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순구 고려대 로스쿨 원장 인터뷰-“실무와 학문 모두 중요해…변호사 시험 제도 개선해 로스쿨 도입 취지 살려야”
명순구 고려대 로스쿨 원장 “‘법창의센터’로 미래에 기여할 것”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1962년생. 1980년 서울고 졸업. 1985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7년 고려대 법학대학원 석사. 1994년 파리1대학 법학박사. 2017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법과대학장·법무대학원장(현).

[대담=장승규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정리=김정우 기자]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진행하는 ‘전국 로스쿨 랭킹’ 조사에서 사립대 부문 1위는 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차지였다.

올해 결과 역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고려대 로스쿨은 이변을 허용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사립대 1위 자리를 수성했다. 2014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후 무려 5년 연속이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로스쿨에서 10월 10일 명순구 원장을 만나 고려대 로스쿨이 계속해 좋은 평가를 받는 비결과 함께 향후 로스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명 원장은 “고려대 로스쿨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선 가치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며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낮아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당초 로스쿨 설립 취지가 어긋나고 있다. 이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로스쿨이 올해 조사에서도 최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좋은 전통과 뛰어난 교수진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이 매년 입학하는 것을 가장 큰 강점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고려대 로스쿨은 법 학문에 대한 신경을 특별히 많이 쓰는 것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로 꼽고 싶어요.
로스쿨 시대에서의 교육과정은 실무 위주의 변호사 양성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본 학문에 대한 투자는 로스쿨 일반적 지표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실무에만 집중하다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법학이라는 학문의 황폐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이라는 기본 학문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려대는 법대에서 시작했고 약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100년 전 통용되던 법 관련 교과서가 있는데 한자가 많아 읽기 어려워요. 그래서 이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 학생들 중 논문을 잘 쓴 학생의 출판을 해주는 사업이나 박사과정 이후 학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학생이 있으면 상도 수여하고 있죠. 이런 일련의 학문적인 활동으로 구성원들의 높은 수준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설립한 ‘법창의센터’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스쿨 출신 중 성적이 좋은 이들은 일반적으로 판사나 검사, 대형 로펌에 들어가죠. 이런 전형적인 유형들이 우리 법률 문화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 관점에서 미래 법률 수요를 보면 뛰어나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전 분야에 골고루 분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서초동 법조타운에 법창의센터를 개설했습니다. 현재 2팀이 입주했는데 4팀을 추가해 총 6팀을 올해 안에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그들이 하는 활동들이 법률 문화의 밀도를 높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일종의 법률 스타트업인데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기부를 받은 것이 센터 개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법률 스타트업이 입주하는 만큼 공간이 법조타운에 자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판단이 들었지만 가격 문제 때문에 적당한 공간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동문 중 고대 법대 99학번인 정승우 유중재단 이사장이 있는데, 이런 고민을 얘기했더니 10억원 상당의 기부를 흔쾌히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법창의센터가 만들어졌어요.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센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개방성이라는 것입니다. 고려대 정도 되는 학교면 자체적인 발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무 역시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고려대 출신 학생이 타 학교 출신들과 함께 팀을 이루더라도 입주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로스쿨이 출범한 지도 10년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요.
“로스쿨의 기본 취지는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시험이 아닌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이었습니다. 둘째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사람들을 로스쿨에 유입해 법조인의 전문화를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두 가지 취지가 아직은 완성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은 어떤 측면에서 미완성이라고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제한하다 보니 합격률이 크게 떨어져 문제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변호사 시험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죠. 결국 로스쿨 교육은 현재 변호사 시험 위주로 왜곡되고 말았죠. 결론적으로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변호사 시험은 절대평가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사실 상대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변호사들의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합격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일단 많은 졸업생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고 어떤 변호사가 되는지는 결국 시장 수요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올해 합격률이 50% 아래로 떨어졌는데 합격자를 지금보다 늘려야 합니다. 변호사 시험 통과가 어렵다 보니 학생들이 여기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 때문에 로스쿨에서의 커리큘럼도 변호사 시험에 맞춰져 다양하지 않아요. 처음에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70% 정도였어요. 이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조인의 다양화는 왜 당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도 로스쿨 입학생의 대부분이 경영이나 경제학과 등 인문계 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미국만 보더라도 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학생들이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국의 로스쿨도 그런 취지에서 만들어졌지만 아직 그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에요.
제가 분석한 원인은 이렇습니다. 상담해 보면 이공계 학생들은 학점이 대부분 낮아요.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공계는 전반적으로 학점을 인문계에 비해 낮게 주는 편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합격률 역시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형평성을 따져 이공계 학생들의 학점을 보정해 주는 방법이나 면접과 정성평가에서 올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려했지만 입시 비리를 우려해 교육부에서 절대 못하게 하고 있어요. 이에 따라 로스쿨의 다양성 역시 저해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4호(2018.10.15 ~ 2018.10.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