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투자 변곡점’… 다시 짜는 2019 재테크 전략 ]
-연초 대비 75.5% 하락…미국 니스닥, 내년 1분기 비트코인 선물 상장 ‘기대감’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최후의 저지선도 깨졌다.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 얘기다. 비트코인 시세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6000~8000달러 선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지난 11월부터 폭락을 거듭해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6000달러를 뚫고 4000달러마저 붕괴됐다. 국내외 강도 높은 제재와 최근 비트코인 캐시의 하드포크 내전으로 공포에 질려 암호화폐를 내다 파는 ‘패닉 셀’이 이어진 것이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월 6일 기준 1BTC(비트코인 단위)의 가격은 3757달러다. 4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 들어 처음으로, 연초(1월 2일 기준) 시세인 1만5364달러에서 무려 75.5% 하락한 수준이다.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의 구세주 될 수 있을까
국내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1BTC에 2500만원대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약 11개월이 지난 12월 6일 현재 435만원(빗썸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연중 최고점(2800만원)과 비교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 84.5%다. 추풍낙엽처럼 고꾸라지는 비트코인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의견을 펼친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2017년과 같은 광풍은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며 주요 변수에 따라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론한다. ‘고위험·고수익’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 계속 투자해도 될까.

광풍 1년 후…“투자가치 하락?”

“거의 없어요. 외국인들이 가끔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러 오긴 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자리한 와인 레스토랑 ‘더젤’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 1호 가맹점이다.

이제춘 더젤 대표는 비트코인의 성장 가능성에 매료돼 2016년 11월 말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반도에 비트코인 광풍이 분 지 1년 후 이 대표는 “작년에는 비트코인 오프라인 거래가 궁금한 이들이 1주일에 한 번꼴로 찾아와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가격이 떨어진 뒤로는 이마저도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태원의 한 공간. 암호화폐 투자 사정에 밝은 외국인들이 몰리며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했던 비트코인센터코리아에는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세미나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50여 명이 참여해 북새통을 이루던 지난날과 다르게 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오랜 하락장에 투자자만 시장을 떠난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의 하방 지지선이 맥없이 무너지자 수익성이 깨진 채굴업자들 역시 짐 싸기에 분주하다. 세계 3대 암호화폐 채굴 풀 중 하나인 F2풀의 설립자 마오스 항은 최근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11월 중순부터 약 2주 사이 60만 명에서 많게는 80만 명의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채굴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즉 암호화폐를 향한 투자 심리가 꺾인 것은 아니다. 이른바 암호화폐 ‘존버족’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승장’을 기대하고 있다. 올 상·하반기에 우후죽순으로 열린 비트코인 투자 설명회들은 매진 행렬을 거듭했다. 아직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은 잠재적 투자자들 또한 설명회에 참석해 비트코인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더젤의 이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이 대표는 비트코인 결제 고객이 줄어든 최근에 오히려 또 다른 암호화폐인 ‘마이크로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추가 도입했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받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암호화폐가 필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며 “400년 역사가 걸린 주식시장, 20년 역사가 흐른 인터넷 산업처럼 암호화폐 산업 역시 오래 보고 투자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이끄는 나세용 비트코인센터코리아 대표 또한 사실상 ‘수익 제로’의 상황에서 커뮤니티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나 대표는 “대중의 관심은 줄었지만 광풍이 일기 전 이미 비트코인의 미래 가치에 투자했던 이들은 여전히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발전의 필수요소로 책임감을 갖고 비즈니스 모델 육성 교육(세미나)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을 닫는 채굴업자들이 있는 반면 해외 이전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국내 채굴업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여기며 전기료가 보다 저렴한 곳에서 채굴을 이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암호화폐의 바탕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다. 블록체인이 거래 당사자 간 신뢰 확보를 위해 탈중앙화를 달성한 최초의 소프트웨어 기술인 만큼 암호화폐 역시 제3의 신뢰 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 전달 체계로서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나 대표는 “비트코인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수요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실상 비트코인 가격이 제로(0원)가 되거나 암호화폐 시장이 아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잠긴 주소와 기관투자가

시장에 살아남는다면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해도 될까. 아쉽게도 비트코인의 미래를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모두 암호화폐와 암호 경제가 만들어 내는 현상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의 향방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즉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여겨 재테크를 하면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단 암호화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비트코인의 나스닥 상장’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비트코인 선물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재 규제 당국인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심사 통과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나스닥 측은 비트코인 선물에 기관투자가들의 물밑 수요가 높아 다년간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한 후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에 나스닥 거래 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핀테크 기업을 운영하는 마이크 카야모리 쿠오인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며 “새해 들어 많은 촉매제가 비트코인 시장의 지속 가능한 상승에 영향을 미치며 2019년 말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마켓 메이커’가 되기 위해 일부러 가격 하락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론도 있다. 규제 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선물시장의 규모가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난 8월 이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여전히 제도권의 벽이 높은 만큼 기관투자가가 시장에 참여하기 쉽지 않고 이들의 수요에 의한 가격 상승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다. 또 기관투자가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전면으로 나서면 암호화폐의 본질 가치(탈중앙화)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 변수는 또 있다. 바로 ‘빅 홀더'들 중 잠긴 주소의 향방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지만 비트코인을 다량 보유한 주소들의 특별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11월 말 현재 1만 BTC 이상이 담긴 지갑의 개수는 총 123개로 폭락 이전과 변함이 없다. 비트코인 총량으로 따지면 약 20~30%다. 즉 빅 홀더들의 패닉 셀로 최근의 가격 붕괴가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오태민 크립토비트코인 연구소장은 “1만 BTC 이상 막대한 가치를 포함한 주소들 중 거래소 지갑을 빼고 대부분은 몇 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의 정체야말로 비트코인의 가격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만약 영원히 움직일 수 없는 비트코인이라면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다고 볼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움직이지 않던 비트코인’이 언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면 가격은 폭락하고 어쩌면 비판론자들이 그렇게 부르짖던 붕괴의 악순환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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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2호(2018.12.10 ~ 2018.1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