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010년 취임 후 역점 사업으로 추진
-한옥호텔, 5성급 경원재 등 전국 6곳
한옥호텔이 뭐길래…호텔신라, ‘4전5기’ 끝에 내년 초 착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서울 도심에 첫 ‘한옥호텔’이 들어선다. 서울시가 최근 열린 제17차 건축위원회에서 호텔신라의 한국 전통 호텔 건립 사업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숙원 사업인 한옥호텔 건립이 본격 추진된다.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내 유휴 부지에 들어설 한옥호텔은 내년 초 착공돼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한옥호텔이 뭐길래…호텔신라, ‘4전5기’ 끝에 내년 초 착공
◆남산에 전통 한옥 마을 구현

‘장충동전통호텔(가칭)’은 이 사장이 2010년 12월 취임하자마자 추진한 역점 사업이다. 이 사장 취임 이듬해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 1200만 명을 유치하겠다며 한옥호텔을 허용하면서부터다.

호텔신라는 2011년 8월 서울시에 한옥호텔 건립 계획을 처음 제출했다. 하지만 이듬해 사업 부지가 남산과 한양도성에 인접한 자연경관지구와 역사문화미관지구에 포함돼 건물 신·증축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후 세 번이나 더 퇴짜를 맞는 등 ‘사전오기’ 끝에 2016년 3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한옥호텔이 뭐길래…호텔신라, ‘4전5기’ 끝에 내년 초 착공
호텔신라는 지난해 문화재청 심의와 환경영향평가에 이어 지난 2월 교통영향평가와 이번 서울시 건축 심의까지 통과하면서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호텔신라는 이 과정에서 당초 지상 4층이던 건립 계획을 지상 2층으로 줄였다. 객실도 207실에서 43실로 대폭 줄이는 등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지적 사항을 적극 수용했다. 건축자재·식자재·조경 등에서 전통적 요소를 강조하고 공공 기여 부지도 늘렸다.

호텔신라가 당초 계획안을 전면 수정하면서까지 계속 도전한 데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서울의 첫 한옥호텔을 반드시 짓겠다는 이 사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중구청의 건축 허가와 서울시 전문위원회의 구조·굴토 심의 절차 등 실무적 절차만 남은 상태”라며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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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는 한옥호텔 추진 10년 만에 첫 삽을 뜨는 만큼 모든 공정에 신중을 기할 계획이다. 우선 외관은 전통 한옥 마을을 구현한다.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전각 사이의 지붕이 겹쳐지도록 설계했다. 정원에는 방지 원도(연못)와 정자 등을 두고 소나무·철쭉·산수유·박태기나무·모란·국화 등 한국 고유의 꽃과 나무를 심는다.

각 한옥호텔의 기둥과 지붕 등에도 전통 방식의 나무를 사용하는 등 전통 한옥 양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처마의 길이는 1.2m로 일반 한옥 기준보다 0.3m 늘릴 계획이다. 처마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외벽도 점토 벽돌·와편(깨진 기와)·회벽·세살창호 등 전통 소재를 사용한다. 객실 벽과 바닥에도 한지와 목재를 적용한다.

호텔신라는 한옥호텔 객실 동 외에 식음장과 면세점, 버스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장충동전통호텔을 조성하기 위해 총 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완공되면 관광 활성화와 함께 1000여 명의 고용 효과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옥호텔 관심 커져

호텔신라의 장충동전통호텔 건립 소식에 전국 한옥호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국에 운영 중인 한옥호텔은 총 6곳이다. 이 중 경원재앰배서더인천이 유일한 5성급 한옥호텔이다. 평창 고려궁한옥호텔은 4성급이다. 여수 한옥호텔오동재와 영암 한옥호텔영산재는 3성급 한옥호텔로 각각 지정돼 있다. 이 밖에 경주 신라밀레니엄라궁(2성)과 전주 나비잠한옥호텔(1성)이 있다.
한옥호텔이 뭐길래…호텔신라, ‘4전5기’ 끝에 내년 초 착공
‘한국전통호텔업’의 등급 평가 기준은 1000점 만점의 기존 관광호텔 등과 달리 현장 평가 400점과 불시(암행) 평가 200점 등 총 6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평가 결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등급 유효 기간은 3년이다.

