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제주도는 또 하나의 여의도로 바뀌었다. 이유는 한국 금융 투자 업계를 대표하는 30여 개 증권사에 소속된 리서치센터장과 애널리스트 등 8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등 바이사이드(Buy side) 펀드매니저들과 국내의 내로라하는 증권사의 리서치 헤드들이 치열하게 논의한 주제는 하나였다. 바로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들의 치열한 고민과 불꽃 튀는 논쟁을 그대로 소개한다.



발표자 1
윤영목 국민연금 운용전략 실장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말한다]목표 주가 연연한 분석 ‘ NO’… 구조적 변화 짚어줘야
펀드는 여러 가지 형태로 운용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국민연금은 다른 펀드들보다 훨씬 더 장기 투자를 중시한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중시하는 투자가’에 중심을 두고 있다. 반면 애널리스트들이 펴내는 자료의 내용은 주로 단기 모멘텀 중심의 가격 변화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연간 자금 회전율은 61% 정도다. 반면 주요 5대 자산 운용사들의 연간 자금 회전율은 190%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장기 투자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이 높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 특정 종목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여러 가지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기 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11년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175곳, 7% 이상 보유한 기업은 107개, 9% 이상 보유한 기업은 40개에 달한다.

특히 최근의 글로벌 금융 시장은 국민연금이 장기 투자에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다. 즉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에 ‘투자 시계’를 길게 잡아 변동성의 영향을 줄일 필요가 커졌다.

하지만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펴내는 자료는 주로 월별 동향 및 분기 데이터 중심의 단기 전망이다. 반면 산업과 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장기적 시각을 가진 자료는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 반도체 업종에서 84개의 단순 코멘트 자료가 나간다면 구조적 변화를 분석한 자료는 9개에 불과했다. 자동차 업종은 좀 더 이런 경향이 심했다. 139개의 단순 코멘트 자료가 나올 때 구조적 변화를 주목한 자료는 4개에 그쳤다.

실제로 국내 애널리스트의 분석 자료는 12개월 목표 주가를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많다. 불과 1년 후를 전망하는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목표 주가를 자주 변경하는 데 문제점이 있다. 국민연금이 5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가 내놓은 삼성전자 주가 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5차례나 변경됐다. 즉 두 달에 한 번씩은 목표 주가를 바꾼다는 것이다. 실제로 펀드매니저는 목표 주가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유는 이른바 주식을 사고파는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은 애널리스트의 임무가 아니라 펀드매니저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말한다]목표 주가 연연한 분석 ‘ NO’… 구조적 변화 짚어줘야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원하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분석은 어떤 것일까.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면 구조적 분석 리포트의 줄거리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문화 혁명의 시발점이 됐다. 그리고 이 문화 혁명은 한국의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간다. 반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펴내는 리포트는 “2012년 3월 국내 휴대폰 판매량 MS 분석”,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점유율”과 같은 ‘팩트’들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투자 모멘텀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애널리스트들이 분석을 기피해 발간 리포트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금은 긴 투자 시계 때문에 단기 모멘텀이 부족한 업종이나 기업도 지속적인 분석 자료를 읽어야 한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펴내는 자료의 문제점 중 하나로 평가되는 ‘바이(BUY)’ 위주의 리포트는 해가 갈수록 더 늘어난다. 2005년만 해도 전체 리포트 중 ‘바이’ 리포트는 79.8% 정도였다. 하지만 2012년 5월 현재 ‘바이’ 리포트는 무려 92.7%에 달한다. 솔직하게 말해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듯이 한국 주식시장이 그렇게까지 항상 저평가돼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앞서 말한 단기 모멘텀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부족한 것과 함께 산업 사이클상 하락기에 있는 산업 중 리스크가 있는 기업에 대한 분석도 거의 없다. 국민연금은 오히려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향후 추이를 더 궁금해 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아예 발간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애널리스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국민연금의 운용 전략을 설명하면 첫째, ‘전략적 및 전술적 자산 배분’을 중시한다. 즉 막대한 자금을 주식·채권 등 여러 곳에 투자한 뒤 장기 투자를 거치며 투자 자산을 계속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최근 1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및 분기 경제 전망 자료가 230건이나 발간될 때 5년 이상의 중·장기 자산 배분 전략 자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업종 및 기업에 대한 분석 자료 역시 팩트의 나열에 치우쳐 있다. 전체 보고서의 90% 정도가 기존 자료를 정리한 것이며 애널리스트의 분석은 10% 정도다. 국민연금의 펀드매니저들은 이보다 5~10%의 팩트 그리고 90~95%의 전망을 원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분량’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애널리스트들이 이제부터라도 글로벌 투자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 국민연금의 글로벌 투자는 앞으로 보다 확대될 것이다. 2011년 기준 전체 운용액 중 해외 투자의 비중은 13.2%, 20조 원 수준이다. 앞으로 이 비중은 꾸준히 높아져 2014년에는 20.5%, 80조 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직접투자보다 운용사에 운용을 맡기는 위탁 투자의 비중을 늘릴 것이다. 직접투자는 시장 상황을 좇는 패시브 형태로 운용할 것이며 간접투자는 보다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액티브 형태에 주안점을 둘 것이다.

