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싱크탱크 정치·사회 분야 조사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에 이어 2연패했다.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4위에서 2위로 치고 오른 것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복지와 함께 교육정책은 국민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3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4위), 희망제작소(5위) 등 ‘톱5’에 진보적 민간 연구소가 3개나 오른 것도 이번 설문 조사의 특징 중 하나다. 규모는 작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책 연구 기관이다. 국민 보건의료·국민연금·건강보험·사회복지 및 사회정책과 관련된 정책을 다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약진은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데다 고령화 현상으로 은퇴 후 삶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 후보들이 가장 강조하는 공약이 ‘복지’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정치·사회 “보건사회연구원 1위…복지·교육硏 ‘뜬다’”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의 각종 활동이 정부의 복지 정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대외적 영향력’ 항목에서 191점을 얻어 한국교육개발원(143점),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140점), 희망제작소(106점) 등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지난해 4위였던 한국교육개발원은 올해 2위로 두 단계 상승했다. 이 연구소는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싱크탱크다. 1972년 설립 이후 교육과정·교육제도와 복지·교원 전문성 제고 등 국가 교육 발전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교육개혁은 복지와 함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과제다.

더구나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정책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는 사회 분위기가 교육 관련 국내 최대 국책 연구소인 한국교육개발원이 정치·사회 핵심 싱크탱크로 뽑힌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올해 주요 연구 과제를 보면 ‘고교 의무교육 실시의 적합성 분석 연구’, ‘학생의 학교 부적응 진단과 대책’,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대학 및 기업의 파트너십 연구’ 등이 있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정치·사회 “보건사회연구원 1위…복지·교육硏 ‘뜬다’”
3위에 오른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는 국책 연구소가 아닌 민간 연구소로는 가장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1996년 창립한 참여사회연구소는 국내 대표적 시민운동 단체인 참여연대의 부설 연구 기관으로 참여연대의 중·장기 활동 방향을 제시하고 민주 사회의 비전·모델·전략 등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4위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하 새사연)은 2006년 설립 이후 자유무역협정(FTA)·재벌개혁·고용·의료민영화 같은 사회적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새사연은 후원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유료 회원이 871명, 무료 회원을 더하면 7850명이다.

연구 인력은 10여 명으로 소수 정예다.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정태인 원장은 참여정부에서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과 한국학술진흥재단 전문위원으로 일하다가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들어가 국민 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을 지냈다. 그는 대표적인 FTA 반대론자로, 주로 칼럼 등을 통해 한미 FTA와 신자유주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5위인 희망제작소는 2006년 ‘21세기 신실학운동의 산실’을 표방하며 설립된 민간 연구소다. 희망제작소가 주목하는 분야는 지역과 농촌, 소기업과 시니어 등이다. 그동안 중고령 퇴직자, 사회적 공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적 기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촛불 시위 등 주요 이슈를 주제로 국내 및 국제 세미나를 열어 왔다.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희망아카데미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은 물론 지방 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시장학교’나 ‘남양주 시민참여행정 6급 팀장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희망제작소는 투명한 연구소 운영으로도 유명하다. 수입과 지출을 밖에 공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의 임금까지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연구소를 이끄는 박재승 소장은 대한변호사협회장과 통합민주당 공천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10위 내에서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이번에 신규 진입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 등이 눈에 띈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정치·사회 “보건사회연구원 1위…복지·교육硏 ‘뜬다’”
서울대 산하 싱크탱크 건재 과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07년 창립된 싱크탱크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인 최병모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다. 복지 없는 성장, 양극화, 성장 만능주의 등에 반대하며 복지를 통한 성장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단체다.

여의도연구소는 새누리당의 공식 싱크탱크로, 주요 선진국의 정치·정책의 성공 사례 연구와 각종 토론회와 여연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토론회 자료집과 이슈브리프, 여연리서치 등의 자료집도 함께 발간하고 있다.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은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정치외교·경제통상·사회통합 부문에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 2005년 출범했다. 연구소 산하에 정치외교연구센터·경제통상연구센터·사회통합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10위권에서 가장 약진한 싱크탱크는 15위의 국립보건연구원(2011년 27위), 19위의 서울연구원(신규) 등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보건의과학 분야 국가 연구 기관이다. 1945년 9월에 설립된 국립화학연구소를 모태로 1963년 12월 국립방역연구소·국립화학연구소·국립생약시험소를 통합해 국립보건원으로 발족됐다.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4년 1월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되면서 국립보건연구원은 국가 질병 연구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커진다.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립보건연구원의 위상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가 출연한 연구소로, 주택·도시계획 및 설계, 교통, 안전·방재 등 각종 도시문제 해결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산하에 미래사회연구실·시민경제연구실·교통시스템연구실·안전환경연구실·도시공간연구실 등을 두고 있다. 최근 나온 연구 보고서로 ‘서울시 1, 2인 가구 유형별 특성에 따른 주택 정책 방향’, ‘대형 마트 영업 제한의 전통시장 매출 증대에 대한 영향 분석’ 등이 있다.

정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 가운데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소가 유일하게 ‘톱10’에 진입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번(14위)보다 한 계단 올라선 13위에 머물렀다. 통합진보당의 진보정책연구원은 올해 처음 39위에 오르며 명함을 내밀었다.

보수적 정치 성향이 강한 뉴라이트전국엽합은 지난해보다 5계단 떨어진 42위에 그쳤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2010년 11위까지 상승했지만, 현 정부가 끝나가면서 순위가 대폭 떨어졌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9위→16위)도 순위가 크게 밀렸다.

서울대 산하 싱크탱크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26위)·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31위)·서울대법학연구소(35위)·서울대심리과학연구소(38위) 등은 모두 40위권 내에 안착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