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미래의 우리 집’이다. 모두가 똑같은 형태 속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어릴 적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살 집은 내가 짓겟다”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STEP 1 예산 세우기

내 집짓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다양한 만큼이나 예산도 천차만별이다. 마당의 크기, 방의 개수와 종류, 집의 형태, 창문 크기, 마감재나 설비 수준 등등. 모든 게 ‘비용’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와 바꾼 집’의 저자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와 박인석 명지대 교수는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지은 견실하고 품격을 갖춘 집’의 예산으로 3.3㎡당 460만~480만 원 수준을 제시했다.

이는 건축가들의 ‘작품 주택’ 중에서 비교적 낮은 비용 수준인 3.3㎡당 공사비 650만~750만 원의 60~70% 수준이다. 또 저렴하게 집을 짓는 집장사들의 3.3㎡당 공사비 250만~350만 원의 150% 수준이다.

실제로 국토해양부가 매년 두 차례씩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를 참고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건축비가 나온다. 기본형 건축비는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위해 건축비 원가 산정 기준으로 책정하는 기준이다.

2011년 기준 아파트와 가장 유사한 유형인 고급 연립주택이나 테라스하우스의 기본형 건축비는 지하층 건축비가 ㎡당 71만3000~74만7000원이고 지상층 건축비는 ㎡당 157만3120~164만3520원이다. 지상층 면적의 4분의 1 정도가 지하층이라고 가정하면 평균 공사비는 ㎡당 140만1096~146만4126원이 된다. 이를 3.3㎡로 환산하면 460만 원에서 480만 원 선이 나온다.



STEP 2 땅 구하기

집짓기의 진정한 시작은 땅 구하기부터다. ‘내 집 100배 잘 짓는 법’의 저자 김집 토우 대표는 ‘땅도 집과 같아 터를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발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좋은 집터는 ‘겨울에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같은 지역 같은 동네라도 땅이 잘 얼지 않는 곳이 좋은 집터라는 것이다. 봄·여름·가을엔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에 눈이 현혹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연의 ‘덤’이 없는 겨울에 땅을 찾아야 집터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전원주택은 톨게이트와 가까운 곳이 좋다. 아무리 전원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전원생활이 ‘귀양생활’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이 힘들다면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 용지도 괜찮다. 물론 비용만 충분하다면 시내의 어느 곳이든 관계없지만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 용지를 신규 분양 받으면 비교적 싼값에 좋은 집터를 구할 수 있다. 택지개발지구는 대개 녹지에 둘러싸여 있고 그중 단독주택 용지는 자투리땅이라고 할 수 있는 경계부에 배치돼 있어 대부분 녹지와 가깝다.



STEP 3 설계하기

전문가들은 시공도 중요하지만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웬만한 집은 3개월 정도면 끝나지만 설계에 적어도 6개월은 투자해야 한다. 그 과정은 대략 이렇다. 집을 지으려면 먼저 건축설계사사무소를 찾아야 한다. 건축사와 자기가 짓고 싶은 집과 예산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조언을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건축사가 그린 일차 도면이 나오고 이를 다시 검토한 후 수정할 곳이 있으면 수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완벽한 도면이 나오면 시공자를 선정하고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자가 다시 검토한다.

설계가 중요한 까닭은 요즘의 건축은 모든 일이 도면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현장에 건축주가 있을 필요도 없다.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는 집을 지으려면 도면이 철저해야 한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는 물론이고 건축사의 설계 능력이 건축의 성패를 좌우한다. 건축사는 건축주의 여러 형편을 실제 상황으로 번역하는 중차대한 전문가이며 크고 작은 건축 행정을 사무를 대행해 주고 시공 현장에서 닥치게 되는 어려움을 경험과 지혜로 해결해 주는 전문가이니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우리나라의 형태는 대부분이 아파트다. 이 때문에 건축사들이 다양한 주택을 설계해 본 적이 많지 않다. 그래서 건축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잡지나 인터넷 등에서 많은 자료를 접해 안목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모은 자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자료를 건축사에게 직접 제시해 비슷하게 설계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다.

물론 설계 과정에서 건축비를 줄일 수 있는 팁이 있다. 김집 대표는 “설계도만 뚫어져라 쳐다봐도 건축비의 10% 이상은 절감해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효율적인 수납공간과 적절한 공간 배분, 건물의 높이(단층으로 지으면 복층보다 건축비가 상당히 절감된다)나 지붕의 각 등을 조정함으로써 자재비를 절약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을 짓는 데 건축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의외로’ 지붕이다. 건축비의 30% 정도가 천장과 지붕을 만드는 데 들어간다. 이 때문에 이 부분을 손보면 건축비의 상당액을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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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4 시공하기

시공 과정은 결국 시공 전문가들이 한다. 이 때문에 건축주는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실용적이고 아름다움 집을 짓기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한다. 먼저 외벽 면적을 줄여야 한다.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단열 시공보다 열전달이 일어나는 부위 자체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다. 이는 평면의 가로 세로 치수를 비슷하게 해 평면 깊이를 깊게 만드는 게 유리하다.

또 집의 외부 재료를 선택할 때에는 ‘솔직한 재료’를 쓰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번쩍이는 석재판 등으로 외벽을 감싼 집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유광 타일 등을 외벽에 사용하면 집이 금세 초라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유명 건축가들은 노출 콘크리트나 벽돌·목재 등을 즐겨 사용한다. 외벽에는 자연 재료를 단순 가공해 화려하지 않은 것을 써야 한다.

건축비의 10% 정도는 집 밖에 쓴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즉 담장과 대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집과 동네가 만나는 곳이자 동네 골목의 풍경과 분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참고 도서=‘내 집 100배 잘 짓는 법’, ‘한권으로 읽는 집 이야기(김집 지음, 책만드는토우)’,‘아파트와 바꾼 집(박철수·박인석 지음,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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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