한편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단일 종목에 대한 단순 투자 의견을 가지고 보고서를 계속 생산하기에는 국내 주식시장이 한계에 왔다고 본다. 일례로 국민연금이 투자할 만한 종목이 150여 개 종목 정도라고 본다면 이 종목 간의 비교를 통해 더 나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대 투자’ 의견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 국민연금은 오히려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향후 추이를 더 궁금해 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아예 발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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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 2
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말한다]목표 주가 연연한 분석 ‘ NO’… 구조적 변화 짚어줘야
애널리스트란 어찌 보면 어제 일을 오늘 해석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애널리스트의 중요 업무 중 하나인 이익 전망은 2~3개월 정도 후행한다. 즉 실제 기업의 이익이 떨어지면 그 2~3개월 후에야 컨센서스가 하락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가 분석하는 주식 자산은 최고의 자산이다. 얼마 전 자산 1000억 원 이상을 가진 7명의 투자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실제로 11년 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11만 원에 샀다. 현재 삼성전자의 가치는 10배가 넘게 올랐다.

즉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자료를 분석하는 업무보다 ‘상상력’을 가지고 주식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회계적 지식보다 인문학과 역사 등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쌓고 이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통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때는 통계를 무척 믿었다. 하지만 훌륭한 선배들은 “그 통계는 당신이 강조하는 통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요즘 들어 이 같은 말이 더 와 닿는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들에게 바라고 싶은 점은 보다 큰 구조적 변화를 지적해 달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증권사에서 ‘한국 수출주의 패러다임을 재조명해 보다’는 리포트를 냈다. 이런 리포트는 정말 줄을 그어가면서 읽는 리포트다.

또한 자료를 작성할 때 명확하고 쉽게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 외국의 잡지인 이코노미스트 표지를 보자. 아시아 아줌마의 뒤를 따라 미국의 남성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따라오고 있다. 아시아 소비의 성장을 강조하는 표지다. 또 미국의 한 은행이 전망한 자료의 표지를 보면 양복을 입은 남자가 파티를 마친 뒤 근심에 싸여 있다. 기존 소비 중심의 미국 경제를 꼬집는 일러스트다. 이처럼 애널리스트의 자료는 쉽고 단순하게 쓰는 게 눈에 확 들어온다.

좀 더 실제적으로 들어가 내가 어떤 자료에 좀 더 관심을 갖는지 예를 들어본다. 먼저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의 리포트는 본다. 또 어떤 특정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본다. 다른 대부분의 애널리스트와 다른 견해를 보여주는 리포트도 관심이 간다. 이와 함께 보다 자유롭게 쓴 형태, 이를테면 편지 형태의 리포트 같은 것은 꼭 읽는다. ‘꼭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은 꼭 본다.

