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국회 국토교통위,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 제한한 여객운수법 개정안 논의 시작
-“신산업 싹 잘라선 안 된다”고 하지만 여야, 총선 표 ‘눈치 보기’…기로에 선 ‘타다’
12월 국회에 걸린 ‘모빌리티 신사업’의 운명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한국에서 정보기술(IT)과 결합된 새 모빌리티(운송 수단)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2013년이다.

카풀(승차 공유) 원조 업체인 미국의 우버는 그해 8월 ‘우버X’와 ‘우버블랙’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X’는 일반 차량과 승객을 서로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였고 ‘우버블랙’은 고급 렌터카 승용차를 활용한 리무진 서비스였다.

이 사업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택시업계는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우버가 무허가 자가용과 렌터카로 불법 운행을 하고 있다”며 고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버 운행 차량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우파라치’ 제도까지 운영하며 우버 퇴출에 나섰다.

경찰은 우버코리아 모회사인 우버테크놀로지의 설립자 트래비스 코델 칼라닉을 기소했다. 또 우버코리아 지사장과 렌터카 업체 대표를 불구속 입건했다. 우버는 벌금형을 받았다. 국회는 우버를 유사 택시 운송 사업자로 규정하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이를 금지했다.

이런 전 방위 압박에 우버는 2015년 3월 ‘우버X’ 서비스를 중단했다. ‘우버블랙’은 외국인 관광객과 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서비스만 남겼다.

우버 사태 이후 새 모빌리티 서비스가 선보였지만 택시업계에 막혀 번번이 좌초됐다. 심야 시간에 전세 버스로 손님들을 태워 주는 콜버스랩은 2015년 12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운영 시간에 제한 규제를 가하면서 2018년 5월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세버스 중개 플랫폼으로 사업을 바꿨다.

풀러스는 2017년 11월 24시간 카풀 서비스를 시도했다. 사업을 시작한 근거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출퇴근 시간대에는 유상 자동차 임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었다. 하지만 풀러스도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서비스 방식을 유료에서 무료로 바꿨다. 사실상 카풀 서비스를 포기한 것이다.

◆ 새 모빌리티 ‘잔혹사’…택시업계 반발로 번번이 좌초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년 12월 ‘카카오T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 뒤 회원 9만 명을 모았다. 이 역시 택시업계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 달 만에 사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카카오는 더불어민주당·정부·택시단체와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결성했고 2019년 3월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추진에 합의했다. 그 대신 카풀 서비스는 오전 7~9시, 오후 6~8시 등 출퇴근 시간에 2시간씩만 운영하기로 했다. 토요일·일요일·공휴일이 제외되면서 카풀 서비스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카풀 서비스가 중단된 뒤 승합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타다 운영 업체인 VCNC가 2018년 10월 출시한 타다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운전사와 함께 제공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에 ‘11~15인승 렌터카는 예외적으로 운전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시작했다.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일반인들이 운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운전사를 포함해 렌트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박재욱 VCNC 대표는 “규제를 피하지는 않고 규정된 내용 안에서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당시 “플랫폼 사업자가 차량에 미터기 요금을 책정하는 등의 행위가 아니라면 (타다 운행에) 문제가 없다”고 해 타다는 순항을 예고했다.

타다는 성장을 거듭하며 1년 만에 운행 차량을 1400대까지 늘렸다. 빠른 배차, 친절한 서비스, 쾌적한 탑승 환경으로 고객들의 인기를 얻자 상황은 달라졌다. 타다가 택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본 택시업계가 강력 반대에 나섰다.

현재 타다 서비스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예외 조항 해석을 두고서다. ‘렌터카 운전사 알선’ 조항에 대해 타다 측은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예외 조항은 단체 관광객의 편의성을 위한 조항이라는 점을 들며 짧은 시간에 단거리 이동을 하는 타다는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 측이 맞서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혁신 성장 및 상생 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플랫폼 운송사업자’ 면허를 신설하고 △택시운송가맹사업자 자격을 완화하며 △IT를 활용한 택시 중개 플랫폼을 장려하는 것 등이다.

타다와 같은 스타트업이 직접 운행까지 하는 플랫폼 운송 사업자는 기여금을 내고 기존 택시 면허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설립하는 별도 기구가 택시 면허를 구입한 뒤 플랫폼 운송 사업자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논란이 됐던 렌터카를 기반으로 한 운송업의 합법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12월 국회에 걸린 ‘모빌리티 신사업’의 운명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 등을 바탕으로 지난 10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방침대로 운송 사업자가 기여금을 내고 정부가 정한 면허 총량 안에서 허가를 받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빌렸을 경우 △대여 또는 반납하는 장소가 공항·항만일 때 △임차 운전자의 주취(술에 취한 상태) 또는 부상을 입었을 경우 등 세 가지로 제한했다. 승합차를 렌트해 운전사를 제공하는 방식의 타다 영업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 11월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 제출된 타다 관련 법안 개정안을 중심으로 머지않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 내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이지만 여야 모두 속사정은 복잡하다. 여당 내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최운열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새로운 산업에 대해 규제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댄다면 우리 산업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개발자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분야별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겠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 검찰 기소로 더 복잡…유죄·개정안 통과 땐 타다 서비스 중단

자유한국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산업의 싹을 잘라선 안 된다면서도 내년 총선 표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위 소속 한국당 한 의원은 “신산업 발전을 위해선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면서도 “솔직히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일단 정부 여당에 택시업계와의 추가적인 상생안을 요구하고 있고 상생안이 나와야 법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석준 한국당 의원은 “정부에 관련 예산을 확보해 기존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걱정하지 않고 스타트업·벤처기업가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택시 플랫폼 서비스를 빨리 도입하라고 강조해 왔는데 관련 예산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사태를 더 꼬이게 한 것은 검찰의 타다 기소다. 타다가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실무 기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고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 마당에 검찰이 지난 10월 28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 측을 기소한 것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타다가 시장에 플러스(가 된다)”라고 했지만 타다는 외통수에 걸려 있는 형국이다.

검찰의 기소로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영업이 중지된다. 국회는 알선 허용 예외 규정을 고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타다 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모빌리티 신산업이 또 한 번 기로에 서게 됐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