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고급 인재에 ‘광적인 집착’…“열정 식은 직원을 내치는 것도 CEO의 임무”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최근 눈을 확 뜨게 만드는 입사 지원서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학력과 경력의 소유자들입니다. 언론을 통해 회사가 많이 소개된 때문도 있지만 날로 심해지는 취업난도 유능한 인재들의 입사 지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지원자들의 처리를 두고 회사 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임원들은 현재 회사에 인력 수요가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뽑으면 인력 과잉으로 비용만 늘어날 뿐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특히 회사가 자꾸 더 유능한 사람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기존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다른 임원들은 유능한 인재라면 일단 뽑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조직의 전체 역량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일부 임원들은 인력이 너무 많다면 기존 직원들 가운데 역량이 부족한 직원들을 내보내서라도 지원자를 받아들일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무시하자니 너무 아깝고 받아들이자니 부담이 큰 지원자들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원을 ‘천재’ 아니면 ‘얼간이’로 나눈 스티브 잡스
A. = 2000년대 초반 한국 기업들도 귀하의 회사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대졸 신입 사원을 공채하는 과정에서 예상 밖의 사람들이 대거 지원서를 낸 겁니다. 대부분 국내외 명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외환위기가 진행되면서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바람에 진로를 고민해 왔습니다. 박사학위 과정을 밟자니 비용 부담이 큰 데다 학위를 받더라도 미래가 불투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취업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민간 분야는 물론이고 정부 부처나 공기업, 대학 등 공공 분야의 채용 문도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대기업의 대졸 신입 사원 공채에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석사학위를 인정하지 않아도 대졸 신입 사원으로라도 뽑아준다면 기꺼이 입사할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내로라하는 곳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일부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으니 기업들이 일반 대졸자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지식·기술 기업은 ‘인재’가 전부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들을 뽑지 않았습니다. 다른 신입 사원들보다 나이가 2~4세 많아 적응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인력 운용에도 차질이 우려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대기업은 달랐습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이들이 워낙 탐이 나는 인재여서인지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인사·재무·현업부서 간부들에게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아내도록 요구했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회사는 이들을 뽑기로 했습니다. 연구·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대졸 신입이 아니라 석사급 특별 채용 방식을 적용해 받아들이기로 한 겁니다.

우수한 인재를 발견했을 때 기업들의 대처 방안이 각기 다른 것은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인재 관리 방식과 기업 문화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인재 관리 방식을 다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업을 전개하는데 필요한 핵심 동력입니다. 사업을 펼칠 때 숙련된 경험이 중요한 기업은 직원들의 장기근속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업무 경험이 많은 직원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생산성이나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직일수록 직원들의 조직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협업 능력과 조직 적응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선호하게 됩니다.

한국의 제조·유통 분야 기업들은 대부분이 이런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에서 성과는 많은 업무 경험을 통해 숙련된 기술과 고객 대응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장기근속을 장려하고 연공서열이 높을수록 직무와 연봉을 우대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자동차·철강·기계·화학·도소매·물류 분야 기업에서 연공서열과 상명하복 문화가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웬만큼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기존 직원들과 잘 섞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은 좋은 역량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뽑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소 역량이 부족해도 조직원들과 잘 호흡하면서 조직의 일원으로 충실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높게 평가합니다. 귀하 회사의 일부 임원들이 더 우수한 인재를 뽑기보다 기존 직원들에게 관심을 쏟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영위하는 사업에서 직원들의 경험과 조직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지식이나 기술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식이나 기술 수준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는 첨단 기술이나 기술을 갖고 있고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를 최대한 그러모아야 합니다. 기업들의 인재 확보 전쟁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주로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재 찾으라” 임원들도 들볶여

앞서 소개한 것처럼 외환위기 때 한 대기업이 석사급 인재를 뽑은 것도 지식과 기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개발 분야는 경험보다 지식이나 기술이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점에서 이 회사가 애초 계획과 달리 연구·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고급 인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식과 기술이 뛰어난 인재를 보고도 뽑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테니까요.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첨단 기술 분야의 사업이 성공하려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 그런 인재를 관리하는 방법도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고급 인재 확보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던 것도 기술과 지식 수준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재에 대한 그의 갈증은 늘 해소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는 틈 날 때마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고 외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인재를 찾아오라고 들볶았습니다. 이 때문에 애플의 직원들은 세상을 바꿀 정도의 차별적 지식과 기술·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고 세계 곳곳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그의 최고에 대한 열정은 기술과 지식이 뒤지는 사람을 배척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사람을 함부로 다룬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 것도 사람을 너무 막 대한 게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사람을 천재가 아니면 얼간이로 분류했다고 말합니다. 제품을 평가할 때 최고가 아니면 쓰레기로 치부했던 것처럼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도 천재로 대접하거나 바보로 취급했다는 겁니다. 애플의 직원들 가운데 천재로 평가받지 못하는 직원들은 심한 모욕감을 느껴야 했고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은 짐을 싸야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광적인 인재 집착이 없었다면 오늘의 애플은 존재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최고 인재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다음에 잘 나타납니다.

“삶에서 만나는 것들은 대부분이 최고와 평범함 사이의 차이가 30% 정도입니다. 최고의 항공 여행, 최고의 식사, 이런 것들은 평범한 항공 여행이나 식사에 비해 30% 정도 더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워즈(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에게서 평범한 엔지니어보다 50배나 뛰어난 엔지니어를 봤습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회의를 열 수도 있는 인물이었지요. 맥팀은 그와 같은 완전한 팀, 즉 A급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어요. 저는 A급 선수들은 A급 선수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들은 C급 선수들과 일하는 걸 몹시 싫어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 최고의 인재를 모으는 것이 CEO로서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또 최고의 인재를 모으는 것 못지않게 역량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열정이 식은 직원들을 조직에서 빼내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조직원들의 역량과 업무 몰입도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성과를 내는 지름길이라고 여겼던 겁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 때문이 아니라 천재를 모으고 그들의 능력과 열정을 업무에 녹아내게 만드는 그의 인재 관리 때문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시대에 따라 인재 관리도 달라지는 중

스티브 잡스식 인재 관리가 모든 기업에 다 통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전통적 개념의 제조나 유통 기업에서 스티브 잡스처럼 인재를 관리했다가는 조직과 사업이 유지되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무조건 스티브 잡스처럼 인재를 관리하라고 권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산업과 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업과 기업에서 경험보다 지식과 기술이 중요해지고 창의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제조나 유통 기업들도 첨단 기술을 도입해 변신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도 당연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식과 기술에서 앞선 직원들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겁니다. 기업의 인재 관리 방식도 따라서 변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와 똑같지는 않지만 점점 더 그의 방식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귀하의 회사도 이 같은 기업들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첨단 기술과 지식이 중요해지는 쪽으로 사업 구조와 업무 방식이 바뀌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조직 구성원이나 조직 문화도 이것을 감안해 바꿔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에 지원하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의 채용을 적극 검토해 보세요.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3호(2018.07.30 ~ 2018.08.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