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엄마·아빠 내복에서 온 가족 브랜드로’ 73살 BYC의 이유 있는 변신
프레디 머큐리 러닝셔츠부터 엘사 내복까지…회춘한 BYC에 밀레니얼 열광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73년의 역사를 지닌 토종 속옷 전문 기업 BYC가 최근 Z세대·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회춘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노후된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엄마·아빠 속옷 브랜드’이자 ‘아재 패션’을 떠올리게 했던 BYC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흥행에 맞춰 CGV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한정판 상품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기존의 오래되고 고정된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했다.
프레디 머큐리 러닝셔츠부터 엘사 내복까지…회춘한 BYC에 밀레니얼 열광

◆ ‘엘사 내복’·‘러닝셔츠’…팬덤 마케팅


BYC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겨울왕국2’가 흥행하자 팬덤 문화에 주목했다. CGV와 협업해 밴드 퀸의 프런트맨인 프레디 머큐리의 시그니처 하얀색 러닝셔츠와 ‘겨울왕국2’의 주인공 엘사의 빨간 내복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밀레니얼 세대를 새로운 고객층으로 유입시켰다.

최근 CGV영등포에서 진행한 ‘얼음 여왕의 내복 이벤트’는 CGV 콤보 구매 시 BYC 여왕 내복을 증정하는 행사였는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앞서 지난 2월에는 CGV영등포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러닝 한정판 5데이’ 이벤트를 진행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인증샷 대란이 일기도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관람의 성지로 ‘웸등포’라고 불리는 CGV영등포 스크린X관에서 관객 1000명에게 ‘BYC 한정판 러닝’을 증정했다. 영화는 5일간 싱어롱 버전으로 특별 상영해 매진된 바 있다. 한정판 러닝에는 BYC 로고와 함께 프레디 머큐리를 상징하는 수염 스티커가 붙어 있어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프레디 머큐리 러닝셔츠부터 엘사 내복까지…회춘한 BYC에 밀레니얼 열광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창립 73주년 기념 양말 세트도 1주일 만에 완판을 기록하며 10~20대 소비자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양말 세트는 빨간색하얀색회색 등 3종으로 구성됐다. 포장도 복고풍 스타일로 원고지를 모티브로 한 레트로 느낌의 스트라이프 외 케이스와 1980~1990년대 골목길을 회상하게 하는 내 케이스 일러스트 디자인을 선보였다.

BYC는 이와 같이 다채로운 마케팅·홍보 캠페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이어 가고 있다.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영하며 젊은 층 타깃 마케팅에 집중한 결과 BYC 제품을 찾는 고객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BYC는 배우 김영광김소은, 가수 크리샤츄를 모델로 기용해 중후한 이미지에서 탈피하자 새로운 소비자 팬덤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프레디 머큐리 러닝셔츠부터 엘사 내복까지…회춘한 BYC에 밀레니얼 열광
◆ 유니클로 불매에 대체재 BYC 인기


BYC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데에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영향도 작용했다. 경쟁사인 유니클로가 불매로 고전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BYC에 쏠렸다. 올겨울에도 유니클로 발열 내의 ‘히트텍’을 대신할 국산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수혜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매 운동 이슈뿐만 아니라 최근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보온성이 강조되는 기능성 의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BYC의 발열 내의 ‘보디히트’는 45% 증가했다. 앞서 지난 8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 국가)에서 배제하면서 BYC를 비롯한 국산 제품이 유니클로의 대체제로 주목받으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바 있다.

당시 BYC 여름 속옷 라인 ‘보디드라이’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3% 증가했고 일반 속옷 라인 ‘심리스’ 매출도 239% 급상승했다.

BYC 관계자는 “SPA 브랜드에서 많은 발열 내의를 출시하고 불매 이슈에 따라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BYC의 보디히트는 2009년부터 판매해 온 제품으로, 매년 발열 제품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어 명확하게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패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속옷 시장 규모는 약 2조원대 규모로, 이 중 발열 내의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매년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BYC는 올겨울 기능성 발열 내의 ‘보디히트’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보디히트는 일본의 오미겐시사가 개발한 광발열 원사 ‘솔라터치’ 소재를 적용해 보온성을 유지하는 제품이다. 인체나 태양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이 원사에 함유된 금속 물질을 진동시키고 그에 따라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며 열을 내는 원리다. 발열 효과가 반영구적인 것이 장점이다.

특히 BYC 2019년형 보디히트는 내의가 아닌 겉옷으로 입을 수 있는 외의성을 더욱 강화해 기존 보디히트 원단보다 1.5배 두툼한 원단에 솜털처럼 부드러운 피치 기모를 가공 보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너웨어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보디히트 탱크톱과 러닝, 3부 드로즈를 함께 출시해 겨울 애슬레저 룩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프레디 머큐리 러닝셔츠부터 엘사 내복까지…회춘한 BYC에 밀레니얼 열광
[돋보기 : 장수 기업 BYC 역사]

메리야스 생산 1호…내의업계 SPA 브랜드의 효시


BYC는 1946년 창업자인 한영대 회장이 세운 한흥 메리야스 공장을 시작으로 한흥산업, 한흥물산, 백양, 비와씨를 거쳐 지금의 BYC로 변화했다. 창업자의 ‘속옷 외길’ 전문 경영과 ‘품질 제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내 내의산업을 이끌어 왔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속에서 극심한 물자 부족을 겪던 1950년대 창업자인 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양말기(양말을 제작하는 기계)’의 크기를 키우면 속옷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국산 1호 메리야스 편직기’를 만들었다.

메리야스 편직기로 내의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국내 최초로 아염산소다를 이용한 최신 표백 기술을 개발했다. 순백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백양’ 상표를 출시하면서 BYC는 흰색 내의의 대명사로 불렸다. 또한 대·중·소로만 구별돼 있던 속옷 사이즈를 가슴둘레에 따라 4단계(80·90·95·100cm)로 제작해 제품의 규격화와 표준화를 정착시키며 기술 개발로 품질 향상을 선도했다.

대표 브랜드로는 BYC·스콜피오·르송·쎌핑크·라미 등이 있다. 데오니아·보디히트 등의 프리미엄 기술력으로 현재 일본미주동남아중동아프리카를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에 수출하며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BYC는 국내 내의업계 SPA 브랜드의 효시다. 현재 전국 57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주요 상권에 최소 661㎡(200평) 이상의 면적에 운영되는 ‘BYC직영점’은 백화점 등의 고비용 유통 시스템을 피해 운영비용을 절감시킴으로써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고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SPA형 유통 업체다.

의류 기획과 디자인부터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총괄해 비용 절감과 품질 관리를 통한 양질의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