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공정거래, 개인정보 등 디지털 산업 법률 수요 증가”

[2019 베스트 로펌]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 “올해 70명 충원…‘창업 정신’ 초심으로 재도약 나설 것”
[한경비즈니스=대담 장승규 편집장·정리 안옥희 기자] 김두식(62)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제2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2기)에 합격한 뒤 1983년 창업 멤버로 참여해 세종을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으로 키워 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한 차례 경영대표를 지낸 후 올해 3월 다시 대표로 선출돼 세종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대한민국 1호 통상 변호사로 국제 중재와 국제 통상 실무 분야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의 국제분쟁그룹을 진두지휘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사건을 수행해 승소했다. 최근 이슈가 된 일본 수출 규제 사건에서도 정부를 대리하고 있다.

세종은 올해 ‘베스트 로펌’ 평가에서 처음 3위에 오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순위가 지난해 5위에서 두 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특히 자문료와 소송비용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서비스 평가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베스트 변호사’ 부문에서도 가장 많은 6명을 배출해 냈다. 김 대표변호사는 “올해는 세종의 성장을 위해 투자와 기반을 구축하는 해”라며 “내년은 본격적으로 성장이 가시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변호사를 다시 맡게 된 이유가 뭔가요.

“36년 전인 1983년 20대 시절에 창립 멤버로 세종에 합류했습니다. 열정으로 밤을 새워 가며 바쁘게 일했던 시기였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좋은 후배들과 일해보고 싶었고 그들에게 창업 세대의 열정과 패기를 전파하고 싶었습니다. 후배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중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회사 시스템을 탄탄하게 만들 필요성을 느꼈고 다시 대표로 나서게 됐죠.”

-취임 후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부적으로는 주인의식 회복을 통한 단합과 혁신입니다. 세종이 나아가야 할 목표와 발전 전략에 대한 구성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서로 단합해서 ‘원펌(one firm)’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종이 국내 최초로 서구의 파트너십 시스템을 도입한 로펌이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토론을 거치는 민주적인 경영 문화를 가지고 있죠. 이러한 방식은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방향이 결정되면 추진력이 강할 수밖에 없죠.”

-파트너십 구조에도 변화를 줬다고 들었습니다.

“경영대표를 다시 맡으면서 파트너십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파트너변호사들은 지분을 가진 주주이기도 합니다. 파트너십 구조가 연차가 늘수록 지분도 같이 늘어나는 구조였는데 이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 더 진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성과 중심으로 바꿨죠. 또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고객별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키워 마케팅도 하고 서비스도 시행하는 RM(Relationship Manager)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결국 각 분야 인재를 많이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올해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은 뭔가요.

“로펌 인력의 중추라고 볼 수 있는 1980~1990년대 학번의 우수한 변호사들을 대거 늘렸습니다. 로펌 경쟁력을 단순히 매출이나 변호사 숫자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올해에만 70여 명을 확충해 전문 인력이 총 450여 명이 됐죠. 이들은 실력은 기본이고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죠. 세종이 올해 변화의 변곡점을 타고 있는 이유는 젊은 파트너들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고 실력과 성실함 등이 외부에서도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1990년대 학번 변호사들이 미래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에는 1990년대 학번의 젊은 변호사들이 많아 미래 경쟁력도 갖춘 상태입니다.”

-세종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일부 로펌은 고객의 이익이 아닌 로펌의 이익을 무리하게 강조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세종은 높은 퀄리티, 고객에 대한 성실성, 합리적인 자문료가 강점이죠. 변호사업계는 이직이 잦은데 열정과 패기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이제 사람이 모이는 로펌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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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특히 국제분쟁그룹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세종은 전통적으로 통상과 국제 분쟁 분야가 강합니다. 통상 분쟁을 비롯해 일본 수출 규제 등 국제 분쟁 분야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경영대표인 제가 국제분쟁그룹장으로 사건을 계속 맡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통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국제 분쟁 사건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습니다. 국제분쟁그룹은 국내 로펌 중 유일하게 WTO 법률자문센터의 외부 변호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또 체임버스앤드파트너스 조사에서도 2015년부터 계속 ‘밴드(Band)1’에 이름을 올리고 있죠.”

-기억에 남는 사건은 뭔가요.

