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그룹 대외 활동 총괄…“삼성·CJ 관계 개선 신호탄” 관측
CJ, ‘40년 삼성맨’ 박근희 전 부회장 영입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박근희(사진) 삼성생명 전 부회장이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CJ그룹은 박 전 부회장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8월 10일 발표했다.


CJ 관계자는 “박 전 부회장은 삼성에서 쌓아 온 오랜 관록을 토대로 CJ대한통운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CJ그룹의 대외 활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청주대 상학과 졸업 후 1978년 삼성 공채 19기로 삼성SDI(구 삼성전관)에 입사했다. 상고(청주상고)·지방대 출신으로 부회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충북 청원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농사짓는 부모님을 돕고 동생 두 명을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고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동생들을 뒷바라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부회장은 삼성 입사 후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 등을 거쳐 2004년 사장 승진과 함께 삼성캐피탈·삼성카드 대표를 맡았다. 이후 삼성그룹 중국본사 사장, 삼성생명 사장·부회장,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삼성생명 고문으로 재직했다.


박 부회장은 경영진단팀장 시절이던 2002년 상반기 날카로운 안목으로 삼성에 닥칠 위기를 사전에 막아냈다. 당시 그룹 내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던 삼성카드를 정기 감사한 뒤 “비록 지금 연 1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양적 팽창을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그룹이 쉽게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제출했다. 그의 혜안 덕에 그룹 차원의 사전 조치가 시행됐고 삼성카드는 6개월 후 터진 ‘카드사태’ 때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하자 이를 책자로 만들어 협력업체에까지 전파해 ‘신경영 전도사’로 불렸던 일화도 유명하다.


한편 박 전 부회장이 CJ로 옮기는 것을 두고 삼성·CJ 간 관계 개선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직접 만나 박 부회장 이동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의 한 지인은 “고 이병철 부회장의 유산 문제로 불편한 사이였던 두 그룹이 이번 인사를 통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며 “박 부회장이 중간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아버지 세대와 다른 차원의 관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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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