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펫 비즈니스 현황

전용 운구차에 실려 온 시신이 화장장 입구에 도착한다. 준비된 꽃마차에 시신을 눕힌 후 추모실로 옮긴다. 가족의 종교나 성향에 따라 추모식이 거행된다. 의식이 진행될수록 방 안에는 남은 유가족들의 오열과 눈물이 넘쳐난다.

이윽고 ‘화장하겠습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화장로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슬픔은 절정에 달한다. 재를 버리고 남은 뼈를 수습해 가루로 만든 후 유골함에 담아 내오면 화장 절차가 모두 끝난다.
[재미있는 펫 비즈니스 세계] 시장 규모 4조 원대…사료 시장 ‘폭발’
먹을거리 시장 규모 가장 커

‘꽃마차’ 대목에서 눈치 챈 독자도 있겠지만, 앞의 내용은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반려동물 화장장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재구성한 것이다. 지난 2008년 1월 발효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는 함부로 처리할 수 없다.

지정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의뢰해 폐기물로 처리하든지, 그도 아니면 화장을 해야 한다. 함부로 동네 야산에 묻었다간 환경오염을 유발한 죄로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재미있는 펫 비즈니스 세계] 시장 규모 4조 원대…사료 시장 ‘폭발’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에 있는 ‘엔젤 스톤(www.angelstone.co.kr)’은 반려동물 장례(화장) 전문 기업이다. 이곳에선 하루에도 10건이 넘게 죽은 반려동물의 화장이 이뤄진다.

2004년 무허가로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한 달에 매출 1000만 원을 올리기가 어려웠지만 현재는 매달 1억 원은 거뜬하다. 2008년에는 정식으로 인가도 받았다.

회사 대표인 (주)위디안 심요섭 사장은 “매년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엔젤 스톤은 유골로 만든 주얼리 특허도 가지고 있는데, 세계 유일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었던 반려동물 장례 사업이 활황을 맞고 있다는 건 국내 펫 비즈니스가 그만큼 성장했고, 사람들의 인식 또한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현재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건 어렵다. 시장 활성화 초기인 데다 마땅한 통계 자료나 수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비즈니스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에 이미 1조 원에 이르렀고 현재는 4조~5조 원대의 시장이 형성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의 펫 비즈니스는 1940년대에 일본으로부터 도입됐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장을 이루며 경제성장과 함께 산업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동물병원이 대표적이다.

병원 수와 규모 면에선 일본에 한참 떨어지지만 진료 수준은 일본과 엇비슷해졌다. 동물병원 외에도 사료·용품 등이 전통 산업에 속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발전으로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고 반려동물 카페·보험·탁아소·목욕탕·맞춤의류점·장례식장 등의 신모델들이 성장하고 있다.

펫 비즈니스 중 가장 규모가 큰 부문은 역시 먹을거리, 즉 사료 부문이다. 사료 시장은 다시 크게 애완견·고양이·간식·기타애완동물 사료 등으로 나뉜다.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애완견 사료다.

과거에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전용 사료를 먹이는 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평균 2~3kg의 개가 1.5kg 한 포대를 한 달 동안 먹을 경우 비용은 1만~3만 원이다.

건강에도 좋고 비용도 오히려 적게 들어 사료가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사료 시장이 정체돼 있는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급속도로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재미있는 펫 비즈니스 세계] 시장 규모 4조 원대…사료 시장 ‘폭발’
한국의 반려동물 수입 사료 액수는 1991년 200만 달러에서 2000년에는 1400만 달러로 600%나 성장했다. 이후 2001년에는 2000만 달러, 2003년에는 5800만 달러를 돌파했고 작년에는 6834만 달러를 넘어섰다.

앞으로도 사료 시장은 몇 년 동안 15~20%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의 팽창 속도에 비해 국내산 브랜드의 비중은 미약하다. 특히 미국산 제품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에는 중국 사료 산업의 발달로 중국이 호주를 밀어내고 수입 국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 사료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30% 정도인데, 가격으로 환산하면 50%가 넘는다. 고급 사료 수요가 늘면서 수입산 사료 판매는 더욱 늘 전망이다.

서비스산업 갈수록 성장

반려동물의 진료나 먹을거리에 관한 비즈니스가 1차 모델이라면, 최근에는 다양한 서비스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도 향후 잠재적인 수익이 서비스산업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는 상황이다.

반려동물 ‘미용’은 서비스 비즈니스 가운데서도 가장 전통적인 모델이다. 스타일 살롱에서 안전하고 우수한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 전문 미용사 자격증을 가진 트리머(Trimmer)들이 전체 스타일링에서부터 목욕, 발톱 트리밍, 분비선 청소, 이빨 클리닝까지 서비스한다.

반려동물을 훈련하는 트레이닝 사업도 이미 자리를 잡은 분야다. 일반적인 서비스 업종 외에도 최근 새롭게 선을 보이거나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 장묘업. 관련 법령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화장해야 하는데, 반려동물에 정이 든 주인들의 정서상 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정식 인가를 받은 장묘 업체는 수도권에 4개, 부산에 1개뿐이다.

휴가를 떠날 때 반려동물을 맡기는 위탁 관리와 호텔 서비스도 등장했다. 짧은 기간 동안 반려동물을 맡기는 탁아소와 장기간 맡길 때 이용하는 호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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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프랜차이즈 동물병원 쿨펫 남정우 부사장

“럭셔리와 웰빙이 새로운 화두죠”
[재미있는 펫 비즈니스 세계] 시장 규모 4조 원대…사료 시장 ‘폭발’
지난 2003년 처음 문을 연 쿨펫(coolpet.com)은 국내 최대의 동물병원 및 고급 펫 스토어 프랜차이즈다. 대형 마트와 쇼핑몰을 중심으로 전국 100여 개의 가맹점이 영업 중이다.

업계 최초로 동물 전용 자기공명 영상 촬영장치(MRI)를 도입하는 등 진료·분양·용품·미용 등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수의사이기도 한 남정우 부사장을 만나 국내 펫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쿨펫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십시오.

동물병원에서부터 미용·용품·훈련 등이 모두 가능한 프랜차이즈입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임원진이 수의사로 구성돼 있죠. 펫 비즈니스 선진국인 일본을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했고 현재 100개가 넘는 가맹점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진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펫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2000년을 전후해 언론의 애견 산업 관련 보도가 급증했습니다. 경기도 좋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독립 가정 수가 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한몫했습니다.

당시에는 ‘동물병원 하면서 집 못 사면 바보’라는 말까지 돌았죠. 현재는 전체 가구 수의 10% 정도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펫 산업의 성장 속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2000년 이후 매년 15~20%의 고속 성장이 이어지다가 2003년부터 10% 미만으로 거품이 빠졌고, 현재는 매년 5%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형 마트의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도 ‘입점하면 좋은 점포’에 ‘동물병원’이 항상 들어갑니다. 일본의 경우 모든 쇼핑몰에 애견센터가 있죠, 나리타공항에도 고급 애견센터가 있습니다.

펫 비즈니스의 성장 잠재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장담하건대 마이너스 성장은 없을 겁니다. 핵가족화, 고령화, 이혼율 증가 등 변화하는 사회구조 자체가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 수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나 재화의 유형도 지금보다 훨씬 고급스러워질 겁니다.

지금도 동호인 커뮤니티에선 유명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카페·스파·수영장·산소방 등 웰빙 트렌드가 펫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겁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