“세종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WTO 분쟁 사건을 수행한 로펌입니다. 정부를 대리해 다수의 WTO 패널과 상소 기구에서 승소했죠. 대표적으로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유정용 강관 반덤핑 조치 관련 WTO 제소 사건과 일본산 공기압 밸브에 대해 한국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일본이 WTO에 제소한 사건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해 승소하며 한국 기업들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해냈죠. 또 최근 한·일 수산물 분쟁에서 역전승을 만들어 낸 정하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미국변호사)이 세종 출신인데, 저와 통상팀에서 함께 일하다 정부에 특채되자마자 수산물 분쟁에서 역전승을 해냈습니다. 이런 활약을 보면서 세종 출신의 통상 전문 변호사들은 어디에서든 바로 큰일을 해낼 정도로 기본적으로 실력과 경험을 갖췄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종은 공정거래와 부동산 분야도 유명합니다.

“세종에는 기본적으로 분야별로 실력 있고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변호사들이 많습니다. 세종에서 ‘3D’라고 불릴 만큼 어려운 분야가 부동산과 공정거래인데 퀄컴의 공정위 사건 등 외국 사건도 많이 대리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부동산 이슈가 생기면 다른 로펌을 제쳐두고 세종부터 찾는 것으로 유명하죠.”

-법률 시장 개방 이후 국내 로펌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외국 로펌이 진출하면 국내 로펌업계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기우였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로 우리 로펌들도 아주 강해졌기 때문이죠. 국내 로펌도 인수·합병(M&A)과 국제 중재 분야를 독자적으로 취급할 수 있을 정도로 역량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로펌업계가 당면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로펌업계 후계 구도가 아주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세대교체 흐름에 따라 매니지먼트가 젊어지고 있죠. 1세대들이 경영했던 로펌에 최근 2세대 경영자들이 들어오면서 로펌의 문화가 진취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세종도 저를 끝으로 2.5세대, 3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겁니다. 진정한 로펌업계의 발전과 정착은 이제 얼마나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갖추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로펌에 테크놀로지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업무 수행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죠. 1년 차 변호사들에게 맡기던 단순한 번역 업무도 이제 기술로 대체할 수 있게 됐죠. 로펌의 업무가 급속하게 테크놀로지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로펌도 미래의 시장인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테크놀로지 분야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 자문 능력을 확충해야 합니다.”

-로펌 서비스 수요자인 기업들의 법률 수요 변화 양상은 어떤가요.

“로펌 서비스는 크게 ‘트랜젝션(거래)’과 ‘레귤레이션(규제)’으로 나눌 수 있죠. M&A·기업공개(IPO)·부동산 등 트랜젝션 분야는 과거 로펌들의 주요 서비스였죠. 하지만 지금은 기업 니즈가 레귤레이션과 ‘인베스티게이션(조사)’ 쪽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금융 관련법에 따라 금융사를 규제하는 금융위와 공정거래법을 통해 산업 전반을 규제하는 공정위 등에서 조사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규제 분야와 관련한 니즈가 늘었습니다. 지금은 조사와 관련된 정부 기관·검찰·공정위 등의 조사에 전문성 있게 대응해 주는 것이 펌 서비스의 주류를 이루고 있죠. 외국 기업도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여러 규제에 부딪치고 각종 조사를 받게 될 때 로펌의 문을 두드립니다. 앞으로 이런 규제와 조사 분야의 기초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고객 니즈도 이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세종은 40여 개 분야별 전문팀을 두고 있습니다. 향후 2~3년 내 가장 많이 성장할 분야는 어디일까요.

“IT·디지털·빅데이터 분야라고 봅니다. 세종도 TMT(기술·미디어·통신)팀을 두고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네이버·쿠팡을 비롯해 블록체인 기업들도 많죠. 앞으로 ICBM(IoT·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기업의 비즈니스에서 공정거래와 개인 정보 보호 문제 등 중요한 법률적 이슈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국가적인 화두가 된 만큼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기업을 둘러싼 법률 이슈가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까.

“최근 산업에서 AI·빅데이터·자율주행자동차와 블록체인 등의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가고 있습니다. 반면 관련 법률들이 아직 없거나 혹은 부적절한 경우가 많죠. 세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테크팀을 구성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입니다. 글로벌 로펌들도 디지털 테크놀로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테크놀로지 프랙티스 그룹을 출범시키는 추세입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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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