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Ⅰ : 인터넷 불모지였던 동대문 도매시장…젊은 창업가들 주도로 ‘디지털’ 새바람]
‘1인 마켓·데이터’ 입고 진화하는 동대문 패션시장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국내 패션의 심장’ 동대문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여파와 SPA(기획·디자인·생산·제조·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 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 브랜드의 질주로 주춤한 동대문이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패션 산업의 집적지다.

B2B가 90%의 비율을 차지하는 동대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날로그 방식을 지켜왔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이 전화와 A4 용지, 대면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보수적이었던
동대문 도매시장을 바꾼 변화의 주체는 온라인이다.

동대문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스타트업은 동대문시장의 유통 과정을 통째로 온라인 플랫폼에 옮겼다. ‘세포마켓’으로 불리는 SNS마켓·오픈마켓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유통시장의 핵심 축이 됐다. 동대문 의류를 주로 취급하는 세포마켓은 동대문 도매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거듭났다. 동대문 패션 시장 생태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직접 보기 위해 동대문 밤 시장을 찾았다.
‘1인 마켓·데이터’ 입고 진화하는 동대문 패션시장
밤 12시. 동대문의 아침이 밝았다. 동대문 도매시장이 가장 활기를 찾는 시간은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다. 밤 시장과 낮 시장이 모두 문을 열기 때문이다.

손수레를 끌거나 대봉(큰 봉지)을 지고 바삐 움직이는 남자들, 캐리어를 끌고 왁자지껄 지나가는 중국인들로 시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도매 상가 중 가장 먼저 찾은 곳은 apM이다. 7층 건물 전체에 3.3㎡ 남짓의 도매 매장들이 빼곡하게 붙어있고 바닥에는 옷을 담은 봉지가 가득했다.

동대문 생태계를 더 깊숙이 취재하기 위해 링크샵스 사입팀의 김진범 파트장을 따라나섰다. 김 파트장은 시장에서 직급 대신 ‘사입삼촌’으로 불린다.

사입삼촌은 동대문 패션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은 도매와 소매를 연결하는 구매 대행업자다. 소매업체가 도매상에게 주문한 옷을 챙겨 배송하는 역할을 한다. 도매 매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이들은 소매업자가 아니라 사입삼촌들이다.

소매 업체들은 매일 동대문 새벽시장을 직접 찾아가 물건을 떼는 대신 사입삼촌에게 매장별 옷 종류와 수량을 알려주고 구매를 맡긴다. 사입삼촌이 하루에 동대문 도매시장의 모든 상가를 돌며 수백 개에 달하는 도매 매장과 소매 업체 간의 거래를 연결한다.
‘1인 마켓·데이터’ 입고 진화하는 동대문 패션시장

◆삼촌앱으로 실시간 데이터 처리

사입삼촌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링크샵스에서 만든 ‘삼촌앱’을 통해 물량을 체크하기 때문이다. 삼촌앱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주문 정보가 표기된 A4 용지를 들고 다니며 펜으로 체크했다. 하지만 삼촌앱을 통해 도매 상가의 유통 과정이 효율화됐다.

애플리케이션(앱)에는 물건을 받아야 할 도매 매장과 물건의 정보가 나와 있다. 도매상의 입고 현황을 사입삼촌이 확인해 체크하면 소매 업체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매 업체가 주문한 물품 수량과 종류는 이미 각 도매 매장의 앱에도 전달돼 있다.

김 파트장은 “물건이 많을 때는 A4 용지가 10페이지를 넘어가 짐을 옮길 때 번거로뤘다”며 “앱이 없을 때는 시장에서 입고 현황을 체크한 A4 용지를 소매 업체에 넘겨주면 업체 물류팀이나 운영팀에서 이를 다시 엑셀로 정리하고 창고 내역과 비교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촌앱을 통해 소매 업체들도 실시간 재고 데이터를 사이트에서 엑셀로 바로 내려 받거나 전사적자원관리(ERP)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1인 마켓·데이터’ 입고 진화하는 동대문 패션시장
“안녕하세요 링크샵스요.”사입삼촌은 주로 자신에게 구매 대행을 맡긴 소매 업체의 이름을 대고 물건을 받는다. 업체 이름만 대면 도매상들은 그날 재고 현황을 알려준다.

“베이지랑 샘플은 지금 드리고 블랙은 미송 잡아야 돼요.” 도매 상가를 돌다보면 ‘미송’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된다. 미송은 동대문 도매 상가만의 시스템이다. 물건 재고가 없을 때 돈을 먼저 내고 정해진 날짜에 받기로 예약하는 방식이다. 사입삼촌의 역량은 이때 발휘된다.

