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58호 (2020년 01월 08일)

[뉴 밀레니엄 20년] “‘직관’을 갖추기 시작한 AI, 이제는 사람의 마음 읽는다”

[커버스토리=한경비즈니스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뉴 밀레니엄 20년’ ]

-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인터뷰

- 인간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 혁명 일어날 것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한경비즈니스 ‘뉴 밀레니엄 20년’ 설문 조사 결과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10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인구 구조 변화, G2의 갈등을 넘어서는 가장 중요한 변화였다. 왜 시장 전문가들은 AI에 주목하며 AI는 미래의 풍경을 어떻게 바꿀까. AI 전문가를 통해 AI 미래 사회를 엿봤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제2신공학관에서 2019년 12월 31일 국내 AI 권위자인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을 만났다.

사진 이승재 기자


AI가 세상을 바꾸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알파고 이후 주목할 만한 AI 성과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알파고 이후 인간 우위라던 게임 분야에서도 AI가 최고수로 등극했습니다. 구글의 딥마인드가 만든 ‘알파스타’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최고수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최근(2019년 11월 1일) 스타크래프트Ⅱ 게임플레이어의 상위 0.2%에 해당하는 그랜드마스터 등급에 도달했죠. 또한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를 통해 단백질 아미노산 결합 구조 예측 알고리즘을 선보여 과학적 난제를 푸는 데도 성과를 냈습니다. 또한 구글은 2017년 ‘신경망 기계 번역(NMT)’을 통해 기존 기계 번역의 한계를 뛰어넘었어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많은 영역에서 AI가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고 추월하고 있습니다.” 



AI 기술 발전 단계에서 지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AI 기술은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범용 기술이 돼가고 있습니다. AI의 출발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은 꿈이었어요. 그때가 1950년대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당시에 기술이라고 얘기했던 것들과 지금의 AI 기술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정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났죠. 그것은 ‘학습’이라는 기술을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기계의 학습이 왜 중요합니까.
“AI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연구합니다. 산업혁명을 통해 등장한 증기기관과 전기모터가 사람의 근육과 힘을 쓰는 노동력을 대신했다면 AI는 사람의 정신적인 노동력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를 위해 과거에는 사람의 지능을 일방적으로 집어넣어 주는 방법론을 썼어요. 1980년대에 AI의 1차 산업화 시도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의 질병 진단 지식을 규칙 형태로 프로그래밍해 컴퓨터에 넣어주고 이를 이용해 병을 진단하는 전문가 시스템이 개발됐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 한계가 드러났죠. 의사들도 병을 진단할 때 어떤 지식이 사용되고 왜 그렇게 판별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복합 지식이 사용되기 때문에 모든 경우를 규칙으로 설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이러한 한계가 드러나면서 고전적 AI 기술은 겨울을 맞이하게 됩니다. 새로운 혁신이 일어난 것은 뇌를 닮은 AI를 개발하려는 신경망 연구가 본격화되면서입니다. 의사들의 복잡한 판단 과정에서 전문가 본인도 모르는 원리를 기계가 학습을 통해 알아낸 것이죠.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오랜 경험으로 체득된 지식을 기계가 흉내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가능할까 했는데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뇌를 닮은 컴퓨터가 어떻게 가능해졌습니까.
“알파고가 큰 역할을 했죠. 사람이 바둑 교본을 보고 패턴을 분석해 규칙을 프로그래밍하는 게 과거의 방식이었다면 알파고는 수많은 바둑 교본을 직접 보고 학습했습니다. 바둑 전문가의 지식을 배우는 방식은 이미 사람을 한 번 거치는 동안 지식이 해석되고 축소되죠. 그런데 기계가 교본을 직접 보면 전문가 본인도 설명하지 못하는 패턴을 ‘원본 데이터(raw data)’를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겐 직관이 있죠. 딱 보면 그 자리에 둡니다. 기계가 사람의 직관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딱 보면 아는 직관은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따라잡았습니까.
“논리적으로 보면 학습이라는 게 귀납적 추론을 하는 셈입니다. 다양한 사례를 보고 결론을 내리는 귀납적 추론은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매일 쓰는 지능입니다. 과학자들도 귀납적 추론을 하죠. 단점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가정이 맞는다면 결론이 맞는 연역적 추론은 논리적으로는 명확하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귀납적 추론은 새로운 것을 발견해요. 창의적인 거죠. 물론 아직은 부족한 수준입니다. 사람은 처음 본 사람을 다음에 바로 알아볼 수 있지만 기계는 아직 아닙니다. 헤어스타일, 의상, 그날의 기분과 표정 등이 달라질 수 있는데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최근 딥러닝이 나오면서 조금씩 따라잡고 있지만 아직 AI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학습할 데이터의 양이 많아질수록 더 똑똑해지는 건가요.
“머신러닝의 원리는 30년 전부터 연구를 많이 해 왔습니다. 1990년을 전후해 컴퓨터가 가정과 사무실에 보급되고 데이터가 전자화되기 시작했어요. 그 사이 스마트폰이 등장했어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녹음을 하면서 컴퓨터에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모이기 시작합니다. 사진·비디오·소리·음성·위치·센서 데이터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등장했어요. 또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메시지 데이터가 수집되기 시작했죠. 이러한 데이터를 기계가 학습하고 있습니다. 기계 번역이 좋은 예입니다. 과거 197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에 첩보를 위해 기계 번역에 많은 투자를 했었죠. 당시 양질의 기계 번역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왔었어요. 그런데 2000년대 구글이 등장해 딥러닝을 통해 포기했던 기술을 되살렸습니다. 언어학자들이 만든 규칙을 통해 기계 번역을 하려던 방식은 실패했지만 딥러닝에서는 뇌를 닮은 신경망을 통해 변환 규칙을 찾아냅니다. 샘플이 백 개, 천 개라면 엉터리일 수 있지만 번역의 사례를 십만 개, 백만 개, 천만 개 등으로 늘릴수록 사람만큼 정확해집니다.”



