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그림의 떡’ 같은 유능한 인재 영입 가능…비용도 크게 낮아져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최근 회사의 임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 하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일부 임원들은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에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임원들은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맞지만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따라서 경쟁 기업들이 축소 전략을 펼칠 때 투자를 계속해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력 운영에 관해서는 의견이 더욱 분분합니다.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임원들은 지금은 몸집을 최소화하면서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합니다. 필요하다면 일정한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도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임원들은 훈련된 인력을 내보내면 회사의 경쟁력이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설령 불황이 조금 길어져도 이 기회에 우수한 인력을 적극 영입해 회사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자고 주장합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인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최고의 인재’는 불황일 때 잡아라
(사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A.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 경영자들은 ‘사업적 동면’을 검토하게 됩니다. 투자를 축소하고 제품과 서비스 생산을 줄여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게 되죠. 불황의 한파가 강할 것으로 예상하거나 회사의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불필요한 시설이나 자산을 매각합니다. 이렇게 기업이 불황에 직면해 긴축 경영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인력 감축입니다.

그런데 인력 감축은 귀하의 회사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 상당히 고민스러운 주제입니다. 직원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회사의 조직 문화와 사업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직원을 채용해 교육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필요할 때 쉽게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기업이 인력 감축에 들어가면 핵심 인재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심 인재의 이탈은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웬만한 불황이 아니면 감원을 선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불렸던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 회장은 “경기가 좋다고 고용하고 불황이라고 해고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 구도에 해를 입히는 것”이라며 “기업의 단순한 존속을 위한 원칙 없는 해고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필립 코틀러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불황기에 최고경영자(CEO)는 ‘경영의 마약’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가 환각 상태에 빠져 비틀거릴 때 유능한 CEO조차 마약에 손을 댑니다. 핵심 인재를 해고하고 기술과 제품 개발을 축소하며 중대한 결정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이것은 마약처럼 일시적인 위안을 주지만 거기에 중독되면 결국 기업을 파멸로 이끕니다.”

경영 구루들 “불황에 고용 축소는 안 돼”

많은 경영자와 학자들은 이렇게 불황기 고용 축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귀하 회사의 임원들처럼 고용 축소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우수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불황기의 경영전략에 적합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귀하 회사의 임원들은 왜 그런 주장을 할까요.

불황기일수록 우수한 인재 영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그리 낯선 게 아닙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 공업국의 100년이 넘은 장수 기업들은 대부분이 불황기에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것을 기본적인 인재 관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특히 채용과 감원은 언제나 둘 다 하는 것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휴렛팩커드(HP)의 창업자인 빌 휴렛과 데이브 패커드는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영입할 인재가 발견되면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두 사람은 “HP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경제 상황이 어떻든 꾸준히 사람에게 투자한 것”이라고 답변합니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2009년 신임 전무와 대화에서 불황기는 인재 영입의 호기라면서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불황이라고 구조조정을 해서 사람을 내보내면 원래 있던 사람들의 충성심도 낮아집니다. 우수한 인재들도 같이 떨어져 나갑니다. 오히려 호황에 대비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선발해야 합니다. 불황은 기회입니다. 호황 때는 사람을 뽑기도 어렵고 뽑아도 검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황 때는 좋은 사람을 뽑기가 쉽습니다.”

호황 땐 뽑기도 검증도 어려워

기업들이 불황기에 우수한 인재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평상시 쉽지 않은 경쟁 회사의 고성과자를 영입할 수 있습니다. 불황기에는 많은 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고성과를 창출하는 핵심 인력의 일부가 회사를 떠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온 핵심 인력들도 갈 곳이 많지 않습니다. 불경기에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용 담당자들이 노력하면 평상시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던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경쟁 기업의 핵심 인력들에게 직접 영입 제안을 하면 전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평상시처럼 꼼꼼하게 인력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의 구심력이 약해지고 원심력은 커집니다. 따라서 핵심 인재들도 영입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경험이 많은 인사 담당자들은 불황기에 헤드헌팅 회사를 적극 활용해 우수한 인재들의 영입을 추진합니다.

둘째, 우수한 인재의 영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호황기는 물론 평소에도 기업이 핵심 인재를 영입하려면 파격적 연봉과 직급, 직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핵심 인재는 모든 기업들이 원하기 때문에 이미 좋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영입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불황이 시작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일반 직원들은 경기에 따라 몸값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판을 바꿀 만한 핵심 인재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연봉이 크게 출렁입니다. 이 때문에 불황기에 핵심 인재를 영입하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CEO나 임원,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가볍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고 한다면 불황기가 절호의 시기인 셈입니다.

셋째, 불황기에 인재를 영입하면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갑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몸을 웅크리고 몸집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의 내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 뭐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갖는 직원들도 생겨납니다. 본격적으로 투자를 줄이고 공장 가동을 멈추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회사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을 뽑으면 직원들은 회사의 미래를 낙관하게 됩니다. 회사의 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회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게 됩니다. 특히 경쟁 회사의 고성과자나 고급 기술을 갖고 있는 핵심 인재가 들어오면 내부 분위기는 매우 좋아집니다. 이렇게 높아진 직원들의 사기는 일상 직무는 물론 고객에게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회사의 브랜드를 탄탄하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은 경기 침체 때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재 영입을 꼽고 있습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직원의 사기’

불황은 기업을 위기로 몰아갑니다. 자칫 잘못해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황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불황의 타격이 적은 기업은 불황을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황기에 경쟁사와 인적 역량의 격차를 벌려 도약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하는 겁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기업, 신규 사업을 벌이는 기업, 경쟁 회사를 따라잡고 싶은 기업에 불황은 고급 인력을 수혈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경쟁사나 선발 회사의 고성과자를 많이 영입하면 기업의 수준을 단숨에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성공한 기업들은 불황이 시작되면 반사적으로 인재 시장에 주목합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입니다. 2001년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경쟁 회사들이 일제히 긴축 경영에 돌입했지만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는 달랐습니다. 그는 연구·개발비를 확대하면서 공격적 경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잡스 전 CEO는 특히 고용과 사업의 축소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경쟁 회사의 핵심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IT업계의 핵심 인재들이 잡스 전 CEO가 내민 손을 잡고 애플 진영에 합류한 겁니다. 당시 영입한 인재들은 애플의 눈부신 성공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귀하의 회사도 우수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불황을 역전의 계기로 만들어 보세요. 불황기의 기업에 인재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물론 기존 인력마저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인력을 충원한다는 것은 참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경영과 사업은 한두 해 앞을 내다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불황기 인재 영입에 성공하려면 한 가지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사전에 인재 시장을 꼼꼼히 살펴 누가 핵심 인재이고 영입할 인재인지 파악해 둬야 합니다. 경쟁사의 고성과자가 누구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이 회사를 나왔거나 나오려고 할 때 입사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평상시 이들과 관계를 맺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을 표명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