사입삼촌들은 단순히 물건을 전달받아 전달하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불량품을 반품하고 입고된 품목을 체크하고 미송 품목과 날짜를 받는다.

하지만 인기 상품은 도매 상가에 미송을 잡더라도 예약 날짜에 물건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도매상이 공장에서 물건을 받은 뒤 작은 업체보다 큰 쇼핑몰에 먼저 납품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미송 기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바로 사입삼촌의 역할이다. 입고부터 배송까지의 시간이 곧 사입삼촌과 바이어와의 신뢰이자 소매상과 소비자와의 신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 파트장은 “사입삼촌들에게 체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도매상과 소매상의 갈등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입삼촌의 역량은 무료 샘플을 구할 때도 발휘된다. 온라인 쇼핑몰은 주로 도매시장에서 샘플을 구해 모델에게 입혀 촬영하고 온라인에 올린다. 신생 쇼핑몰은 사입삼촌의 능력이 곧 샘플로 이어진다.

김 파트장은 “신생 쇼핑몰은 소매업자가 직접 가면 무료 샘플을 구하기 힘들다”며 “옷이 한정적으로 공급되다 보니 인기가 많은 품목은 잘나가는 업체 챙겨주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인 마켓·데이터’ 입고 진화하는 동대문 패션시장
사입삼촌이 한 매장에서 입고 현황을 체크하고 샘플을 요청하고 미송을 잡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시장은 빠르게 돌아간다. 사입삼촌의 일정은 오전 7시쯤 끝난다. 도매 상가를 돌며 받은 물건을 물류 창고에 넣으면 다른 팀원이 물류 창고에서 소매 업체별로 물건을 정리한 뒤 택배로 배송한다.

동대문 도매시장이 돌아가는 과정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도매업자들은 디자이너를 통해 옷을 디자인하고 이를 생산 공장에 맡긴다.

생산 공장은 원단부터 봉제에 이르기까지 옷을 만들어 도매 업체에 다시 납품한다.

소매 업체는 도매시장을 둘러보며 쇼핑몰 콘셉트에 맞는 샘플을 구매하고 이를 촬영해 온라인에 등록한다. 소비자가 온라인에 등록된 상품을 보고 구매하면 소매업체가 당일 내역을 확인해 사입삼촌에게 전달한다.

사입삼촌은 소매 업체별 구매 내역을 확인한 뒤 도매 매장을 들러 주문하고 물량에 맞춰 물건을 전달 받아 다시 소매 업체에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사입삼촌들이 물량을 매일 공급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동대문이 패션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섬유산업이 발달한 1960년대부터 동대문에는 원단 수급에서부터 디자인·소량생산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의류 제조가 이뤄질 수 있는 클러스터가 갖춰져 있다. 중국 베트남 등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는 하지만 반경 10km 이내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패션 산업 집적지는 동대문이 최초다.

동대문에는 원부자재 최대 공급처인 동대문종합시장을 비롯해 평화시장·통일시장·동화상가에서는 부자재·라벨·자수 등 세부 작업이 가능하다. 또한 봉제 공장은 현재 창신동과 장위동을 포함한 성북구·강북구·중랑구 일부에 퍼져 있다.

또 다른 강점은 생산 단계별로 작업이 세분화 돼 있고, 전문화 돼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생산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용남 신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중국 도매시장이 물량 공세와 원가 경쟁력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동대문의 강점은 시간 경쟁력”이라며 “24시간 내에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생산·유통이 모두 이뤄지는 곳은 전 세계에서 동대문이 유일하며 지금처럼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시대에서는 동대문 특유의 다품종 소량생산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패션 클러스터’
‘1인 마켓·데이터’ 입고 진화하는 동대문 패션시장
현재 동대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패션 상가는 30여 개다. 이 중 부자재 상가와 소매 상가를 제외한 순수 도매 상가는 22개다. 이곳을 중심으로 2만여 패션 관련 도매상들이 밀집돼 있다. 또한 동대문 도매 상가별 타깃으로 하는 연령층과 가격대가 다르다.

