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재계 키워드⑤-사회적 가치]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2019년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 구현에 매진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역할, 의무를 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한편 기업 스스로도 경영 철학의 핵심 키워드로 사회적 가치를 받아들이고 있다.
‘행복 경영·기업 시민’…사회적 가치 창출, 지속 가능성의 ‘열쇠’로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를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여기고 있다. 과거와 같이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하는 수익 구조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높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부상하고 정의롭게 돈을 쓰는 ‘정의로운 소비’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면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제시한 ‘공유 가치 창출(CSV)’ 이론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사회적 가치가 필수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CSV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량이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것에 착안해 사회 문제 해결을 기업 고유의 사업과 연계해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즉, 수익을 내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성장 전략이다.

이는 기업들이 과거부터 꾸준히 실천해 온 사회 공헌 활동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형태다. 기업이 사후적으로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아닌 선행적으로 시장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SK그룹은 2019년 5월 기업·시민사회·학계·공공기관들이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모인 대규모 민간 축제 ‘소셜 밸류 커넥트(SOVAC)’를 개최해 주목받았다. SK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경영 전략에 포함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9년 초 신년사를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로 더 큰 행복을 만들자”고 주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고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 갈 수 있는 방법의 척도는 사회적 가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성원의 개념을 고객·주주·사회 등으로 확장하고 작은 실천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 사회적 가치의 계량화 가치 부각
SK는 이와 함께 사회적 가치의 계량화 가치 부각에도 공을 들였다. SK그룹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한편 성과에 50%를 반영하기로 하면서다. 이른바 최태원식 ‘더블 보텀 라인(DBL) 경영’이 공식적으로 첫 시동을 걸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1조1610억원어치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고 SK하이닉스는 총 9조5197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SK는 ‘국제적 연대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 측정과 활용을 강화하고 있다. SK는 독일 화학 기업 바스프와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기업들과 2020년까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국제 표준을 만들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SK가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와 산하 국영기업 등과 손잡고 사회적 가치 창출과 측정 방법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150억원을 출연해 비영리 연구 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을 설립한 이후 2019년 7월 규모와 인원을 확장해 새로 문을 열었다.

포스코그룹은 ‘기업시민’의 가치를 통해 기업의 공익 추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에 ‘시민’으로서의 인격을 부여해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적극 행동하겠다는 뜻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향후 50년의 새 경영 이념으로 기업시민을 내세우고 기업 전반에 걸쳐 ‘위드 포스코(With Posco)’ 새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제철보국’에 이은 ‘기업시민’의 자세로 뉴 모빌리티 종합 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는 기업시민을 내재화하고 공존·공생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기업시민실’을 신설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운영하고 CEO 자문 기구로 ‘기업시민위원회’를 설치해 기업시민 경영 이념 체계화에 힘썼다. 2019년 7월에는 ‘기업시민 헌장’을 선포해 구체적인 행동 준거도 마련했다. 그룹 임직원들이 월급의 일부를 기부해 운영하는 ‘1% 나눔재단’을 비롯해 성과 공유제를 중심으로 하는 동반 성장, 청년 취업 창업 지원 등 주요 사업 과제를 만들어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계열사 차원에서도 자체적으로 기업시민 확산 활동을 전개한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자사의 캐시카우인 미얀마 가스전 인근 지역 외딴섬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며 전력난 해소에 나섰다.

최 회장의 2019년 행보는 단연 기업시민 경영 이념 정착에 집중됐다. 포스코가 2019년 12월 초 개최한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에서 최 회장은 “2019년에는 기업시민 헌장 선포를 통해 기업시민 경영 이념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헌장을 실천해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경북 포항시에서 2020년 1월 8일 새해 첫 ‘기업시민 문화 콘서트’를 열고 강연과 갈라 쇼를 통해 기업 사회와 문화 소통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기업시민’ 행보
‘함께 멀리’의 동반 성장 의미를 강조하는 한화그룹은 친환경 숲 조성, 기부 플랫폼 조성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사회적 기업 프리플래닛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에 친환경 숲을 조성하는 ‘한화 태양의 숲’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막화·황사·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화 ‘불꽃 로드’는 여행을 매개로 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창업과 취업 등의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여행 경비 등을 지원한다. 이 밖에 ‘한화 불꽃(bulggot) 기부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기부를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섰다. 한화 불꽃 기부 앱은 기부 혹은 봉사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기부 플랫폼이다. 한화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기부자가 기부금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재미있는 사진 기부를 통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206개사가 2019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사회 공헌 비용 총규모는 2조6060억원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의 특징은 ‘업그레이드(U.P.G.R.A.D.E)’로 요약된다. 기업들은 사회 공헌의 ‘질적 업그레이드’와 ‘사회적 가치 창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세계자연기금(WWF)에 출판 수익금 전액을 기부해 해양 생태계 보호에 활용했고 BGF리테일은 아동·지적장애인·치매 환자 등의 실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취업 준비생 청년들의 좌절감·우울감 등 심리 정서 문제 해소와 취업 지원 교육에 나섰고 현대해상은 청소년의 지역 사회 문제 발굴과 해결 과정을 통한 건강한 성장을 지원한다.

공기업들도 사회적 가치 창출 대열에 적극 합류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사회적가치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한국남부발전 등 8개 공공기관은 ‘2019 사회적 가치 혁신 포럼’을 개최했다. 부산항만공사도 공기업 최초 인권 경영 시스템 인증을 받는 등 사회적 가치 구현 실적을 인정받았다.
‘행복 경영·기업 시민’…사회적 가치 창출, 지속 가능성의 ‘열쇠’로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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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