사실 애널리스트가 주가 예측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7년여간 주가가 각 증권사들이 내놓은 예상 주가의 범위 내에 들어간 적은 딱 한 번이다. 폭을 넓게 잡아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불가능한 주가 예측보다 지금이 살 때인지 혹은 팔아야 할 때인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주가의 방향성을 맞추는 데 온 힘을 쏟아줬으면 한다.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말한다]목표 주가 연연한 분석 ‘ NO’… 구조적 변화 짚어줘야
“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자료를 분석하는 업무보다 ‘상상력’을 가지고 주식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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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말한다]목표 주가 연연한 분석 ‘ NO’… 구조적 변화 짚어줘야
패널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호진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전략위원회 상무, 김지효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윤영목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 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

토론 참여자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사회자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사회자 두 발표자의 강연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를 부탁한다.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금융업계에서 32년째 일하고 있다. 결론은 주가는 정직하다는 것이다. 주가는 정확하게 기업 이익과 금리를 반영한다. 문제는 이 기업 이익을 제대로 예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너무 단편적으로 시장을 보기 때문인 것 같다. 1980년대 대우경제연구소는 애널리스트들에게 10년 치의 해당 산업 전망을 내라고 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같은 작업들이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물론 문제는 예산이다. 한정된 인원으로 한정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는 산업의 변화를, 또 글로벌 트렌드의 변화를 읽는 기초적인 관점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마디만 하고 싶다. 고객의 눈높이는 높아가는 데 애널리스트는 멈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 한걸음 나갈 때다.

김호진 미래에셋자산운용상무 한국의 애널리스트는 보다 ‘다양성’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모두가 똑같이 생산해 내는 리포트는 가치가 없다. 오히려 독특한 뷰를 가진 리포트가 펀드매니저의 입장에서는 훨씬 매력적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헤지 펀드의 시대에 대응하는 리포트들이 나와 줬으면 한다. 즉 업종 애널리스트라면 비슷한 주가 추이를 가지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롱숏 아이디어 등을 담은 리포트들도 내줬으면 한다. 아울러 다양한 팩트들을 늘어놓기보다 특정 팩트에 대한 깊숙한 분석을 해주는 리포트를 원한다.

사회자 훌륭한 애널리스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애널리스트란 주가를 맞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어떠한 종목에 대해서든 비슷한 잣대를 들이댄다. 즉 주가수익률(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 같은 지표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모든 산업은 그리고 모든 기업은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종목이 왜 상승하는지 그리고 왜 하락하는지에 대한 고민, 즉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 모인 리서치센터장들이 할 일은 그런 통찰을 가진 애널리스트를 보다 많이 탄생시키는 것이다. 양산하듯 찍어내는 애널리스트는 우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애널리스트는 모델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즉 자기가 맡고 있는 기업의 수익을 추정하고 많은 이익을 내는 종목을 발굴하고 이들의 추이를 보아가며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 모델이 성숙해지면 변곡점을 찾을 수 있다. 그 변곡점이라는 것이 주식을 보는 눈을 만들어 준다. 이런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되면 늦건 빠르건 결국 시장의 인정을 받는다. 물론 최근 애널리스트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 가지 고백하고 싶다. 한국전력의 실적을 추정할 때 꽤 자주 예측한 결과와 다른 결과를 받아볼 때가 있다. 돌이켜보면 이는 결과를 예상하고 예측을 짜 맞췄기 때문이었다. 애널리스트란 전망을 하는 데 특정한 의견에 치우치거나 기업공개(IR) 담당자의 말만 듣고 실적을 추정하는 게 그것이다. 조용준 센터장의 말에 동의한다. 좋은 애널리스트는 좋은 모델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덧붙이면 각종 변수를 예리하고 정교하게 짚어내야 한다. 여기에 산업을 보는 좋은 아이디어가 덧붙여지면 금상첨화다. 이와 함께 리서치센터장들이 앞장서 ‘바이’ 일변도의 투자 의견에 대한 해결책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말한다]목표 주가 연연한 분석 ‘ NO’… 구조적 변화 짚어줘야
사회자 이 자리에는 리서치센터장도 있지만 젊은 애널리스트도 있다. 의욕에 찬 신진 애널리스트로서 리서치센터에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지효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젊은 애널리스트는 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욕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애널리스트 간에 업무 영역이 충돌하는 것도 있다. 이때 리서치센터 내에서 시니어들이 나서 공정한 조정을 해주는 게 애널리스트의 의욕을 더 높여줄 것이다. 업무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특정 이슈를 가지고 관련 애널리스트들이 협업 리포트를 내는 작업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이를 테면 셰일가스와 같은 주제는 한 분야의 애널리스트가 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분야의 애널리스트 협업을 통해 시니어 애널리스트의 경험을 배우고 주니어의 역량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협업 작업을 하면 더 많은 의욕이 생겼던 경험이 있다.



