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경제적 논리 아닌 정치적 논리”…대규모 예타 면제 우려
예타 면제의 딜레마, ‘발전일까 혈세 낭비일까’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예타 면제’라는 이슈로 논란이 많다. ‘예타’는 ‘예비타당성조사’의 준말로, 어떤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보통 BC가 1 이상이면 사업성이 있다는 뜻이고 1 미만이면 적자 사업이 될 것을 의미한다.

BC(Benefit per Cost ratio)는 직역하면 비용편익비율을 말한다. BC가 1을 넘지 않는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전철처럼 세금 먹는 하마가 될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서 예타라는 과정은 정말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도시에는 10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어떤 통신사가 이 도시에 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하는데 기기 값이 10억원 정도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1인당 1000원 정도만 부담하면 기존보다 열 배나 빠른 인터넷 망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100명밖에 살지 않는 B라는 산골 마을에 초고속 인터넷 망을 설치하려면 1인당 1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사회 기반 시설이 많이 설치되는 것은 당연하다.

◆ 경제성 따지지 않고 강행시 적자 우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두 지역 간 삶의 질에서 격차가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누구는 좋은 시설을 누리고 누구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른바 ‘형평성’의 논리다. 그런데 이 형평성이라는 것은 정치적 논리이지 경제적 논리는 아니다.

더구나 B와 같은 산골 마을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국 모든 산골 마을에 초고속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런 지역을 선정할 때 어느 정도 정치적 고려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경제성보다 정치적 고려가 더 필요한 지역에는 예타를 면제하는 방안이 추진됐던 것이다.

결국 예타 면제라는 것은 사업 추진 기간을 줄인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이 없는 사업에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강행한다는 의미이며 향후 세금으로 그 적자를 보전할 것이라는 의미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A지역에서 걷은 세금으로 B지역의 사회 기반 시설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물론 예타를 주관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위원들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BC가 1을 넘지 못해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예타 면제가 된 후 예상과 달리 그 지역의 수요를 늘려 사업성이 좋아진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예타가 만능은 아니고 예타 면제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것이고 상당수 사업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텅 빈 공항이나 몇몇 사람만 태운 채 운행하는 경전철 등이 그 사례다.

◆ 지역 형평성 감안해도 아쉬움 남아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예타 면제로 추진되는 사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 많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몇몇 사업은 지역적 형평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아쉬움이 있다.

더구나 지방의 사업에 비해 수도권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여론이 많다.

한편 이에 대해 수도권 사업은 시간의 문제이지 어차피 예타가 통과될 것이므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연결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는 2014년 예타에서 0.33에 불과해 탈락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정확히는 그 당시 송도에서 청량리 구간까지였다.

GTX B와 비교되는 것은 GTX C다. GTX C도 2014년에는 0.66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탈락 대상이었다.

하지만 GTX C는 금정~의정부였던 운행 구간을 수원~양주까지 늘리면서 작년에 1.36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예타를 통과했다.

어떻게 4년 만에 사업성을 두 배 이상 올리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수원까지 운행 구간을 늘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무조건 구간만 늘린다고 사업성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 구간에 대한 공사비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GTX C는 기존의 지하철 1호선 라인을 활용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 건설이 가능하다.

또한 금정역에서 과천역까지는 기존의 4호선과 선로를 공유하는 형태가 된다고 한다. 결국 GTX C가 예타를 통과한 이유는 공사비를 절약하기 위해 기존 선로를 최대한 활용한 것에 있다.

GTX B도 이런 전략을 차용하고 있다. 기존에 송도에서 청량리였던 구간을 남양주 마석까지 연장해 수요를 늘리는 대신 기존의 경춘선 등을 활용해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는 전략을 쓰려는 것이다.

GTX B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왕숙신도시를 GTX B 구간에 넣기로 한 것이다. 남양주로서는 서울의 주택 수요 분산이라는 명분과 GTX B라는 실리를 교환한 것이고 GTX B로서는 교통 수요를 더 늘린 것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GTX B도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2014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 당시 예타에서 금정~의정부 구간이었던 GTX C는 0.66, 송도~청량리 구간이었던 GTX B는 0.33이라고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GTX C는 수요를 늘리되 비용 증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전략으로 BC를 두 배 정도 높여 작년 말 예타가 통과됐다. 그런데 이런 전략을 GTX B가 차용하더라도 0.33이었던 BC를 1 이상으로 올리려면 두 배가 아니라 세 배 이상 사업성이 좋아져야 한다.

남양주의 수요가 더해졌다고 갑자기 사업성이 세 배 이상 좋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민 수가 수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남양주의 교통 수요는 수원의 수요에 비해 상당히 적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