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MBA 2단계 하락…동국대·인하대 자리 바꿔

[고려대 MBA 왜 강한가_설문 조사 결과 분석] 고려대 종합 1위, 서울대·연세대 맹추격
2006년 ‘한국형 MBA’가 출범한 지 이제 8년이 됐다. 졸업생은 국내외 기업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은 한국형 MBA 인재를 이미 상당수 채용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한경비즈니스가 국내 200대 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물었다. 어느 MBA가 전문성, 국제화, 발전 가능성, 조직 융화력을 갖추고 있고 채용할 때 어느 MBA 출신을 선호하느냐고. 그리고 올해는 진학 추천 항목을 추가해 총 6개 항목에 대해 조사했다.


톱 3 박빙…조직 융화력 부문이 승부수
설문 조사 결과 고려대 MBA가 총점 3281점을 얻어 지난해 평가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서울대 MBA(3201점)·연세대 MBA(3130점)·카이스트 MBA(2738점)·성균관대 MBA(2458점)가 뒤를 이어 톱 5를 구성했다. 고려대는 올해도 1위를 지켜냈지만 상위권에서는 경쟁이 치열했고 올해 조사에서 순위 변동이 있었다. 지난해 2위였던 카이스트가 4위로 처지면서 서울대와 연세대가 한 단계씩 상승했다. 점수 차는 아슬아슬하다. 1위 고려대와 2위 서울대는 불과 80점 차, 2위 서울대와 3위 연세대는 71점 차밖에 나지 않는다. 즉, 박빙의 승부로 내년 조사에서는 1, 2, 3순위가 또 뒤집힐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고려대 MBA 왜 강한가_설문 조사 결과 분석] 고려대 종합 1위, 서울대·연세대 맹추격
항목별로 보면 6개 부문 중 고려대는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나머지 5개 부문에서는 2, 3위에 올랐다. 고려대는 각 항목별로 골고루 상위권에 올라 종합 1위를 거머쥘 수 있었다.

반면 종합 2위 서울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서울대는 전문성, 채용 선호도, 발전 가능성, 진학 추천 등 4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 4위에 올라 종합 1위 자리를 아쉽게 놓쳤다. 종합 3위 연세대는 국제화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전문성, 채용 선호도,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 2위, 발전 가능성과 진학 추천 부문에서 3위에 랭크됐다. 3개 대학의 MBA는 국내 대표 대학인 만큼 직장인, 기업 실무자, 외국인 학생들이 기업에서의 실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트랙을 만들고 이론보다 실무 중심형 교육에 주력하며 글로벌 기업의 사례 중심으로 강의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순위 변동이 가장 컸던 종합 4위 카이스트는 주춤한 모양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국제화, 전문성, 발전 가능성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2위에 올랐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4위에 올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 8위를 기록, 순위 하락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종합 5위 성균관대는 5개 항목에서 모두 5위에 올랐고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는 고려대와 연세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성균관대는 100% 영어 강의인 SKK GSB를 필두로 최근 국제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강-한양-중앙’ 순위 안착
6~8위권은 서강대 MBA(2109점)·한양대 MBA(1751점)·중앙대 MBA(1441점) 순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였다. 점수 차도 358점 차, 310점 차로 큰 편이다. 종합 6위 서강대는 5개 항목에서 6위를 차지했고 조직 융화력 부문 점수만 5위로 높았다. 서강대는 2013년도 상반기 야간 MBA의 경쟁률이 4.36 대 1을 기록, 한국형 MBA 중 가장 높을 정도로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종합 7위 한양대는 조직 융화력 부문 6위, 나머지는 모두 7위에 자리했다. 한양대는 공대가 강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컨버전스 경영 MBA’ 등 특성화에 최근 주력하고 있다. 종합 8위 중앙대는 학부뿐만 아니라 경영 교육에서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곳이다. 중앙대는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 7위, 나머지 부문에서는 8위에 올랐다. 중앙대의 글로벌 MBA는 2013년 상반기 경쟁률이 3.5 대 1로 주간 MBA 중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9~12위권 그룹에서 이화여대 MBA (880점)·건국대 MBA(553점)는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그리고 동국대 MBA(499점)는 인하대를 제치고 한단계 상승했다. 종합 9위 이화여대는 모든 항목에서 9위에 올랐다. 종합 10위 건국대와 11위 동국대는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만 서로 자리를 바꿨을 뿐 나머지 항목 순위는 종합 순위와 일치했다.

종합 12위 인하대 MBA(430점), 13위 숙명여대 MBA(314점), 14위 전남대 MBA(220점)는 각자 독특한 특성화 교육으로 무장한 MBA다. 인하대는 재단이 한진그룹인 만큼 물류 MBA로 전문화했고 숙명여대 역시 경영학과 서비스를 융합해 레저·관광·요리 등을 집중해 소수정예로 교육하고 있다. 유일한 지방 소재의 전남대는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MBA 모집 인원은 총 1107명으로, 2561명이 지원해 평균 2.3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국형 MBA 전체 경쟁률은 2009년 상반기 3.55 대 1로 최고점을 찍은 후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다. 국내 지원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국내 MBA는 처음부터 ‘글로벌 경영 교육’을 지향하고 설립된 만큼 최근 외국인 학생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MBA의 경쟁력은 글로벌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MBA는 외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영어 강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형 MBA 46개 과정 중 44개 과정(2013년 상반기 기준)에 영어 강의 교과목이 개설돼 95.6% 비중을 차지했다. 불과 1년 전인 2012년 상반기 76.7%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영어 강의 교과목 중 11개 주간 과정(풀타임)과 2개 야간·주말과정(파트타임)은 100% 영어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는 외국인 교수가 각각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외국인 재학생 비율은 숙명여대가 30%로 가장 높았고 서울대가 20.7%로 그 뒤를 이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