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9월 광고비 절반으로 삭감…몸집 줄이기 들어가
롯데 ‘티몬’ 인수설 솔솔...쿠팡 대항할 이커머스 공룡 탄생하나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유통업계가 무한 경쟁과 격변의 시기를 겪는 가운데 롯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쿠팡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출혈경쟁에 불이 붙자 롯데가 티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티몬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안에 인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티몬의 대주주는 해외 사모펀드다.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 약 80%를 갖고 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지분 매각은 다른 이커머스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광고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티몬은 최근 9월 광고비를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는 광고비 삭감을 두고 엑시트를 위해 재무제표 개선과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롯데쇼핑과 티몬 측은 인수설과 관련해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의 이커머스 인수설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1번가 인수를 진행했지만 경영권 갈등으로 무산됐다. 지난해 이커머스 경쟁이 본격화되자 업계는 다시 롯데의 M&A 가능성을 예상했다. 롯데쇼핑이 이커머스 강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온라인 조직을 분리해 통합한 ‘e커머스사업본부’를 꾸리고 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3조원의 실탄을 보유한 롯데쇼핑의 M&A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 롯데가 막대한 투자금액을 이커머스에만 집중하고 온라인 사업구조 강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롯데가 투자하는 금액은 쿠팡이 지난해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추가 유치한 투자금액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보다 많다.

M&A를 위한 현금도 충분하다. 올해 1분기 롯데쇼핑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0.7% 늘어난 1조122억원이다. 적자 행진을 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이고 대형 오프라인 유통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인수 시 신속하게 IT 역량 강화
롯데 ‘티몬’ 인수설 솔솔...쿠팡 대항할 이커머스 공룡 탄생하나

실적도 나쁘지 않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매출 신장과 함께 수익 방어에 나름 성공했다. 마트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명품 등 해외 패션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이 실적을 견인했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8조9033억원, 영업이익 29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3.6% 감소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하반기에도 실적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일고 있다.

쇼핑의 대세가 이미 온라인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을 시작으로 이커머스업계는 출혈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에 대한 전망은 좋다지만 시장이 기업 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아마존조차 이커머스 수익률이 1~2%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대형 유통사들도 적자와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금을 등에 업은 쿠팡이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높여 가자 다른 기업들 역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온라인 채널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규모 역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조18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늘어났했다. 모바일 쇼핑몰 거래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 물류와도 시너지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이제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것이냐’가 아닌 ‘어떻게 해야 신속하게 디지털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향후 이커머스 시장은 여러 플랫폼이 난립하기보다 승자 독식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본력 있는 대형 사업자가 이미 정보기술(IT) 역량을 구축하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을 M&A하는 것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역량 강화에 나섰지만 몸집이 크다 보니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해 8월 유통 계열사 7곳을 통합한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꾸렸지만 신세계 등 다른 업체에 비해 5년정도 늦은 행보였다. 몸집이 큰 만큼 이커머스업계의 급격한 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애플리케이션(앱) 통합도 내년 상반기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ON 통합 앱은 앱에서 ‘ON’ 버튼을 누르면 다른 채널로 이동하는 정도다. 제품의 통합 검색은 가능하지만 결제는 각각의 온라인몰에서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티몬을 인수하면 이커머스 역량을 보다 신속하게 강화할 수 있다.
신우석 파트너는 “만약 롯데가 이커머스업계와 M&A를 진행한다면 주 고객층이 밀레니얼 세대나 1인 가구 등으로 젊어질 것이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고객 쇼핑 경험이 달라 그동안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어려웠던 IT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편의점 등 모든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 장악력이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시장점유율까지 선점한다면 아무도 넘보지 못할 유통 공룡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룹 내 물류 경쟁력 역시 롯데의 강점으로 꼽힌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은 물류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막대한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맨(쿠팡 전속 배송 운전사)을 포함해 인건비로만 9866억원을 썼지만 계속해 쿠팡맨을 뽑고 있고 대규모 물량을 담보하는 거대 물류센터도 대구·고양 등에 속속 짓고 있다. 당장은 적자를 보지만 결국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롯데는 그룹 자체에 5조원 규모의 초대형 물류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22년까지 진천에 이커머스에 특화된 메가 허브 터미널을 구축할 계획이어서 이커머스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