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몰은 기본에 ‘온라인 전용 브랜드’ 론칭 봇물
- 중·장년층 브랜드도 온라인 강화
패션업계의 최신 트렌드는 ‘온라인’에서 답 찾기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몇 년째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패션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핵심은 ‘온라인 강화’다.

온라인 몰이든 온라인 전용 브랜드든 무엇이든 간에 온라인에서 히트작이 나와야 성공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온라인이라고 하면 유통 채널로만 인식됐지만 이제는 브랜드까지 온라인 전용이 대세가 됐다.

온라인 브랜드 한두 개쯤은 내놓아야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가성비를 좇는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제는 모바일 쇼핑에 점차 익숙해져 가는 중·장년층을 잡기 위해서도 온라인 전략은 필수가 됐다.

◆ 온라인 패션 몰 성장에 대기업들도 가세
패션업계의 최신 트렌드는 ‘온라인’에서 답 찾기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률은 2016년 4.1%에서 2017년 마이너스 1.6%로 급하락한 후 2018년과 2019년 각각 1.8%, 1.2%의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온라인 쇼핑 규모는 나날이 급성장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8조2000억원이었던 온라인 쇼핑 규모는 지난해 111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2022년에는 189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무신사·W컨셉·스타일쉐어·29CM 등 온라인 패션 편집 몰들의 성장세가 이를 증명한다. 무신사는 2019년 매출액이 9000억원대로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스트리트 패션 등의 유행으로 1020세대를 사로잡은 덕이다.

20·30대 여성들에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W컨셉도 2018년 매출 1500억원에서 2019년 2000억원을 돌파했다. 스타일쉐어와 29CM은 2019년 각각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8년 대비 29CM은 100%, 스타일쉐어는 4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패션 대기업들도 온라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LF몰이다. 국내 패션 대기업 5개사(삼성물산 패션부문·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LF·코오롱인더스트리) 중 가장 발 빠르고 광범위한 움직임이다.

LF몰은 헤지스·질스튜어트·TNGT 등 LF 계열의 패션 브랜드는 물론 프라다·구찌·생로랑 등과 같은 외부 패션 브랜드 그리고 불리1803·그린랜드 등 뷰티 브랜드와 조셉조셉·레프 암스테르담 등 리빙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수천여 개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 몰로 운영된다.

LF는 2000년 ‘패션엘지닷컴’으로 처음 온라인 몰을 개설한 뒤 2010년 LG패션샵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온라인 몰 육성을 시작했다. 2014년 LF몰로 리뉴얼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LF몰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획일화된 상품 나열 방식이 아니라 고객별 취향과 소비 패턴에 최적화된 맞춤 추천 큐레이션을 홈 화면에 탑재해 쉽고 빠르게 원하는 상품을 찾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LF몰은 2010년 이후 매출 신장률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 가기 위해 온라인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유통 시장 변화에 맞춰 온라인 비즈니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몰인 SSF샵 성장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2015년 9월 론칭한 SSF샵은 현재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 30여 개와 국내외 브랜드 900여 개 이상이 입점해 있다. SSF샵은 매년 40% 이상 신장하고 있다. 또 고객 방문율도 25% 이상 높아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공식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는 패션·생활용품뿐만 아니라 헬스케어·소형 가전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들도 함께 구입하는 연계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이곳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60개와 타사에서 공식 수입하고 있는 레페토·챔피온·필슨·그라미치·무스너클 등의 해외 브랜드가 입점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최초로 월매출 100억원을 돌파, 연매출이 전년 대비 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회사는 추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의 온라인 몰 H패션몰은 지난해 온라인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610억원(잠정치)을 올렸다. 가입 회원 수도 지난해 12월 기준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한섬은 이러한 H패션몰 외형 확장에 발맞춰 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3만3924㎡(1만280평) 규모의 타미힐피거 전용 물류센터를 짓고 운영에 들어갔다.

◆ 가격 낮추고 품질 올리는 탈(脫)오프라인

패션 대기업들의 온라인 전략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 론칭이 봇물을 이룬다는 점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가 높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우선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년 전 사업을 접었던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다시 내놓았다. 엠비오는 2535세대 남성들을 겨냥해 기존 소재와 품질은 유지하되 가격을 대폭 낮춰 경쟁력을 높였다. 엠비오의 온라인 사업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통합 온라인몰 SSF샵과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를 통해 진행된다.

한섬도 잡화 브랜드 ‘덱케’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한섬이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198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한섬은 2017년부터 덱케의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며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의 전환을 준비해 왔다.

한섬은 덱케의 핵심 고객층을 기존 2030세대 여성에서 10·20대로 변경하고 판매가도 기존 5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대폭 낮췄다.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의 취향을 고려해 신제품 출시 방식도 바꿨다. 보통 잡화 브랜드는 신제품을 연 1~2회(봄여름·가을겨울) 출시하는데 덱케는 2주마다 신제품 1~2종을 선보이는 ‘연중 제품 출시 방식’을 도입했다.

LF는 남성복 브랜드 ‘일꼬르소’, 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스튜어트’의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재출시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채널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캐주얼 액세서리 브랜드 ‘HSD’를 내놓으며 온라인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남성복 브랜드 ‘스파소’와 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오프라인 영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중심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패션업계를 강타한 온라인 바람은 대기업만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장년층 대상 패션 기업들은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브랜드를 새로 단장하거나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며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세정이다. 세정은 고품질의 상품에 빠른 트렌드를 반영하는 유연성 있는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작년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의 온라인 브랜드 ‘올리비아비’와 라이프스타일 패션 편집숍 ‘웰메이드’의 온라인 브랜드 ‘웰메이드컴’을 선보이며 온라인 시장 성장에 대응하고 있다.

론칭 이후 총 13개의 종합 몰에 입점했고 올해는 기존 자사 몰과 종합 몰 중심에서 나아가 오픈 마켓(네이버·G마켓·와디즈 펀딩 등)으로 다각적인 판로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몰 전용 상품을 개발하는 등 온라인 사업 가속화를 추구,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신원도 지난해 8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지나식스를 새롭게 선보이며 온라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나식스는 신원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신원몰에서 첫선을 보였고 향후 W컨셉과 29CM 등의 온라인 편집숍에 순차적으로 입점할 계획이다.

프렌치 세미 캐주얼 감성의 아이템을 선보이며 절제된 핏과 라인을 바탕으로 한 높은 퀄리티와 합리적인 가격대를 내세운다. 신원은 지나식스를 통해 신원몰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