사회자 앞서 조병문·조용준·이창목 센터장 등 애널리스트 중 업종 애널리스트를 대표하는 리서치센터장들이 애널리스트들의 견해를 밝혀 줬다. 이번에는 투자 전략 부문을 대표하는 리서치센터장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애널리스트의 속도 경쟁은 ‘인터넷’의 등장이 크다고 본다.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까지 활용해 애널리스트들이 자료나 코멘트를 내는 속도가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여기에 애널리스트의 역할 중 하나인 마케팅이 좀 더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분명 시대적 요구일 것이다. 하지만 애널리스트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요즘에 애널리스트들을 보면 ‘중견’이 없다. 시니어 아니면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이다.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이 재기 발랄함은 당연 높이 평가하지만 이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중견 애널리스트가 부족하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리서치센터장들을 포함한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이 좀 더 발 벗고 나서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를 쏟아낸다. 펀드매니저에게 ‘읽히는 리포트’는 무엇인가.

윤영목 국민연금 운용전략 실장 국민연금의 특성상 5년 이상의 장기적 전망도 필요하다. 이 같은 리포트를 내면 반드시 읽을 것이다. 물론 이런 리포트를 내기 힘든 각 리서치센터의 상황도 충분히 이해는 하고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국민연금 및 여러 자산 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그 같은 요구를 보다 강조해 준다면 아마도 분명 그런 리포트들이 곧 쏟아져 나올 것이다(웃음). 마찬가지로 해외 리포트에 대한 요구도 분명히 밝혀 줬으면 한다.

김호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오성진 센터장의 말처럼 최근의 리포트는 지나치게 속도 중심의 ‘디지털’적이다. 뭔가 투박하더라도 자신의 관점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리포트가 있다면 꼭 읽겠다.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오랜 기간 국민연금에서 일하다가 올 초 리서치센터에 합류했다. 느낀 점은 리서치센터는 ‘지나치게 바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애널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점은 ‘창조성’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한때는 일을 줄여볼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결론은 양보다 질을 높이는 것이다. 사실 비슷비슷한 자료는 시장에 너무 많다. 그래서 좀 더 질을 중시하는 리포트를 써 내는 것을 애널리스트에게 강조한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점은 자산 운용사 등에서 ‘지나치게 많은 리포트’를 써내는 것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주는 것도 고려해 봤으면 한다. 이는 금융 투자 업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자 마지막으로 패널들의 한마디를 듣고 싶다.

윤영목 국민연금 운용전략 실장 펀드매니저가 원하는 것은 애널리스트이지 메신저가 아니다.

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 애널리스트들은 어떤 주제가 됐든 책 한 권 정도는 썼으면 한다. 책을 쓰는 작업은 긴 흐름을 가지고 특정 주제를 관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잘되는 식당의 특징을 말하고 싶다. 잘되는 식당은 가짓수가 적다. 또 맛이 좋다. 이와 함께 가게 문을 연 지가 오래됐다. 좋은 리서치센터는 이런 것이다.

