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편기 투자전략④]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현재 주가 하락은 정책 요인 탓”
“하반기도 IT업종이 증시 이끌어 갈 것”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약력 : 1972년생. 1999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2007년 고려대 K-MBA. 1999년 동원경제연구소. 2001년 동원증권 리서치센터. 2005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16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재점화되며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1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당초 10%에서 25%로 올릴 것을 지시했다. 중국도 보복을 경고하고 나서며 무역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신흥국 증시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하락까지 맞물리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로부터의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다음 날인 8월 2일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다시 23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 전쟁 등 연초보다 불확실성 요인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한국 증시는 정보기술(IT) 산업이 전체 기업 이익과 투자 심리를 이끌어 가는 시장인 만큼 향후 점진적인 주가 반등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설비 투자 확대 지속, IT기업 이익추정치 상향 조정

주식은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다. 다시 말해 어떤 기업의 실적이 ‘예상한 것만큼’ 잘 나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예상한 것보다’ 더 높은 실적이 나와야 주가 또한 상승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증시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탄탄한 편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상한 결과’다. 증시 상승을 견인할 만한 이익 모멘텀이 약하다는 진단이다.

윤 센터장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영국$미국$홍콩$싱가포르 등 현지 법인장들과 하루 종일 상반기 실적 회의를 진행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생생한 반응을 전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며 “올해는 외국인들이 지난해만큼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력이 낮아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과거 한국은 글로벌 평균 대비 고성장하는 나라였지만 현재는 경제성장률이 평균 대비 떨어졌다. 주가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증가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 가능성이 커진 데다 대북 경협 속도도 기대했던 것보다 느리게 진전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의 시행 등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정부 정책의 파급력이 확산되며 내수주 심리 또한 약화된 상태다.

그는 “현재 국내 증시의 하락은 주요 산업에 변곡점이 생겨서라기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나쁜 게 아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흐름이 계속 쌓이다가 남북 경협과 같은 ‘어떤 계기’가 생겨나면 한순간에 외국인들 또한 매수 기조로 빠르게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로는 2200에서 2600선을 제시했다. 내년에는 280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그 근거로 먼저 ‘수출의 질이 좋다’고 분석했다. 관세청이 발표하고 있는 수출 동향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일평균 수출액은 4월부터 6월까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1억8000만 달러, 5월에는 23억7000만 달러, 6월에는 23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윤 센터장은 “조선업을 포함해 국내 전체 일평균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출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특히 통신업에서 2019년부터 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IT 설비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관련 IT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하반기에도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IT 업종이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할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 외국인 투자자 유인할 정부 정책 뒷받침돼야 성공”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과 남북 경협의 확대 또한 하반기 증시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윤 센터장이 밝힌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의 흐름이 매수세로 전환되는 ‘그 어떤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남북 경협과 관련해서는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인 대화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단 남북 경협 재개를 위한 유엔 제재 해제가 이뤄지기까지 약 ‘1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이 밖에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기대감을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30일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연기금이 자금을 위탁하는 자산 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도 일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먼저 의결권 개시 등 주주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불투명한 지배구조 이슈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윤 센터장은 “실제로 일본에서도 2014년 최대 공적연기금인 GPIF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투자 기업들의 장기적인 수익률이 높아지는 성과를 얻었다”며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그 또한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 자금이 충분히 유입돼야 그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도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할 만한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친기업 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센터장은 “무엇보다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 또한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을 넓혀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의 1.8%이지만 미국은 54%다.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초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열려 있는 시장인 셈이다.

윤 센터장은 “미국 주식은 하반기에도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경기 호황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밸류에이션 조정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윤 센터장은 2분기 및 하반기 매출액과 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IT$헬스케어$에너지$금융 업종을 추천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4호(2018.08.06 ~ 2018.08.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