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69호 (2010년 09월 01일)

[마케팅 뉴 트렌드 '소셜 커머스'] ‘제2 그루폰’ 봇물…소싱 능력 과제

국내 현황

미국에서 ‘구글 이후 최고의 사업 모델’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그루폰의 성공은 국내에서도 ‘소셜 커머스 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입소문 쇼핑몰’을 표방한 위폰이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고 5월에는 티켓몬스터가 그 뒤를 이었다.

이어 관련 업체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해 순식간에 30개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에는 지역별·제품별로 서비스를 세분화한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과열을 우려할 만큼 업체 수는 많아졌지만 서비스 형태는 거의가 대동소이하다. 소셜 커머스 전문가인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대부분 ‘그루폰 유사 사이트’로 볼 수 있다”며 “특별히 주목할 만한 차별화된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그루폰 유사 사이트 성격

소셜 커머스 국내 1위인 티켓몬스터.

실제로 대표적인 사이트 몇 개만 살펴봐도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루폰은 단순하게 보면 하루에 한 가지 상품만 파는 ‘원어데이몰(One-a-Day Mall)’과 공동 구매 사이트를 결합해 놓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파는 품목이 일반 공산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차이가 있다. 그루폰은 도시별로 하루 동안 음식점·숙박·여행·공연 등 단 하나의 서비스를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결정적인 것은 구매 인원이 일정 숫자에 도달해야만 제시된 할인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매 인원에 미달하면 ‘딜’ 자체가 무효가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김철환 블로터닷넷 사업본부장은 “물건을 싸게 사고 싶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로 소문을 내 사람들을 끌어오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과거 판매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티켓몬스터가 지난 8월 11일 판매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티켓은 1352명의 구매자가 몰렸다. 할인 판매가격 6만9000원(정상 가격 14만 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단 하루 만에 1억 원(6만9000원×1352명=9328만8000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물론 티켓몬스터는 독보적인 업계 1위 사업자다. 다른 업체들의 판매 실적은 아직 여기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티켓몬스터가 국내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셜 커머스’와 ‘소셜 쇼핑’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본부장은 “그루폰이 보여준 소셜 쇼핑 모델은 소셜 커머스의 한 사례”라며 “커머스와 소셜네트워크의 결합은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상거래에 SNS를 활용하는 것은 모두 소셜 커머스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류 소장도 “그루폰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것이 소셜 커머스의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류 소장은 국내에서 다양한 소셜 커머스 모델이 시도되지 않는 것은 미국의 대표적 SNS로 꼽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버드대 동문들이 창업한 쿠팡.

물론 전문가들도 그루폰 모델의 성공 가능성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관심은 우후죽순 늘어난 업체들의 무한 경쟁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로 모아진다. 소셜 커머스 시장에는 사실상 진입 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큰돈 들이지 않고 어렵지 않게 뛰어들 수 있다. 더구나 판매 대행 수수료를 바로 챙길 수 있는 매력적인 ‘현금 장사’다.

김 본부장은 “소셜 쇼핑의 성패는 ‘상품 소싱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루폰 모델의 주된 고객은 뚜렷한 홍보·마케팅 수단을 갖지 못한 지역 오프라인 상점들이다. 현장을 누비면서 ‘좋은 상품’을 찾아내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상품을 소싱하는 과정은 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다. 더구나 어렵게 좋은 상품을 발굴하더라도 거래가 계속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파격적인 할인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 소장은 현재 운영되는 소셜 커머스 업체 중 주목할 만한 곳으로 티켓몬스터와 데일리픽을 꼽았다. 티켓몬스터는 강력한 ‘딜 파워’와 높은 신뢰도로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얼마 전 NHN에 인수된 온라인 여행 정보 업체 윙버스 출신이 만든 데일리픽은 음식점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소셜 커머스 사이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상품 정보만을 따로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다원데이는 30여 개에 이르는 소셜 커머스 업체의 ‘오늘의 거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자신이 필요한 상품을 찾기 위해 수많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신이 구입한 할인 쿠폰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게시판도 마련돼 불필요한 쿠폰을 직거래로 교환할 수 있다.

트윗모아는 국내 개발자가 만든 독특한 소셜 커머스 사이트다. 트위터 계정으로 트윗모아에 로그인하면 중고품 판매와 구매 요청 등 거래 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 일종의 ‘트위터 오픈마켓’인 셈이다.

거래 정보는 등록자의 트위터 계정으로 자동 발행되며 운영자의 사이트 공식 계정으로도 리트윗 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다.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를 확인하려면 해당 등록자의 트위터 계정을 클릭해 보면 된다. SNS를 활용해 개인 간 직거래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보완한 것이다.

각 분야의 대형 온·오프라인 업체들도 소셜 커머스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사업성만 확보되면 당장이라도 뛰어들 태세다. 김 본부장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강력한 사업자로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지역 정보 포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위치 기반 SNS인 ‘다음 플레이스’도 선보였다. 게다가 방대한 지역 광고 영업 조직도 갖추고 있다. 이는 NHN도 마찬가지다.

이미 오프라인 상점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놓고 있는 외식 정보 포털 메뉴판닷컴이나 쿠폰 업체 코코폰도 진출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오랫동안 구축한 고객 평가 데이터베이스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온라인 티켓 업체인 티켓링크나 맥스무비, 대형 여행사 등도 얼마든지 소셜 커머스 시장을 탐낼 수 있다.

네이트 쇼핑 정보 SNS 연동 나서

국내 1위 SNS인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도 최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 업체는 자사의 네이트 쇼핑 정보를 ‘미니홈피’는 물론 실시간 메신저 ‘네이트온’, 자체 개발한 150자 단문 블로그 ‘네이트커넥터’ 등과 연동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트 쇼핑 코너에서 사고 싶은 상품을 스크랩하면 그 정보가 이들 서비스에도 함께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일촌’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내가 어떤 제품을 좋아하고 뭘 갖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류 소장은 “한국은 소셜 커머스의 기반이 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플랫폼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며 “싸이월드나 독특한 게시판 문화, 포털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셜 커머스는 소규모 신생 업체들의 싸움터지만 이들 대형 사업자들이 가세할 경우 한차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소셜 커머스 시장의 진검 승부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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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8-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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