사회자 오늘 나온 이야기를 꼭 우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들에게 이야기하겠다. 다시 한 번 재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김지효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선배들의 고민을 공감했다. 더 좋은 애널리스트가 되도록 하겠다.

김호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잘사는 집과 못사는 집의 차이는 못사는 집은 쓸모없는 살림이 많다는 것이다. 좋은 리포트는 복잡하지 않은 리포트다. 최고의 단순함은 가장 깊은 고민에서 나온다. 한국의 애널리스트들이 단순하지만 멋진 리포트들을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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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PEF 급성장 가능성 커”(사모 투자 펀드)

이번 제주포럼에서는 애널리스트 및 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제원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PEF와 헤지 펀드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가졌다. 이제원 변호사는 국내를 대표하는 사모 펀드 전문가다. 아래는 이제원 변호사의 발표 내용이다.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을 말한다]목표 주가 연연한 분석 ‘ NO’… 구조적 변화 짚어줘야
한국의 투자 펀드는 다양하다. 특히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사모 투자 펀드(PEF)와 헤지 펀드다, PEF는 2004년 후반부터 본격화됐다. 등록 현황을 보면 2011년 180개 정도 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200개가 넘었다. 액수로 보면 30조 원이 넘는다. 헤지 펀드는 작년 말부터 13개 정도였고 현재 17개 정도가 등록됐다. 금액으로 보면 5000억 원 정도 된다. 헤지 펀드는 이제 장기적으로 보면 시작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시장의 우려는 헤지 펀드가 시장의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별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PEF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제한이 없다. 누구나 될 수 있다. 반면 헤지 펀드는 엄격한 제한 요건을 가지고 있다. 물론 PEF는 개인이 직접 한 아직 예가 없다,

PEF는 현재 세 가지 부류다. 첫째, 금융회사가 직접 하는 것이다. 둘째,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PEF를 전담하는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신한PE·우리PE 등이 그것이다. 셋째, 독립된 PEF 하우스다. 기존의 증권사 운용사 출신의 경력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PEF를 운용하는 형태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는 창투사들이 PEF 쪽으로 대거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다. 이유는 경기 침체로 벤처 투자의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또 PEF는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다. 적어도 한 번 투자하면 100억 단위의 투자가 이뤄진다. 반면 벤처캐피털은 여러 군데 쪼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면이 있다. 국내 PEF의 방식은 주로 재무적 투자 중심이다. 이유는 기업을 바이아웃할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바이아웃을 하기 위해서는 그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이를 좋은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서구권 같이 CEO 마켓이 없다. 또 다른 이유는 PEF 운용 기관이 금융 투자사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원금 손실을 참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이런 회사들은 많은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다. 한국 PEF의 특징이다,

이와 함께 우리의 PEF는 설립하기 쉽지만 운용에 제약이 많다. 외국은 이와 반대다. 이에 따라 최근 PEF들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를 많이 한다. 이는 기존 대주주에게 좋은 조건이다. 이유는 대주주의 지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PEF 쪽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선호된다. PEF의 운용과 관련해서는 해외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호텔업 자원 개발. 해외자원개발사업법 해외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PEF의 펀드매니저들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 투자할 때는 제대로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외국 로펌 없이는 할 수 없다. 일례로 2007년 두바이 투자를 하는 업무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 건설 회사의 주가가 10배가 뛰었다. 그러나 사실은 두바이는 토지 소유권의 개념이 없다. 왕토인 것이다. 사용권만 있다. 외국 사람의 투자를 동이나 구별로 정비해 가고 있다. 해외 투자의 어려운 부분이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투자를 받는 나라에서 하는 나라로 바뀌고 있다, 또 투자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펀드 간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PEF 사업 역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헤지 펀드는 당분간 힘들 것 같다. 물론 성장은 꾸준히 이뤄질 것이다. 성장이 당분간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관련 전문가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헤지 펀드는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 상황을 보면 리스크를 지고 투자할 수 있겠지만 일단 자금을 모으는 데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