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큰 흐름에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센터장은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9%인데, 이들 FANG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각각 연간 30~40%에 달한다”며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매출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6%, 73% 증가했고 넷플릭스는 각각 40%, 74% 급증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괴적 혁신을 동반하는 4차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승자 독식’ 체제의 성격이 강하다. 적어도 향후 10~20년간은 이들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들의 선택지는 매우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 FANG이 있다면 중국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있다. 중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 내 중산층의 소득이 증가하고 중국 소비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1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소비는 2016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6% 늘어날 전망이고 2027년까지 중국 인구의 65%가 중산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내 중산층의 비율이 약 30% 정도인 만큼 그 숫자가 2배 이상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보면 온라인 콘텐츠와 전자 상거래 등을 기반으로 하는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가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현재 ‘KTB중국1등주’를 비롯해 국내 자산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7개 ‘4차 산업 1등주’와 ‘중국1등주’ 펀드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는데, 수익률이 꽤 높다. KTB중국 1등주는 6월 15일을 기준으로 연 수익률이 7.84%, UBS4차산업1등주플러스는 12.94%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시장에 대한 투자 전략 또한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고려해야만 한다. FANG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의 부상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업체들이다.

조 센터장은 “글로벌 반도체 호황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 호황은 거품’이라거나 국내에 ‘반도체 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현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을 더욱 육성해야 할 때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반도체 호황의 지속 여부는 한국 기업이 결정하는 문제라기보다 아마존$구글$텐센트$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한 서버 수요의 증감 여부가 더욱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며 “아직은 해당 기업들의 서버 증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해외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향후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반도체 업종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서비스 시장의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콘텐츠 업체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류 콘텐츠를 주도하는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 대표적 드라마 제작사인 CJ E&M 계열 ‘스튜디오드래곤’이 대표적이다.

◆ 남북경협주도 ‘우량주’ 중심 투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례없는 강세장을 이어 갔다. 시장에선 ‘코스피 3000 돌파’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스피는 2300대까지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조 센터장은 “한국 경제나 증시는 내부 경제지표보다 수출 경기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G2 간의 무역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어 시기상으로는 어려움이 많이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달러 강세 흐름을 보이게 되고 외국인들은 신흥시장의 투자 비율을 낮춰 가고 있다. 신흥국 중에서도 비율이 높은 국내 증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국인 매도세에 달러 강세 기조가 더욱 강해지는 악순환이다.

올 들어 끊임없이 ‘신흥국 위기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 센터장은 “사실 글로벌 경제가 위기는 위기”라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를 비롯해 최근 이탈리아까지 유럽의 심각한 재정 적자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안 된 상태다. 일본 또한 제로 금리 정책 이후 재정 적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각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인위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하며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간 확장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그동안 제로 금리 등을 통해 풀어놓은 과잉유동성이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조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의 흐름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혹은 내년 하반기에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와 같은 ‘글로벌 경기의 흐름’과 ‘향후 10~20년을 주도할 메가트렌드’의 흐름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와 같은 이유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된다면 각 국가와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시장은 이미 과잉 상태이고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 등은 이제 막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2850까지 전망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이 컸지만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상승 폭도 두 배로 커졌다는 얘기”라며 “무엇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정학적 긴장 완화를 비롯해 그동안 국내 증시를 억눌러 왔던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면 외국인들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에 남북 경협에 따른 새로운 기회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주도하기 위해 리서치센터 내에 ‘한반도 통일경제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하고 차후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다만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남북 경협주 또한 ‘우량주’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조 센터장은 “향후 성장성 확보를 위해서는 남북 경제협력과 교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리 정부를 비롯해 기업들이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향후 테마주에서 ‘성장주’로 변신할 수 있는 동력이 매우 크다”며 “하지만 초기 테마주의 주가가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독일 통일 이후를 참고했을 때 남북 경협 초기에는 현대건설$태영건설 등 건설주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