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경제의 시대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 시대가 종언을 고한 이후 이념의 자리에 경제가 우뚝 자리를 잡았다. 경제정책을 보고 대통령을 뽑고 모든 논쟁은 경제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안정적인 외교와 굳건한 안보가 없는 경제는 사상누각처럼 불안하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지정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리스크가 분단 상황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은 한국이 안고 있는 외교·안보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의 강자인 미국은 외교 안보 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이동(Pivot to Asia)’하겠다고 선언했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 이후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중국 역시 물러설 기미가 없다.

다가올 2013년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2기가, 중국은 시진핑의 신지도부가 본격 시작한다. 한국으로서는 외교·안보의 전환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외교·안보가 중요한 시대를 맞이한 셈이다.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27개 연구 기관 대상 조사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조사는 국내 27개 연구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대외 영향력, 연구 보고서의 질, 연구 역량 등 총 3부문으로 나눠 채점한 후 이를 종합해 순위를 매겼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통일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세종연구소 등 ‘빅4’가 경합을 벌인 끝에 지난해에 이어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1위를 차지했다.

국립외교원은 외교안보연구원이 전신인 국책 연구 기관이다. 1963년 외교통상부 직속 기관으로 문을 연 국립외교원은 초기에는 외무 공무원의 교육을 담당했다. 1965년 외교 문제에 대한 연구 기능을 보강하면서 외교연구원으로 간판을 바꿨다. 1977년 국제 문제로 연구 분야를 넓히면서 이름을 외교안보연구원으로 다시 변경했고 2012년 3월 급변하는 외교 환경에 적합한 인재 양성 강화를 위해 국립외교원(KNDA: Korea National Diplomatic Academy)으로 재개편했다.

국립외교원 내 조직인 외교안보연구소는 5개 연구부와 2개의 연구센터로 구성돼 있다. 안보통일연구부와 아시아·태평양연구부는 군축 및 비확산 등 국제 안보, 북핵 및 남북관계 등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를 연구한다.

미주연구부는 한미동맹에 대한 연구와 미국 및 중남미 외교 안보 정책 연구를 담당하고 유럽·아프리카연구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 유럽·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정치·경제·국제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통상연구부는 글로벌 거버넌스, 기후변화, 공적개발원조,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정치·경제문제, 인권과 영토 분쟁과 같은 국제법 관련 문제에 대한 연구를 담당한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이 밖에도 중국연구센터와 외교사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두 센터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한중 관계 발전, 외교사 연구의 심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종합 순위 3위에서 한 단계 올라선 2위에 올랐다. 통일연구원은 대외 영향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통일연구원은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던 1991년 문을 열었다. 현재 1실 6센터 1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별도로 감사와 통일정책연구협의회가 있다.

국책 연구 기관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인 통일연구원은 통일 정책과 북한, 국제 관계 등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통일 정책은 2000년대 이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 남북관계를 입체적으로 평가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현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 통일 방안을 수립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주요 과제다. 최근 김정일 유고 이후 북한 정세와 김정은 체제 하의 신엘리트 계층의 관계 분석도 주요 관심사다.

30여 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이 있으며 연구 결과를 ‘북한인권백서’, ‘통일정책연구시리즈’, ‘통일정세분석’ 등의 단행본으로 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 동향’, ‘제2차 샤이오 인권 포럼: 김정은 체제의 북한 인권 문제와 국제 협력’, ‘미국의 대한 핵우산 정책에 관한 연구’ 등의 연구 보고서를 냈다.

3위는 정부 출연 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에 돌아갔다. 한국국방연구원은 1979년 출범한 국방관리연구소가 모태다. 1987년 한국국방연구원법이 제정되면서 독립적인 국방 정책 연구 기관으로 재탄생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매년 100여 개의 연구 보고서를 낼 정도로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유명하다. 연구는 안보 환경 분석, 군사력 건설 방안, 무기 체계 정책, 인적·물적 자원관리 정책, 국방 정보화 방안 등 국방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연구 보고서 외에도 한국국방연구원은 시사 주간지 ‘주간 국방논단’, 국방 전문 학술지인 ‘국방정책연구’, 영문 학술지 ‘코리아 저널 오브 디펜스 애널리시스(Korea Journal of Defense Analysis)’ 등을 출간하고 있다. 매년 10여 차례의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도 한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외교·안보 “외교안보硏 선두…외교·안보 전환기”
동아시아연구원·아산정책연구원 약진

안보·통일·외교 분야 최고의 민간 연구소인 세종연구소는 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정부 출연 기관을 제치고 2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대외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으며 2단계 내려앉았다.

세종연구소는 미얀마 랑군 테러 사태를 계기로 설립됐다. 1983년 재단법인 일해재단이 설립되면서 연구소 설립이 추진됐고 1986년 재단 부설 ‘평화안보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소했다. 같은 해 2월 ‘일해연구소’로 명칭이 변경됐다가 1996년 9월 재단법인 세종재단 부설 세종연구소로 재편됐다.

1999년 이후 한반도 안보 정책을 다루는 안보전략연구실, 대북 정책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연구하는 통일전략연구실, 4대강에 대한 기초 연구와 정책 연구를 병행하는 지역연구실, 국제사회의 정치 경제적 이슈를 분석하는 국제정치경제연구실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 외부 전문 인력을 연구 사업에 참여시키는 객원 연구위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를 보완하고 전문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빅4’의 뒤를 이어 동아시아연구원·국가안보전략연구소·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아산정책연구원·제주평화연구원 등이 10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2단계 상승하며 10권에 이름을 올린 아산정책연구원은 새누리당 중진인 정몽준 의원이 명예 이사장으로 있다. 정몽준 의원이 2008년 설립해 한승주 전 장관이 1대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 이사장은 이인호 전 러시아 주재대사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김대중평화센터는 18위에 랭크됐다. 지난해에 비해 3단계 올라선 순위다. 김대중평화센터는 1994년 출범한 ‘아태민주지도자회의’가 모태다. 2006년 김대중평화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 학술회의,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외교·안보 “외교안보硏 선두…외교·안보 전환기”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