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아시아 이어 멕시코까지 ‘글로벌 행보’
-고객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소재혁신 과감한 투자

‘뉴 효성’ 속도 내는 조현준 회장의 3가지 경영 키워드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내년 1월은 오너 3세인 조현준(51) 효성 회장이 취임한 지 꼭 3년째다. 조 회장 취임 이후 효성그룹은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 경영 강화다. 효성은 조 회장 취임 이후 지주사 체제를 구성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효성은 2018년 6월 지주회사와 4개의 사업회사(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로 인적 분할하는 지주사 체제 개편을 마무리하고 ‘뉴 효성’ 시대의 신호탄을 쏘았다.

조 회장은 지주회사인 (주)효성의 대표이사직만 맡고 각 사업회사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해 투명 경영을 강화했다. 각 사 대표를 중심으로 한 책임경영·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조 회장은 가장 먼저 4개 사업회사에 해당 분야에 정통한 최고경영자(CEO)를 배치했다.

세계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 1위인 효성티앤씨에는 김용섭 대표, 타이어코드를 제조하는 효성첨단소재에는 황정모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스판덱스 연구원 출신이고 황 대표는 효성첨단소재에서 관련 기술 책임자로 잔뼈가 굵은 경영자다.

효성중공업에는 문섭철 대표를 발탁했다가 2018년 10월 김동우 대표로 변경해 조직에 변화를 준 다음 올해 3월 김동우·요코타 다케시 대표가 각각 건설과 중공업 부문을 담당하는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효성화학도 베테랑 엔지니어 출신의 박준형 대표를 선임했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 인력을 등용해 ‘글로벌 효성’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다.

조 회장 체제에서 그룹의 위상 또한 달라졌다. 지주사 전환 후 첫 재계 순위 평가인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효성의 자산 총액은 1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8000억원 늘었다. 재계 순위 역시 전년보다 4계단 상승한 22위를 기록했다. 상장 자회사들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 세계 무대 누비는 조현준 회장

조 회장은 세계 시장을 누비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은 일찍부터 글로벌 공략의 핵심 지역으로 베트남이 부상할 것으로 판단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 베트남 법인 설립,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생산 기지 구축 등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조 회장은 중국·베트남·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이어 최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는 등 글로벌 주요국의 최정상급 인사들과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조 회장은 11월 6일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에서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만나 ‘루랄(Rural) ATM 프로젝트’를 포함한 신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만남은 효성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효성TNS가 최근 멕시코의 대형 복지 정책인 루랄 프로젝트에 필요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8000대(약 2030억원 규모)를 전량 수주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사업 수주 성공에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멕시코 정부를 설득한 조 회장의 글로벌 경영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야구 경영 전략도 큰 힘을 발휘했다. 조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시절 야구팀 주장을 맡을 만큼 스포츠 마니아로 유명하다.

야구가 각 선수의 포지션에서 역할을 다하고 팀으로 승리해야 하는 것처럼 경영도 야구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야구를 매우 좋아한다는 점을 미리 알고 조 회장은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의 사인이 들어간 야구 배트를 준비해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는 조 회장이 평소 강조한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고객 경영(VOC)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조 회장은 효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으로 글로벌스탠더드에 기반한 경영 환경을 강조해 왔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해답은 고객에게 있다. VOC가 모든 일의 출발점”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효성은 지난 5월부터 글로벌 컨설팅 전문 기업인 AT커니와 함께 디지털 VOC 플랫폼을 구현하는 ‘시큐브(C-Cub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고객(VOC)·고객의 고객(VOCC : Voice of Customer’s Customer), 경쟁사(VOCO : Voice of Competitor)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활동이다.

효성은 내년 2월까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모든 회사에 적용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또 글로벌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고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를 직접 찾는 등 현장 경영에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란제리와 수영복 전시회인 ‘인터필리에르 파리 2019’, 최대 섬유 시장인 중국에서 개최된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전시회 등 자회사들이 참가하는 해외 박람회에도 빠짐없이 출석하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뉴 효성’ 속도 내는 조현준 회장의 3가지 경영 키워드


◆ 3대 걸친 기술 경영 ‘부전자전’


효성은 ‘100년 기업’을 향해 기술 경영을 중심으로 탄소섬유·폴리케톤 등 신소재를 직접 개발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11월 창립 53주년 기념식에서 지속 가능한 100년 기업을 향한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을 당부했다.

조 회장은 평소 100년 기업 효성을 만들어 가기 위한 조건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 왔다. 이 같은 경영 철학의 시작은 선대 회장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효성은 1966년 11월 3일 만우 조홍제 선대 회장이 세운 동양나이론을 모태로 섬유 사업에 주력하면서 중공업·화학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며 올해로 창립 53주년을 맞았다. 효성의 기술 경영은 선대 회장에게서 이어 받은 것이다.

선대 회장은 일찌감치 기술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1971년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기술 연구소를 설립했다. 선구적인 기술 경영이 토대가 돼 오늘날 글로벌 효성의 토대가 마련됐다.

그 결과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원천 기술력에 기반한 세계 1위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에서 거두고 있다. 효성이 세계 30개국 100개 이상의 제조·무역 법인을 운영하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삼대에 걸쳐 이어진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이 밑바탕이 됐다.

조 회장의 부친인 조 명예회장 역시 선대 회장의 기술 경영 DNA를 물려받아 2000년대 초반부터 탄소섬유 개발을 추진하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했다. 조 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은 ‘부전자전’인 셈이다.

조 회장은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신성장 동력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효성을 글로벌 톱3 탄소섬유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탄소섬유 소재 국산화에도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동안 탄소섬유는 기술력 부족 등의 이유로 미국·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해 왔지만 효성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국산화 비율을 높여 가고 있다.

탄소섬유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주력 산업인 수소 경제의 핵심 소재로, 최근 문 대통령이 직접 생산 기지인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8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수출 규제 품목 후보 1순위로탄소섬유가 꼽히면서 효성의 기술력에 세계의 시선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일본이 탄소섬유 시장의 60%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 자립을 통한 효성의 ‘극일’ 경영 행보가 소재 산업의 진정한 기술 독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