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801호 (2011년 04월 13일)

[추락하는 지방공항의 진실] ‘표’로 만든 공항…정상 운영 ‘全無’

지방 공항 어떻게 만들어졌나

사업성 검토 없이 선거 공약으로 지어져 개장도 못하고 있는 경북 울진공항.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그 어느 때보다 지역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런 모양새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의 재탕일 뿐이다. 더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된 공항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 수 있다.

만약 밀양이나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동남권 신공항의 미래는 서남권 신공항으로 추진됐던 무안공항의 사례와 비슷하다. 인접 공항과의 갈등으로 완공이 되더라도 정상적인 운영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전에 국내 공항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2000년 이후 지어진 공항 ‘자중지란’

국내 공항은 크게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1세대 공항, 1960~1980년 사이 개발시대에 지어진 2세대 공항, 2000년 이후 지어진 3세대 공항으로 나눠볼 수 있다. 1, 2세대 공항은 중앙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3세대부터는 지자체들의 정치 논리로 지어진 것이다.

1세대 공항들은 일제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항들이다.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던 시절인 1942년에 김포공항이 완공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은 전후 복구가 끝날 무렵인 1958년 국제노선이 취항하면서부터다.

김해공항은 1940년 완공, 1963년 국제공항으로 승격됐지만 민항기가 취항한 것은 1976년 부산국제공항(현 수영비행장)의 기능을 김해공항으로 이전하면서부터다. 제주공항 역시 일제 강점기인 1942년 완공돼 1946년부터 민항기가 운항을 개시했다. 국제공항으로 승격된 것은 1968년이다.

광주공항은 1948년 완공, 1949년부터 서울행 비행기가 다녔다. 1938년 완공된 군산공항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수요가 늘어나면서 1971년 서울 노선을 취항했다. 1세대 공항의 특징은 김포·김해·제주·군산순으로 개항한 것에서 보듯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점이다.


2세대 공항은 대부분 박정희 정부 때 지어진 것들이다. 1970년 지어진 사천공항은 1969년부터 대한항공 취항 허가가 나 완공과 동시에 운영에 들어갔다. 같은 해 지어진 울산공항과 포항공항도 완공과 동시에 서울행 비행을 시작했다.

여수공항은 1971년 완공돼 1972년부터 서울행 비행기가 다녔고 1978년 군용 비행장으로 완공된 청주공항은 1996년 민항 허가를 받았다. 1975년 군공항으로 만들어진 원주공항은 1997년 확장 공사를 마치고 민항기를 취항했다.

그러나 현재는 수요가 급감해 제주행 비행기 1편만 다니고 있다. 1969년 개항한 목포공항은 2007년 무안공항이 개장하면서 폐쇄됐다. 대구공항은 이승만 정부 때 추진됐지만 박정희 정부 때인 1961년 대구비행장이 완공되면서 동시에 대한항공이 취항했다.

2000년 이후 지어진 공항은 현재 잡음 없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사실상 한 곳도 없다. 특히 1997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추진됐던 경북 울진공항, 전북 김제공항, 전남 무안공항은 2004년 건설 예산의 70%인 4034억 원이 집행된 상태에서 감사원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 재조정을 요구하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김제공항은 착공을 앞두고 예산 배정이 유보된 이후 사업이 중단됐다. 당시 감사원은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경북 예천공항(1989년 개항)의 승객이 줄어 2004년 폐쇄된 사례를 들었다. 전라북도 도청은 “전국에 도청 소재지로서 공항이 없는 곳은 김제밖에 없어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지금도 선거 때면 김제공항은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우는 단골 메뉴다.

경북 울진공항은 1315억 원을 들여 공사의 84%가 완료된 상황에서 2004년 감사원의 사업 재조정 요구로 사실상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10년에야 비행훈련센터로 아예 용도가 변경돼 사용되고 있다. 경북 예천공항의 폐쇄 사례, 포항까지 7번 국도가 확장되면서 포항공항까지 1시간에 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성이 낮다는 것이 용도 변경의 이유였다.

전남 무안공항도 2005년 개장 일정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울진공항의 뒤를 잇는 듯했지만 2007년 11월 국제노선만 취항한 채 개장했다. 무안공항은 원래 노후한 광주공항의 국내선을 대체하고 신규로 국제선을 도입해 서남권 신공항의 역할을 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광주시가 국내선의 무안 이전을 반대하면서 갈등이 싹텄다. 현재 2010년 7월 무안-제주 노선을 추가로 취항한 상태다.

이후 전남과 광주는 시시때때로 공항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전남은 “광주공항의 국내선을 달라”고 요구했고, 광주는 “광주공항에도 국제선을 취항하겠다”며 맞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근 군산공항마저 국제선을 추진하며 광주·전남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동남권 신공항 지어져도 문제

이 사례에 비춰 보면 동남권 신공항이 우여곡절 끝에 밀양이나 가덕도에 지어진다고 하더라도 무안공항의 예를 답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신공항이 지어져도 김해공항이 국내선을 양보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공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전남도는 “국내 환승이 되지 않는 무안공항은 반쪽짜리 공항”이라는 논리로 광주시를 압박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 밀양에 지어진다면 이미 폐쇄된 예천공항이나 중간에 용도가 바뀐 울진공항의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있고 가덕도에 지어진다면 김해공항의 반발로 무안공항처럼 반쪽짜리 공항으로 전락할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방 공항의 난맥상은 사업성을 고려하기보다 선거를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 시작돼 정치 논리로 추진되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지어진 공항들에는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딴 별명이 하나씩 있다.

무안공항은 일명 ‘한화갑 공항’으로 불린다. 김대중 정부 당시 실세로 꼽혔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공항 추진에 앞장서 붙여진 별칭이다. 한 전 대표의 홈페이지에는 ‘무안공항은 내가 유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울진공항은 일명 ‘김중권 공항’으로 불린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김 전 실장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때 폐쇄 논란에 휩싸였던 청주공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었고 현재 폐쇄된 예천공항은 5공 실세였던 유학성 씨가 힘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 공항이 이처럼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이유는 총선·대선을 앞두고 ‘공항은 곧 지역 발전’이라는 논리로 표몰이가 필요했고 이렇게 달아오른 지역 정서가 당선 이후 표로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적자투성이 지방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14개 지방 공항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측은 “우리는 공기업으로서 관리·운영만 할 뿐 국토해양부·지자체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공항 건설을 추진한 지자체가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현재 14개 지방공항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적자 공항의 손실을 김포·제주·김해에서 나는 이익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로서는 정치인이 나서서 수천억 원의 국세를 끌어들여 공항을 짓고 완공 후 적자가 나더라도 책임지지 않으니 지자체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셈이다. 일단 공항을 짓고 보자는 심리가 앞설 수밖에 없다. 적자 공항의 손실을 지자체가 일부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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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1-04-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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