동대문패션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동대문 패션 시장 경제 규모는 15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거래액은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권 규모가 많이 줄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의존 상가 매출이 전성기에 비해 8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을기 링크샵스 사입팀장은 “예전에는 중국 바이어들이 도매시장을 올 때 현찰 다발로 몇 십억씩 들고 다니면서 한 매장에서 10억~15억원씩 현금으로 결제했다”며 “몇 년 전부터 중국 측에서 보따리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동대문 샘플만 가져가 중국 공장에서 직접 찍어내면서 예전 시장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옷 생산 자체가 중국 시장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시장에서 만난 도매 업체 사장은 “중국 광저우 등 생산 공장 밀집 지역의 단가가 워낙 저렴하다보니 동대문 도매상들도 옷 생산을 중국에 맡기는 곳이 많다”며 “아직까지 디자인이나 원단 품질, 가공 기술은 한국이 앞서고 있지만 예전에는 중국 바이어들이 동대문 도매시장에 와서 물건을 뗐다면 지금은 동대문 도매시장이 중국 생산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업자들과 전문가들은 중국으로 생산이 넘어간 상황에서 언제 품질 경쟁력까지 따라잡힐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동대문은 반경 10km 내에서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두 이뤄지면서 거래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면 지금은 원가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라며 “카피 문화를 없애고 디자이너 브랜드를 육성하는 등 품질을 올리고 정부 정책 역시 동대문시장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의 새로운 동력 된 ‘1인 커머스’

중국인 보따리상이 급격하게 줄고 의류 생산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시장 규모 자체가 줄었지만 젊은 창업가들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혁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동대문시장은 오랫동안 A4 용지와 전화, 대면으로만 거래가 이뤄져 왔다.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도 모두 수기로 작성돼 온 아날로그 시장이다. 하지만 15조원으로 추산되는 이 시장에서 젊은 창업가들은 가능성을 봤다.

대표적인 기업은 바로 ‘링크샵스’다. 링크샵스는 동대문 도매시장을 스마트폰 안으로 옮겨 왔다.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는 3년간 도매상으로 일하며 노하우를 쌓고 2015년 도매와 소매를 온라인으로 연결한 링크샵스를 창업했다.

현재 동대문 도매 업체의 80%가 링크샵스에 등록돼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보고 주문하듯이 소매 업체들이 도매상들이 플랫폼에 올린 옷을 보고 주문한다. 실시간 주문 확인부터 사입삼촌을 통한 구매 대행, 세금계산서 처리까지 중간 유통 과정은 모두 링크샵스가 지원한다.

링크샵스 외에도 동대문 원단 시장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판매하는 ‘패브릭타임’, 동대문 부자재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종달랩’ 등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동대문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블로그 등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1인 커머스도 동대문시장의 새로운 동력이다. 국내 C2C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들은 마켓을 통해 주로 동대문 의류를 판매한다. 인스타그램에 ‘#마켓’을 검색하면 170만 개의 게시물이 뜬다.

‘2019 트렌드코리아’는 이처럼 개인이 쇼핑몰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마켓을 포함한 국내의 개인 간 거래 시장의 활성화를 ‘세포마켓’이라는 트렌드로 선정했다.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스토어에서도 개인 판매가 사업자 판매를 넘어섰다.

하지만 동대문이 이들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고 사드 배치 등 위기 요인으로 시장 규모가 얼마나 축소됐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정부에서 제대로 된 통계자료를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대문 상인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에서 몇 년 전 현황을 집계해 통계를 만들었지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야 다른 기관도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세울 수 있다”며 “품질이 개선돼야 한다든지 해외 바이어 수요가 줄었다는 등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제점도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정확한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인터뷰1-김장희 링크샵스 영업기획팀장
“도매업체 쫓아다니며 설득…지금은 80%가 사용하죠”
‘1인 마켓·데이터’ 입고 진화하는 동대문 패션시장


동대문 도매시장은 오랫동안 인터넷 불모지였다. 링크샵스는 전 세계 옷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와중에도 현장 거래만 고집하는 동대문시장을 변화시켰다.

미국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서경미 대표가 의류 도매시장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3년간 도매상으로 일하며 동대문 생태계를 파악했다.

도매상·사입삼촌·바이어들과 네트워크를 쌓은 서 대표는 도매상들을 설득해 사이트를 구축했다. 링크샵스는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링크샵스 사입삼촌만 40여 명에 이른다. 사입과 주문 관리, 세금 관리 등 여러 서비스를 대행해 준다.

