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934호 (2013년 10월 21일)

[창간 18주년 특집IV] 벤처 생태계 파워 플랫폼 D캠프를 가다

신개념 협업 공간…‘창업 메카’로 뜬다

2012년 2월에 창업한 업사이클링 기업 ‘삼사라’는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와 한약 찌꺼기를 이용해 지렁이 분변토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이다. 용인에 공장을 갖고 있지만 서울 강남 한복판인 선릉 주변에도 둥지를 틀었다. 설립 2년 차로 매출 5000만 원을 올리는 신생 벤처기업이 강남에 사무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벤처 생태계의 플랫폼’을 자처하며 설립된 D캠프가 있어 아무 비용 없이 사무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단지 사무 공간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제 막 시장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기 시작한 삼사라는 마케팅, 영업, 판로 확보, 제품 연구·개발, 더 나아가 해외 진출까지 계획하면서 각 과정마다 과제를 안고 있었다. 창업자인 박건태 대표와 직원 4명이 밤낮 발로 뛰지만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D캠프에 입주한 이후 든든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D캠프에서는 예비 창업자, 벤처기업, 엔젤 투자자, 벤처 업계 대부 등 멘토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어렵지 않게 협업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삼사라는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를 D캠프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습득했고 제조업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인드를 벤처 업계의 대부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에게 직접 배울 수 있었다.

삼사라의 박 대표는 1주일에 절반은 선릉의 D캠프에서, 나머지 3~4일은 용인 공장을 오간다. 용인 공장에서는 생산 관리만 할 뿐 D캠프 사무 공간에서 제품 실험, 전략회의, 외부 미팅, 영업 등을 한다. 박 대표는 “D캠프는 언제나 창업자들이 모여 분주한 생동감이 넘치는 분위기”라며 “특히 이곳에는 아이디어가 독특한 벤처들도 많이 있어 분야는 다르지만 많이 배우기도 하고 스타트업의 동향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공동 작업실’이란 신개념 도입
D캠프는 올해 3월에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문을 연 창업 생태계의 허브 공간이다. 각 기관과 대학 등에 창업지원센터는 수없이 많지만 이와 다른 개념의 공간이 바로 D캠프다.‘공동 작업실(co-working space)’이라는 해외 벤처인 사이에는 널리 퍼졌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도입된 개념을 적극 반영한 곳이 D캠프다. 최근 신축된 감각 있는 건물에 3개 층을 이용하는 D캠프는 마치 대학 도서관 같기도 하고 여느 회사의 사무 공간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1명, 혹은 2~3명으로 구성된 벤처 회사가 여럿 입주해 책상과 시설을 각자 이용하고 있다. 입주한 기업들은 단지 사무 공간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벤처 노하우와 정보도 공유한다. 이곳에는 웹디자이너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 쉽게 옆자리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탁 트인 공간을 확보한 4층 협업 공간에는 노트북을 두고 뭔가 골똘히 연구하고 있는 창업자들이 책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미팅 룸과 카페에서는 외부 관계자와 진지하게 미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D캠프의 회원으로 인증받기만 하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D캠프 오픈 이후인 4월 393명이었던 이용자는 9월 1142명으로 급증했다. 5층에는 10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각 입주 공간마다 한쪽 벽 전체에 화이트보드가 있어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순서도 등이 그려져 있고 외국인 동업자를 비롯해 이곳에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6층은 다목적 홀과 회의실이 있어 각종 프레젠테이션이나 입주 기업을 위한 교육 행사가 활발히 열린다. 6층과 연결된 넓은 옥상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네트워킹을 위한 바비큐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D캠프의 이용료는 없다. 전국은행연합회 회원사 20개 은행에서 출자해 3년간 5000억 원을 조성해 이곳을 열어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입주 스타트업은 D캠프라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무형적으로 얻는 것은 훨씬 많다. 이곳은 소위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요람 같은 곳이다. D캠프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월만 해도 총 46건의 벤처 지원 행사가 열렸다.



D캠프에는 매주 목요일 국내외 벤처 선배들이 멘토링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D캠프는 100여 명이 넘는 업계 최고의 멘토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매달 열리는 D데이 행사는 스타트업들의 공식 데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벤처 투자자 및 시장 전문가 패널을 초청해 스타트업의 사업성과 투자 여부를 평가한다. 행사마다 100~150명이 모일 정도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또한 D파티는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네트워킹 행사다. 매번 파티 호스트를 바꿔 다양한 주제로 파티를 열면 입주자뿐만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음식을 나누며 교류한다. 파티 참석자에게는 4가지 색깔의 고무 팔찌가 주어진다. 스타트업 대표, 마케팅 담당 등 기획자는 초록색, 벤처 투자자는 주황색, 디자이너는 노란색, 기술 개발자는 파란색으로 구분돼 있어 파티 중 서로의 분야를 알게 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 발 더 나아가 D글로벌 행사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이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최근 열린 SXSW와 같은 글로벌 벤처 행사에 국내 스타트업이 현장 부스를 차리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알릴 수 있도록 D캠프가 지원한다.