인천 송도에 있는 경원재앰배서더인천은 2015년 5월 문을 열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소유하고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가 위탁, 운영하는 곳이다.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는 프랑스 아코르 호텔과 한국 앰배서더 호텔이 만든 합작사다. 한국관광공사에 한국전통호텔업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곳이다. 경원재앰배서더인천은 2016년 11월 국내 첫 5성급 한옥호텔로 지정됐다.
한옥호텔이 뭐길래…호텔신라, ‘4전5기’ 끝에 내년 초 착공
경원재앰배서더인천은 2만7769㎡ 규모의 대지에 30개의 객실과 한식당·회의실·연회장 등을 갖추고 있다. 외관과 객실에 화려한 고려시대 건축 양식과 수수한 조선시대 양식을 조화롭게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2층 누각 형태로 지어진 연회장 ‘경원루’는 고려 시대의 건축 기법인 주심포 양식을 적용해 날아갈 듯한 처마 선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한식당 ‘수라’에서는 한국 최초의 배달 음식인 ‘경원재 효종갱 반상’을 선보인다. 효종갱(새벽효 曉, 쇠북종 鍾, 국갱 羹)은 새벽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이다. 1925년 최영년이 지은 ‘해동죽지’에 조선시대 한양 양반들이 먹었던 최초의 배달 해장국으로 기록돼 있다.

경원재앰배서더인천의 객실 가격은 항공기 가격처럼 점유율에 따라 바뀌는 ‘다이내믹 요금제’를 운영한다. 가장 저렴한 딜럭스 더블 룸은 성수기 공시가 기준 40만원(부가세 별도), 최고가인 로열 스위트룸은 120만원이다.
한옥호텔이 뭐길래…호텔신라, ‘4전5기’ 끝에 내년 초 착공
경원재앰배서더인천 관계자는 “단순히 숙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이 아니라 한옥·한복·한식·전통 놀이·전통 혼례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 내국인에겐 한국 문화와 건축에 대한 자부심을, 외국인에겐 한국 전통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고려궁한옥호텔은 2016년 7월 문을 열었다. 2018년 3월 4성급 호텔로 지정됐다. 최규옥 복지TV 회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약 10만㎡ 대지에 16개의 객실과 한식당·연회장·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다. 조선 시대 사대부가에 사용됐던 옛 목재를 곳곳에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한옥호텔이 뭐길래…호텔신라, ‘4전5기’ 끝에 내년 초 착공
고산 윤선도 선생이 조선 중기 거주하던 전남 해남의 고택을 재현한 ‘고산고택’과 흥선대원군과 고종이 들러 쉬어 갔다는 곳으로 전해진 전북 익산의 양반댁 고택을 재현한 ‘고택’ 등을 객실로 쓰고 있다.

고려궁한옥호텔의 객실 가격은 ‘고산고택 사랑채’가 성수기 주말 기준 30만원(부가세와 2인 조식 포함), 최고가인 ‘발왕 영빈관’은 300만원이다.
한옥호텔이 뭐길래…호텔신라, ‘4전5기’ 끝에 내년 초 착공
고려궁한옥호텔 관계자는 “고종이 제사를 지냈던 ‘원구단’의 문을 옮겨 와 호텔 대문으로 활용하는 등 전국의 주요 유물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한옥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숙박 공유 서비스도 등장했다.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안동 한옥 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독립운동가 류진걸 선생이 1939년 지은 ‘수애당’이 대표적이다. 수애당은 1985년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56호로 지정됐다. 현재 류 선생의 손자 부부가 한옥 체험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이 밖에 국가민속문화재에 등재된 400년 역사의 고택인 ‘오류헌’, 경상북도 민속자료 140호로 지정된 ‘지산고택’, 250년이 넘은 전통 한옥인 ‘청운재’ 등의 한옥 숙박 공유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옥호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옥이 생소한 외국인은 물론 대학생 등 젊은층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라며 “한옥의 우수성을 알리고 보존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도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0호(2019.11.11 ~ 2019.11.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