쉽게 말해 도매상과 바이어는 상품 매매에만 집중하고 그 외 모든 일은 링크샵스에서 진행해 주는 형태다. 월 거래액 100억원을 넘긴 링크샵스는 2015년부터 총 19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링크샵스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동대문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현장을 알지 못하면 진입할 수 없다. 신생 소매 업체들은 샘플을 얻거나 거래를 트는 것조차 힘든 시장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매일 시장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사입삼촌을 고용해야 하고 거래처마다 각각의 수수료와 배송비가 발생한다. 세금계산서나 주문 내역을 챙기기도 힘들다. 주문은 전화로 들어가고 영수증은 수기로 작성되기 때문이다. 링크샵스는 이 중간 과정을 모두 대행해 준다. 도매상과 소매상은 상품 매매에만 집중하면 된다. 또 사입삼촌들이 현장에서 삼촌앱을 통해 데이터를 입력하기 때문에 상품이 언제 나오는지,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사입 처리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대문시장의 생태계를 온라인에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입사 후 3주 만에 대표에게 그만둔다고 말했었다(웃음). 그 정도로 동대문 생태계는 거칠고 다른 산업구조와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영업팀은 도매 매장이 우리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게끔 현장에서 영업을 진행하는데, 보수적인 도매상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도매 업체들도 링크샵스를 통해 판로를 넓히고 글로벌 바이어를 확보하면서 마음의 벽을 많이 허문 상태다. 현재까지 도매 업체 시장의 80%가 링크샵스에 들어와 있다. 소매 업체는 약 5만 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해외 수요는 어떤가.
“올해 링크샵스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대만·홍콩이다. 시장 전체로 보면 중화권 수요가 많이 줄었지만 링크샵스 플랫폼 내에서의 중화권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은 한꺼번에 다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도매 물건을 주문하는 데 부담이 있다. 링크샵스는 그런 특성을 파악해 중화권에서는 v커머스를 활용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이나 동영상을 통해 해외 소매 업체들이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세포마켓 성장 이후 동대문 시장에 변화가 있었나.
“요즘 온라인 쇼핑몰의 추세가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광고나 마케팅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인플루언서 등 메인 모델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인스타그램 마켓을 위해 동대문 도매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확실히 증가했다. 우리도 1인 커머스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링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인 커머스에게 무상으로 샘플을 제공하고 A~Z까지 컨설팅 작업을 하고 있다.”

◆인터뷰2- 정연미 패브릭타임 대표
“전 세계 디자이너에게 동대문 원단시장 연결했죠”
‘1인 마켓·데이터’ 입고 진화하는 동대문 패션시장

스타트업 패브릭타임이 만든 ‘스와치온’은 동대문 원단을 해외 디자이너들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오민지 패브릭타임 이사가 프랑스 패션 전문대학 에스모드에서 통역교수로 일할 당시 파리 교수들과 바이어들이 동대문시장의 강점과 한국 원단의 우수성에 대해 알려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정연미 패브릭타임 대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스와치온 같은 플랫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오 이사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동대문에서 판매되는 원단은 약 200만 가지에 이른다. 대구와 부산 등 전국 원단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원단이 동대문시장으로 모이며 원단 시장 규모만 3조원으로 추정된다. 스와치온이 탄생하기 전 동대문 원단 시장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시장이었다.

전화로 발주를 넣고 시장에 가 직접 원단을 만져봐야만 구매할 수 있었다. 패브릭타임은 직접 시장에 가 원단 샘플을 떼 약 17만 개의 원단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동대문 원단 시장은 어떤 경쟁력이 있나.
“가장 큰 경쟁력은 ‘최소 주문 수량이 없다’는 것이다. 즉 전 세계 패션 트렌드가 향하고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최적화된 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을 보면 SPA는 획일화돼 있고 명품은 비싸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다. 해외 어딜 가도 동대문처럼 좋은 품질의 원단을 최소 주문 수량 없이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1야드 원단을 만들든, 100야드의 원단을 만들든 가공 과정과 운영비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동대문은 왜 최소 주문 수량이 없나.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도소매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고 봉제 시장도 밀집돼 있어 수요가 예측되기 때문에 최소 주문 수량이 없어도 주문할 수 있다. 또 최대한 빨리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동대문시장의 오랜 특성 때문이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원단 트렌드도 가장 빠르게 돌아간다.”

-원단을 데이터베이스화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
“운영팀이 시장에 직접 가 원단 샘플(스와치)을 떼 온다. 이후 사진과 영상을 찍고 제품명·혼용률·질감·색상 등 14가지 원단 스펙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카테고리·분류·검색이 가능하게 만든다. 처음엔 이 모든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해야 됐지만 이제 원단 샘플을 떼 오는 것 이외에는 대부분 자동화됐다. 데이터를 추출하다 보니 원단에 대한 트렌드 분석도 가능해졌다. 현재 이미지 기반 인공지능(AI)을 통해 원단을 분류하고 검색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떤가.
“카카오벤처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 들어 매출이 매달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무대의상을 디자인한 브랜드 등 해외 2000개 이상의 패션 브랜드가 스와치온을 통해 원단을 거래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의 원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 동대문 원단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아무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시장이어서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이제야 정답을 찾은 느낌이다. 정확한 타깃 마케팅을 통해 해외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이어 갈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