벤처 생태계의 대표성 띠게 돼
최근 D캠프의 양분을 양껏 흡수하고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마일 패밀리’, ‘센텐스랩’ 등의 스타트업이 이곳을 명예 졸업하고 시장을 향해 당당히 홀로 독립해 나갔다. 모바일 자료 정리 앱을 내놓은 센텐스랩은 올해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 행사에서 톱 10 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구글코리아가 지원하는 K스타트업 1기 지원 기업으로 투자받아 최근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D캠프가 문을 연 지 6개월 조금 넘었지만 어느덧 한국 벤처 생태계의 대표성을 지닌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0월 14일에는 이스라엘을 최고 창업 국가로 키운 ‘창업의 구루’로 불리는 사울 싱어가 D캠프를 다녀갔다. 강연 차 내한한 싱어가 한국 벤처 업계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는 전언이다. 또한 세계 500개 스타트업과 연계하고 있는 스타트업 미디어의 차세대 주자 보위 가이가 한국의 창업 생태계 현황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D캠프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편 글로벌 창업 경진대회 시드스타월드(SeedStars World)의 서울 대회 파트너로 D캠프가 선정됐다. 시드스타월드는 9개월간 세계 19개 도시에서 예선을 거쳐 벤처들이 역량을 겨뤄 국가당 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2014년 상반기에 스위스에서 열리는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할 자격을 준다. 우승자는 투자 지분,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 참가 기회, 광고 및 서비스 호스팅 등의 상이 주어진다.

최근 정부 기관과 기업들의 창업지원센터들은 D캠프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앱 비즈니스가 가능해진 것과 같이 D캠프와 같은 공동 작업실이 창업지원센터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창업지원센터의 하향식 교육, 자금 지원, 정량적·보편적 지원 시스템을 넘어 D캠프가 추구하는 하의상달식(bottom up) 방식 멘토링, 인적·물적 네트워크 제공, 파트너십 등으로 벤처 지원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서울 시내에 D캠프와 같은 공동 작업실이 적어도 10개는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D캠프의 재단은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Startup Nations Summit)’에 올해 처음 참석해 내년 대회의 한국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은 각국 창업 생태계를 이끄는 정부 및 민간의 대표들이 모여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찾는 글로벌 창업계의 정상회담과 같은 행사다. D캠프 측은 이번 해외 창업 관련 대표와의 교류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공동 작업실(co-working space)’은 해외 벤처인 사이에는 널리 퍼졌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도입된 개념으로, 이를 적극 반영한 곳이 D캠프다.


인터뷰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캠프 센터장

“한국형 벤처 생태계의 플랫폼 만들었죠”

언론인 출신 이나리 D캠프 센터장은 벤처 공동체 개념을 앞서 도입한 ‘코업’의 양석원 대표와 D캠프란 벤처 생태계의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이 센터장은 “D캠프는 하나의 창업 지원 플레이어가 아니라 열린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창업자·투자자·멘토 등이 모두 이곳에서 다양한 가치를 생성해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 이라며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 창업지원센터와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국내 창업지원센터는 3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 기존 창업지원센터는 사무실을 제공하는 역할이 중요했다. 하지만 벤처가 모인 공간에서 제대로 된 멘토링, 네트워킹, 협업, 아이디어 지식 공유, 재창조를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D캠프란 공간을 만들었다. 위치도 벤처 간 협업과 네트워크를 하기 좋은 테헤란로 인근으로 정했다. 네트워킹을 위해 넓고 탁 트인 공간도 필요했고 주차 시설과 대중교통 이용도 용이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D캠프를 조성했다.

D캠프의 콘셉트를 설명한다면.
D캠프는 벤처 생태계의 허브이자 플랫폼이다. 벤처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들고 100여 개의 파트너를 통해 교육과 투자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말하자면 우리는 하나의 판을 만들고 모두가 들어와 이곳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힘든 점이나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벤처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시간의 문제가 있다. 실리콘밸리는 3~4대에 걸친 역사를 갖고 있다. 할아버지가 했던 창업으로 쌓은 부를 기반으로 후세가 혁신 기업을 만드는 등 두터운 시간의 더께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인 후 불과 15~20년 역사를 갖고 있을 뿐이다. 아직 조급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전 세계의 창업 생태계를 둘러보며 ‘우리는 왜 안 될까’ 생각했다. 그리고 국내에도 상호 협력형 벤처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정부는 치열한 경쟁끝에 살아남은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장기간에 걸쳐 지원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벤처 정책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D캠프가 지향하는 벤처 생태계의 모습은….

미국 실리콘밸리는 IT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배경이 되는 산업이 없다. 내수 시장도 작고 산업 베이스가 없어 혁신 기술을 판매하는 벤처가 발달됐다. 그래서 특허 거래가 활성화돼 있고 미국 시장과 연계한 네트워크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북유럽 쪽은 사회적 기업 벤처가 많고 영국은 패션·디자인 제조업 중심 벤처가 발달됐다. 즉 각 나라마다 벤처 발달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꼭 실리콘밸리처럼 가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제조업 베이스를 갖고 있고 인프라와 IT 환경이 좋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우리나라 산업을 이끄는 동시에 다양한 산업 속에 들어가 혁신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즉, ICT가 전체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벤처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가 이러한 융합을 만들고 성공하고 다시 투자되며 돈을 버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제 전통 제조업도 벤처의 혁신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맞았다. 대기업도 개방적인 자세를 갖고 벤처의 혁신으로 재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벤처 창업은 한국 산업을 굴러가게 하는 가장 큰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벤처의 에너지가 대기업에도 흘러가고 모든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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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3-10-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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