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범훈 중앙대 총장

['두산법인 2년' 중앙대, 대학 개혁 중심에 서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돼”
중앙대의 두산 법인 영입을 추진했고 그 후 2년 동안 중앙대 개혁의 중심에 서 있는 박범훈 총장은 중앙대가 경쟁력을 회복, 제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여건이 바로 지금 갖춰졌다고 평가한다.

2년 전에도 개혁 의지는 있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제 법인의 후원에 힘입어 가능해진 만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각오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총장실에서 만난 김 총장은 최근 학문 단위 재조정을 두고 빚은 일부 교수 및 학생들과의 갈등과 관련해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직설 화법으로 응수했다.

두산이 법인으로 들어온 지 2년이 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새 법인을 영입한 후 ‘중앙대가 변화했다’라기보다 ‘새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재단 이사장은 일본에서 사업하는 분으로 일본 경제의 붕괴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본에 거주하기 때문에 직접 학교의 경영관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도 추락할 수밖에 없었죠. 벼랑 끝에 몰리던 학교가 새로운 재단을 영입하면서 중앙 가족들이 모두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변화와 긍정의 마인드가 교수·학생·직원·동문들에게 자리 잡았죠. 이것이 큰 소득이라고 봅니다. 중앙대는 92년의 역사와 충분한 인지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저력은 충분했습니다. 다만 불을 붙이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상황이었는데 새 법인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입니다.

얼마 전 확정된 학문 단위 재조정안을 두고 비판과 갈등이 많았습니다.

이 사업은 이전 재단 시절에도 진행하려고 했지만 힘을 얻지 못했었습니다. 수년 전에도 두뇌한국(BK21)사업 요건에 의해 입학 정원 200명을 줄여 8개 학과를 없애려고 했지만 학부모·학생·동창회가 크게 반발해 힘들었습니다. 학과 명칭 하나 바꾸기도 쉽지 않았죠.

지난 1980년대에는 학과를 많이 늘려 학생을 많이 뽑는 것이 대학 사회에서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정책이 바뀌어 기존에 백화점식으로 벌여 놓은 학과를 통합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18개 대학을 10개로 줄이는 데 수많은 논의를 거쳐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새 법인 영입 후 ‘이번에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체적으로 퍼졌습니다. ‘내가 몸담은 과가 없어지더라도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물론 일부 교수와 학생들의 불만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한강철교와 크레인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비난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반발할 일만은 아닙니다. 다른 대학들은 개혁 작업을 벌써 2, 3단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앙대는 이제 첫 단계를 시작한 것이죠. 교수 연봉제도 무한 경쟁 시대에 교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중요합니다. 불만을 제기한 교수들 대부분은 훌륭한 배경을 갖고 있고 실력이 대단한 분들입니다. 그동안 실력을 발휘할 동기와 계기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분위기가 바뀌어 요즘 연구동에는 밤새 불이 켜져 있습니다.

아직 갈등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가고 있습니까.

학문 단위 재조정 후에도 후속 조치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성캠퍼스와 서울캠퍼스의 학부 통합건입니다. 안성캠퍼스는 내년에 신입생을 뽑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안성캠퍼스 학생들이 후배가 없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심각합니다.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이를 조정하고 있지만 교수들은 서로 만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총장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디테일한 사항까지 짚어 나가며 많이 조정하고 있습니다.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총장님이 생각하는 이 시대 대학의 역할과 바람직한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두산법인 2년' 중앙대, 대학 개혁 중심에 서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돼”
이 질문은 ‘우리 중앙대가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것입니다. 경쟁 시대에는 경쟁에 뒤처지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뿌리와 전통이 있는 대학은 세계 대학과 경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중앙대는 국내 경쟁에서도 뒤처졌습니다. 따라서 다른 대학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은 우수 인재 양성이 관건입니다. 어느 전공이든 지도자 역량을 갖추고 어디에서도 잘 적응하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바로 경쟁력입니다. 그렇다고 일꾼만 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 인력과 사회 공헌 인력을 병행해 키워내야 합니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둘 다 놓칠 수 없습니다. 중앙대는 우리만의 색깔을 갖고 인재를 키워낼 것입니다. 대학 특화만이 방법입니다.

일련의 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언론사 평가 등을 보면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언론사 평가 기준이 5년 전부터 누적된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법인 교체 이전의 내용이 반영돼 아직 변화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동안 학교 운영체제가 평가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학교가 변화하는 가운데 평가를 받아 아직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이러한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중앙대의 변화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영향이 있을 텐데요.

학생들이 공부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열심히 한다지만 저는 더 공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들은 ‘교육 환경이 열악한데 왜 등록금을 올리느냐’는 불만을 제기해 왔습니다. 이제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있고 등록금도 올해 동결했습니다.

교수 연봉도 다른 대학 수준으로 올렸습니다. 박용성 재단 이사장은 학생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을 꼼꼼히 찾아 읽고 바로 관련 부서에 이유를 묻고 개선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도서관은 24시간 개방했고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민원 사항을 적극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학생들이 할 몫을 다해야 합니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됩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대학에서 교육 평준화는 말이 안 됩니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중앙대에 들어왔고 대학 자체도 경쟁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사회에 나가면 더 큰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다해 주겠습니다.

최근 입시 결과를 보면 확실한 두산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11학년도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지원자가 6만3000명이 몰려왔습니다. 두산이란 세계적 그룹을 법인으로 영입하면서 생겨난 효과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학부형들은 대학 정보가 빠릅니다.

입학처장의 보고를 받아보면 ‘개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수험생들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특목고 출신 등 우수 학생의 지원도 많아졌습니다. 의대·경영대·약대·광고홍보학과·신문방송학과 등은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리고 이번 학문 단위 재조정에 수험생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입시에서는 중앙대의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6년째 총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CEO형 총장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국대학의 바람직한 총장상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말 실력 있는 연출가나 영화감독이 있다고 칩시다. 연기는 이해할지 몰라도 무대에서 직접 연기해 보라고 하면 잘 못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인문학에서 최고 권위의 학자가 총장을 맡으면 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80~90년대 대학 총장은 학문적으로 최고 권위자가 맡았습니다. 그래서 총장은 거룩한 자리였죠. 하지만 지금처럼 복잡해진 대학의 행정을 맡아야 하는 총장직은 이제 경영과 관리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요구합니다. 시대적 변화입니다.

이제 총장은 전체를 아우르며 세계 경쟁을 이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경험이 중요합니다. 4년만 몸담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총장을 했던 사람 중에 인성과 능력을 두루 갖춘 분이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박범훈 총장은…

1948년생. 76년 중앙대 음악학과 졸업. 80년 일본 무사시노음대 작곡과 졸업. 83년 무사시노음악대학원 음악연구과 석사. 98년 동국대 대학원 철학 박사. 93년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 및 상임지휘자. 2000년 국립국악예술중학교 설립 및 이사장. 2001년 중앙대 부총장. 2005년 중앙대 국악대 음악예술학부 교수. 2005년 중앙대 총장(현).

대담=김상헌 편집장
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