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다양한 금융 서비스 직접 제공하기 시작한 ‘시파이의 본진’ 암호화폐 거래소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현시점에서는 암호 자산 금융 시장과 전통적인 금융 시장이 명확히 분리돼 있다. 전통 금융 시장에는 이미 고속도로처럼 잘 닦인 인프라가 존재한다. 중앙은행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위에 수많은 상업은행·투자은행·증권사 등의 금융 기업들이 촘촘히 배치돼 있다. 반면 암호 자산 금융 시장은 아직 통일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지만 이제 기존에 마련됐던 금융 시장의 고속도로를 블록체인까지 연결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 블록체인이 해결하지 못한 다양한 기술적 문제들과 현행 제도의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 암호 자산 금융 시장은 둘로 나뉘어 있다. 바로 중앙화 금융인 시파이(CeFi : Centralized Finance)와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DeFi : Decentralized Finance)다.

블록체인에서 중앙화라니…. 이는 탈중앙화란 대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답을 내리기 전에 일단 우리는 시파이와 디파이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둘을 나누기 위한 가장 좋은 질문은 우리가 그 서비스 기술을 믿느냐 아니면 그 서비스 운영자를 믿느냐다. 만약 그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 운영 회사 또는 회사 자기 사람을 믿는다면 시파이라고 말할 수 있고 만약 기술이나 네트워크 자체를 믿는다면 디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거래소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아직도 시장에서 거의 99.99%가 시파이 플랫폼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더리움과 같은 스마트 콘트렉트 블록체인에서 디파이가 출현함에 따라 조금씩 디파이 프로토콜이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존 인터넷 서비스에 익숙한 유저 경험을 제공하는 시파이 서비스에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시파이의 플랫폼들은 블록체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심지어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하나씩 붙여 나가며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디파이와 시파이, 블록체인 금융 시장의 미래는
(캡션)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바이낸스
하지만 해킹 사건 또는 제도권의 규제 철퇴에 따라 법인 철수 등 다양한 문제점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대표 거래소와 글로벌 거래인 업비트·바이낸스가 각각 해킹당하며 상당한 금액이 이름 모를 해커에게 돌아갔다. 이를 통해 중앙화된 플랫폼은 항상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시파이의 핵심은 거래소와 암호화폐 대출이다. 거래소는 크립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암호 자산을 거래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한 번 이상 거래소에 접속한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거래소라고 할 수 있는 바이낸스는 거래량으로 추산하면 누적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만들었다. 그리고 고객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 수익을 다시 다른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재투자해 왔다. 이제는 단순 거래소가 아니라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파생 상품 거래소,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대출 서비스, OTC 거래, 스테이킹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암호화폐 규제 확립 시 거래소 큰 수혜


아직도 90% 이상의 유저가 거래소에서 거래를 통해 취득한 암호 자산을 자신만의 안전한 개인 지갑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에 남겨 놓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개인 지갑들이 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거래소에 접속하는 방식이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 사용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 또한 사용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요소다. 비밀번호를 유실했을 때 복구해 준다든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한 번에 해줘 고객의 관리 비용을 거래소가 부담함으로써 유저에게 편익을 제공한다. 또 거래소는 일종의 블록체인 간 상호 호환성을 제공해 주는 중앙화된 주체다. 자기가 다른 블록체인 자산으로 전환하고 싶을 때 믿을 만한 중앙화 거래소에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선택이다. 이렇듯 유저들이 중앙화된 거래소를 사용해 얻는 이익을 충분히 많다.

이제는 거래소에 쌓인 큰 거래량과 유저들의 고정 방문을 무기로 더 큰 사용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투자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격이 요동치는 자산에 막대한 거래량을 제공하는 시장은 헤지펀드나 금융 회사에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다. 거래소가 규제 범위 안에 들어온다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거래소에 유입될 것이다.

이제 거래소는 단순히 크립토 금융 서비스가 아니라 나라 간 결제를 이어 주거나 기술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후오비는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말레이시아·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태국 등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는 데 기반 기술을 구축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는 단순한 거래소를 뛰어넘어 경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 기술 허브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증거다. 앞으로도 다양한 거래소들과 각국의 경제 당국 사이에 타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크립토 뱅크’ 향해 가는 암호화폐 대부 업체들

디파이와 시파이, 블록체인 금융 시장의 미래는
금융에서 가장 기본적인 윤활유가 되는 것은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대출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용이 필요하지 않은 담보 대출 영역이 가장 활발하다. 담보 대출은 부도가 나지 않는 대출이기 때문에 대출자에 대한 특별한 평가 없이 담보물에 대한 평가만 이뤄지면 쉽게 대출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대출은 시파이뿐만 아니라 디파이에서도 매우 활발하다. 디파이에서는 메이커다오·컴파운드·달마와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을 담보물로 제공하면 정해진 담보 비율에 따라 원하는 다른 토큰으로 대출해 갈 수 있다. 시파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진다. 담보물을 제공하면 업체가 요구하는 담보 비율 이상의 금액을 빌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중앙화된 대부 회사는 디파이보다 더 폭넓은 담보물 옵션을 제공해 주는 것이 장점이다. 그중에서도 암호 자산 중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담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 대출은 대출자에게는 담보를 제공해야 되며 대출금을 갚을 때 높은 이자도 감수해야 되는 굉장히 문턱이 높은 상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 대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암호 자산에 대해 매우 전망이 밝아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대출을 받아 더 투자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 투자는 근본적으로 마진(margin) 투자의 성격을 갖는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노출된 채 추가로 더 많은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 이유는 채굴자들에게 있다. 채굴자들은 주기적으로 채굴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지만 팔아 채굴비용을 감당해야 된다.
만약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져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단기적인 비용을 감당하려고 할 때 이런 대출 수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수요는 마이닝 업체가 많은 중국과 미국에 많고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대출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런 대출 업체는 단순히 대출업을 넘어 크립토 뱅크라고 불리길 원한다. 고객들의 자산을 보관해 주고 금융 상품·페이먼트·보험 등 유저들이 원하는 상품을 붙여 나가면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고객들의 자산을 이미 많이 확보해 놓은 거래소들도 자연스럽게 이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 큰 격돌이 예상된다. 앞으로 기업들의 위한 금융으로 발전할 이 분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파이 서비스들은 아직 디파이가 지원하지 않는 다른 블록체인 간의 거래, 편한 유저 경험, 편한 고객 대응 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앞으로 시파이 서비스들이 부닥칠 벽은 규제일 것이다. 더 이상 정부의 관심 밖에서 조용히 돈을 그러모으던 시기는 지났다.

필자는 지금까지 개인 투자자 중심이었던 시장에 기관투자가들이 빠르게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시파이 기업들은 자체적인 보안 기준을 높이고 정부가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기관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쌓아 나가야 된다. 기관투자가가 들어오는 시점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6호(2019.12.23 ~ 2019.12.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