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재계 키워드 5-④디지털 전환]
주요 그룹, 클라우드 전환 ‘봇물’…단순 업무 AI 활용하고 전 직원 코딩 교육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내부 서버 대신 외부 사업자가 운영하는 클라우드에 데이터의 저장과 분석을 맡긴다. 단순한 업무는 직원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대체한다. 제조 현장에서의 위험한 업무는 직원이 아닌 로봇의 몫이 됐다.

과거 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망설였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국내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현장부터 ‘보안이 생명’으로 여겨지는 금융업계까지 예외가 없다. 이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기업의 필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 분석부터 저장까지…대세는 ‘클라우드’

2018년부터 국내 대기업들은 앞다퉈 ‘클라우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8년 말 기준으로 계열사 주요 시스템의 90%를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LG그룹은 2023년까지 계열사 시스템의 90%를, SK그룹은 2022년까지 그룹 계열사 주요 시스템 중 80%를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서버와 저장 장치를 두는 대신 컴퓨팅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를 활용하는 ‘클라우드’는 비용 절감과 함께 데이터 관리와 저장에 용이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업무의 효율성, 더 나아가 생존을 위해 클라우드 전환을 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8년부터 아마존웹서비스(AWS)·LG CNS와 손잡고 서버와 전체 전산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항공사 중에서 최초의 사례다. 대한항공은 2021년까지 전사 모든 애플리케이션(앱)과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전환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AWS는 2019년 12월 24일 대한항공 직원 교육 프로그램인 ‘이노베이션 빌더’와 AWS 서비스 체험·교육 공간인 ‘이노베이션 랩 파워드 바이 AWS’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클라우드 중심으로의 인식 변화, 임직원 공감대 형성, 클라우드 지식 향상, 기술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2019년 7월부터 사내 업무 시스템도 구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G스위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협업해 문서를 작성하고 즉각적인 의견 교환과 결재를 진행할 수 있다. 대한항공 측은 클라우드 전환을 계기로 문서 작성과 보고 방식의 변화와 함께 사내에 수평적 문화를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5G 기기 소재, 무인 운반차, 협동 로봇, 드론 연료전지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이끌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사적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 혁신에 가속도를 더한다. 두산그룹은 AWS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두산그룹 내 2000여 개의 가상머신(VM)을 AWS 클라우드로 전환 중이며 향후 3년간 해외 지역의 인프라를 AWS로 전환할 예정이다.

2017년 세계 해운선사 중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힘써 온 현대상선은 2019년 9월 재무·회계 시스템과 대화주 서비스를 포함한 홈페이지 등 주요 업무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에 완료된 클라우드 전환 작업은 1단계다. 현대상선은 2단계인 컨테이너와 벌크 운영을 위한 차세대 해운 물류 시스템 ‘뉴가우스(NewGAUS) 2020(가칭)’ 등 전사 모든 데이터와 주요 앱의 클라우드 전환 작업을 2020년 6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보안을 이유로 시스템 개편에 신중했던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특히 최근 비금융권 사업자들이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금융 시장에 뛰어들면서 디지털화에 늦춰질수록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은행원들이 ‘코딩’을 배우는 이유

2018년 10월 ‘디지털 비전 선포식’ 이후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하나금융그룹은 전 임직원의 디지털화와 디지털 고급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한 초석으로 임원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그룹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2019년 12월까지 스크래치를 활용한 코딩 기본 교육을 실시했다. 스크래치는 간단한 게임·애니메이션 등을 직접 만들고 온라인에서 공유할 수 있는 기초 코딩 프로그램이다. 또 그룹의 전 임원과 본부 부서장 전원을 시작으로 실제 모바일 앱 제작 툴인 ‘저스틴마인드’ 프로그램을 활용해 디지털 교육도 병행한다.

우리금융그룹은 2019년 10월 글로벌 최대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기업 SAP와 기업 금융 부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 사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유동성 공급과 무역 금융 등을 위한 지능형 금융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한다.

또 우리은행은 2019년 7월 디지털 부문의 경쟁력 제고와 영업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디지털금융그룹을 ‘은행 안에 은행(BIB : Bank in Bank)’ 형태의 별도 조직으로 운영함으로써 사업 추진의 독립성과 예산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한다. 디지털금융그룹은 예산·인력 운영, 상품 개발 등에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핀테크 기업과 오픈 API 기반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한다.

제조 기업은 2019년 한 해 현장에 디지털 DNA를 심는 데 박차를 가했다. 제조 현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의 축을 마련한다는 의도다. 국내 기업 중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는 2019년 7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2019 다보스 포럼’에서 등대 공장에 선정됐다.

등대 공장은 어두운 밤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사물인터넷(IoT)·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적극 도입해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말한다. 포스코는 50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과 노하우에 IoT·AI 등을 전 생산 공정에 접목했다. 포스코는 등대 공장 선정에 앞서 스마트고로 기술과 압연 하중 자동 배분 기술 등 AI 적용 사례와 현황을 다보스 포럼 측에 제출했다.

LG전자는 2023년 초 완공을 목표로 창원 1사업장에 친환경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총투자 금액만 6000억원이다. 기존 여러 건물들에 제품별로 분산돼 있는 생산 라인과 시험실을 새롭게 지어질 통합 생산동과 통합 시험동으로 모으고 자동화·지능화 기술을 적용한 ‘통합 관제 시스템’을 도입한다. AI와 빅데이터를 적용한 생산 시스템의 도입으로 창원1사업장의 생산 능력은 연간 200만 대에서 300만 대로 최대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LG전자는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300억원을 투자해 협력사의 생산 라인 자동화를 진행 중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자동화 노하우를 협력사에 적용한 결과 2018년 자동화율은 전년 대비 약 10%, 생산성은 최대 550% 증가했다. 불량률도 최대 90% 감소했다. LG전자는 2019년 60여 개 협력사의 전체 공정을 자동화하는 과제를 추진했다. 협력사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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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