대표적 AI 상품인 스마트 스피커는 그리 똑똑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의 지식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스마트 스피커가 다소 정체된 데는 극단적인 경험론적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라고 봅니다. 우리가 언어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 관악산을 얘기할 때 기계는 스펠링으로 접근하지만 사람은 관악산을 떠올리기도 하고 서울대를 떠올리거나 산 그 자체 혹은 ‘아 추워’와 같은 종합적인 개념을 생각합니다. 기계는 어른이나 전문가의 영역은 오히려 빨리 배웁니다. 그런데 어린아이의 지식은 더 학습하기 어려워요. 유연성이 있어서입니다. 다가올 AI는 유연한 지식을 학습할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해지는 이유는 5G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일상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어서입니다. 온갖 종류의 센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모이면 모든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꿀 만한 파급력이 발생할 겁니다.” 



향후 10년, AI의 진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AI는 가상 세계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것이 실세계로 나온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상상해 보면 집에서는 AI 가사 도우미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 일과를 계획해 줄 수도 있겠죠. 로봇 형태의 신체를 갖춘 AI 비서라면 집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거나 날라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IoT와 연결돼 지능을 갖게 될 겁니다. AI를 통해 눈을 갖거나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 환경에서는 스마트 시티가, 제조 공장에선 스마트 팩토리가 진행될 겁니다. 사무 환경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하는 반복적인 업무들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료 수집, 정리·분석의 기능을 AI가 수행할 수 있습니다. AI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은 기술’로 발전할 겁니다. AI가 무서운 이유이기도 하죠. 양면성을 갖거든요. 구글 글라스와 같은 웨어러블디바이스를 착용하면 사람의 눈빛을 보고 그 사람의 기분이나 의도, 지위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협상에 유용할 수도 있고 인사 평가에 활용될 수도 있지만 악용될 가능성도 있죠. 사생활 침해 이슈도 여전합니다. 현실 세계로 나와 인간의 모든 활동에 깊이 관여하게 될 ‘또 다른 지능’이 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가전·자동차·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본격화될 겁니다. 앞으로 AI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약력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졸업. 독일 본 대학(University of Bonn) 컴퓨터과학 박사. 독일국립정보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MIT 인공지능연구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 서울대 AI연구원장(현).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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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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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1-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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