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재편기 투자전략⑥]
-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하반기 코스피 2200~2400 전망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중심’ 경제,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터키·아르헨티나발 신흥국 위기는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은 장기화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8월 16일 연중 최저점(종가 2240.80)을 기록한 이후 반등세를 보이나 싶더니 9월 5일 다시 2300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야말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 막막한 상황에 가장 확실해 보이는 답을 고르자면 ‘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하반기 증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자산 전략이 중요하다”며 “투자 환경의 여러 변화 요인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안전지대는 어디

하지만 그의 강조점은 조금 더 근본적이고 폭넓다. 단순히 ‘구글과 아마존처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투자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아마존 이펙트’를 강조했다. 아마존 이펙트는 아마존이 진출한다는 소문이 돌면 해당 산업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공포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파괴적 혁신’을 수반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는 게 미래의 투자 전략을 세우는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아마존만 해도 최근에는 사업 영역을 점점 더 넓혀가면서 미국의 제약유통업$보험업$배송업 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며 “플랫폼 비즈니스, O2O, 공유경제, 소비자 중심 경제, 지식자본주의 등 우리 일상생활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롯데마트 사례를 들었다. 롯데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의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알리바바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중국 내에 오프라인 유통시장 자체가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 역시 ‘아마존 이펙트’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과 기업은 어디일까. 대신증권은 올해 초 ‘4차 산업혁명 안전 등급’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해 50개 펀드, 300개 기초 자산(국가$산업$기업$원자재 등)에 등급을 부여했다. 보통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경기 전망, 외국인 수급, 배당성향 등 일반적인 점검 항목들이 있다. 여기에 더해 장기 투자자라면 ‘4차 산업혁명 안전 등급’을 반드시 추가로 점검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자산은 ‘맑음(sky blue)’, 영향이 없거나 미미한 자산은 ‘보통(neutral green)’,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자산은 ‘흐림(dark gray)’으로 분류했다.

그중 ‘맑음’ 등급을 받은 대표적인 산업은 방산$항공$미디어&콘텐츠$로봇$제약&바이오 등이다. 김 센터장은 “방산은 무인 경계 시스템 강화 등 정책 수혜가 가능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여가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행 산업$항공$미디어&콘텐츠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흐림’ 등급을 받은 업종은 자동차$은행$유통$정유 등이 대표적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자율주행차, 차량 공유경제 등이 활성화되면 향후 국내 가정이나 기업에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비율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예상되는 이유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로보어드바이저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의 발달로 핵심 비즈니스를 보완, 대체할 수 있는 은행 업종도 안심할 수 없다.

글로벌 기업과 주요 국가의 등급도 참고해 볼만 하다. 정보기술(IT) 보안이 취약하고 성차별과 계급제도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는 ‘흐림’, 세계 자율주행 기술의 중심지 이스라엘은 ‘맑음’ 등급을 받았다.

◆ 하반기 국내 증시 약세장, 배당주·우선주 중심 투자 전략

김 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미·중 무역 분쟁이다. 김 센터장은 “과거의 무역 분쟁 사례를 보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분쟁을 일으킨 국가가 승리하게 되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번에도 결국 중국이 굴복할 것이지만 중국도 야심이 크기 때문에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장기화로 타격을 받는 나라는 이들 국가에 대한 무역 비율이 높은 나라들이다. 대만$캐나다가 대표적이고 한국도 포함돼 있다. 현재 경상수지만 놓고 보면 한국은 아직 안정적으로 판단되지만 무역 분쟁이 길어질수록 안심할 수만은 없다.

‘역사상 최장 호황’을 맞고 있다는 미국 증시도 고점을 찍은 후 꺾일 조짐이 보인다. 김 센터장은 “이미 미국 외의 일본이나 유럽도 경기 모멘텀 자체는 꺾였다”며 “최근에는 미국도 소비$투자$부동산 지표에서 균열이 감지되면서 호황이 끝물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 미국의 경기 확장이 종료되는 것 자체가 미국 외 국가들의 경기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중심의 경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김 센터장은 ‘달러 자산’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권했다. 미국과 그 외 국가들 간의 경기와 통화정책 격차가 확대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증시와 채권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아 보인다.

김 센터장은 “하반기에는 변동성이 높은 만큼 자산 전략 차원에서 채권 같은 안전 자산의 비율을 높이고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해 대체 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부동산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1월 리서치센터에 해외부동산팀을 신설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해외부동산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팀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2018년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2200~2400을 전망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반등이 있을 수 있지만 10월 이후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약세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안정적일 것으로 보이는 배당주와 우선주를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금금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의 도입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의 배당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우선주의 배당금 증가에 따른 배당수익률 상승 폭이 보통주에 비해 클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되고 주주 친화 정책이 강화되면 국내 증시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이는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