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팔라면서 퇴로차단, 재건축하라며 대출은 제한
- 엇박자 대책에 시장은 혼선
대출 옥죄고 종부세 인상…12·16 초강력 부동산 대책 영향은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부동산 시장 규제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 수 있는 12·16 대책이 발표됐다. 12·16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12·16 대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대출 규제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고가 주택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가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이 전혀 되지 않고 15억원이 되지 않더라도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20%밖에 적용해 주지 않는다.

◆ 현금 부자의 투자 수요 자극 계기

KB국민은행 통계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이 8억801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평균 9억원이 넘는 서울의 강남구·서초구·용산구·송파구·성동구·광진구·마포구와 경기도 과천시 8개 지역은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이 자유로운 9억원 이하 주택에 수요가 몰릴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대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금 수요자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일이지만 자금 공급자라고 할 수 있는 은행으로선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12·16 대책이 발표된 당일과 그다음 날 주요 은행의 주가는 하락했다.

그러면 주식 투자자의 우려대로 은행의 수익이 급감할까. 그렇지는 않다. 은행은 자구책을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예대마진 차이의 확대가 그것이다. 다시 말해 예금 이자는 인하하고 대출 이자는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은 선진국처럼 앞으로 연리 1% 이하의 정기예금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은행 이자만으로는 생활비를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런 예금 금리 인하는 부동산 투자에 소극적이던 현금 부자의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가 역설적으로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아이러니를 낳게 하는 것이다.

12·16 대책에서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종합부동산세의 인상도 크다. 2018년의 9·13 조치의 영향으로 2019년 종부세가 상당히 많이 올랐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종부세 대상자는 체감적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난 종부세를 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12·16 대책을 통해 3주택 이상 소유자나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 이상 소유주에 대해서는 기존 0.6~3.2%를 적용했던 것을 0.8~4.0%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일반 지역 소유자도 기존 0.5~2.7%에서 0.6~3.0%로 인상했다.

이는 보유세를 올리라는 일부 여론을 등에 업고 세금을 올리면서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소유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세수 확보라는 실리를 취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들어 정부는 세수 부족으로 고민이 깊었는데 이런 세수 부족 현상에 단비로 작용한 것이 종부세다.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난 종부세 덕에 시름을 덜었던 것이다.

더구나 종부세 과세 종료 시점인 2019년 12월 16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2019년부터 종부세 부담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된 다주택자를 더 압박하는 극적 효과까지 노리게 됐다.

이는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몇 달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전통적인 공급 부족 지역인 서울 등지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에 매물이 귀해지면서 매도자들이 매도 호가를 올리고 매수자는 조바심으로 추격 매수를 하게 되니 진짜로 시세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에 싼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 통계와 정부의 정책은 ‘엇박자’

그런데 이번에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 2020년 6월 말까지 처분하면 양도세 중과를 배제해 주고 장기 보유 특별 공제도 적용해 주는 조치를 내세웠다. 그동안의 대책이 바람 정책이었다고 하면 이 조치는 햇빛 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종부세 인상에 따른 은퇴 세대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도 있다. 9·13 조치와 12·16 대책으로 종부세가 대폭 인상됐는데 막상 양도세 중과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득이 적거나 없는 은퇴 세대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에서 소화할 만한 수준 이상의 매물이 많이 쏟아져 나오면 집값을 내릴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펌프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대상을 10년 이상 보유자로 제한한 것이 한계다. 10년 이상 보유자로 한정한 이유는 지난 몇 년간 투자로 수익을 거둔 투기 세력의 퇴로를 열어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은 투기 의도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를 해줄 명분이 충분하다고도 본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매물이 찔끔찔끔 나오게 하기보다 서로 앞다퉈 매물이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지금 시장에서 부족한 것은 새 아파트 매물이다.

정부에서 정책을 만들 때 인용하는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부터 2019년 12월 16일까지 집값이 오른 것은 5년 이하의 아파트(0.1%)뿐이다. 10년 초과~15년 이하의 아파트는 1.7%,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는 2.6%, 20년 초과 아파트는 2.2%나 하락했다.

그런데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는 새 아파트가 아니다. 최소한 10년 이상의 연한이 된 아파트라는 의미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금 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새 아파트인데 정부는 새 아파트는 매물로 내놓지 못하게 하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낡은 아파트만 매물로 내놓게 하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와 정부의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조치가 시장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인 것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