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신종균·윤부근 ’ 트리오, 연봉 1~3위 싹쓸이

한경비즈니스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30대 그룹 계열사, 주요 금융사의 5억 원 이상 연봉자를 조사했다. 총 347명에 달했고 그들의 평균 연봉은 12억8336만 원에 달했다. 즉,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에 다니는 고위 경영진이라면 약 13억 원의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오너 경영인이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서 최고 연봉자들은 더욱 빛을 발했다. 삼성그룹은 전문 경영인 중 ‘연봉 스타’ 1, 2, 3위를 모두 배출했다. 전문 경영인 중 최고 연봉자는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으로, 67억7300만 원을 지난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지난해 급여 17억8800만 원, 상여 20억3400만 원 외 기타 근로소득 29억5100만 원을 수령했다. 권 부회장은 샐러리맨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다. 권 부회장은 서울대와 카이스트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과의 인연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작됐다. 이후 권 부회장은 1987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문에서 4메가 D램을 개발해냈다. 1997년 시스템LSI 사업부로 자리를 옮긴 권 부회장은 다른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던 시스템LSI 사업부를 2002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으로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려놓는 것을 시작으로 비메모리 부문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냈다. 능력을 인정받은 권 부회장은 이후 2008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과 삼성전자 DS총괄 사장·부회장을 거쳐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에까지 올라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로 불리게 됐다.
[샐러리맨 신화는 살아 있다_전문 경영자 연봉 순위] 샐러리맨 성공 신화 무대 된 삼성전자
전문 경영인 연봉 2위 역시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사장의 연봉은 62억1300만 원이다. 하지만 이 액수는 지난해 1, 2월 대표이사직에 오르기 전의 월급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신 사장의 스토리는 권 부회장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신 대표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석·박사 학위를 받지도 않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인하공업전문대를 다니다 광운대 전자공학과에 편입했다. 졸업 후 에코전자·맥슨전자에 근무하다가 경력 사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신 사장을 설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갤럭시 S 시리즈 신화를 일궈 낸 이야기다. 화려한 스펙은 없지만 오로지 성실성과 열정·끈기로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수장이 됐다. “갤럭시 S를 개발하기 위해 3일(72시간)을 한숨도 안 잤다”고 밝힌 신 사장은 스스로를 “독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갤럭시 S 시리즈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1위의 스마트폰 제조사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인 윤부근 사장은 총 50억8900만 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신 사장이 갤럭시의 신화라면 윤 사장은 삼성 TV의 신화다. 삼성 TV를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1위로 올려놓은 주역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삼성 TV는 세계시장에서 소니 등 일본 기업에 밀려 저가 브랜드일 뿐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는 전사적으로 TV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팀장이었던 윤 사장이 진두지휘했다. 이후 2006년부터 삼성전자는 ‘세계 TV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윤 사장은 2012년부터 소비자 가전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2015년까지 글로벌 가전 시장 1위를 노리고 있다.


하영구 회장, 28억 원으로 금융권 1위
삼성전자 3인방에 이어 4위는 하병호 현대백화점 전 대표가 차지했다. 하 전 대표는 지난해 퇴직금 30억4000만 원을 포함해 총 44억9900만 원을 수령했다. 그가 2009년 취임 이후 현대백화점은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 전 대표의 재임 기간 중 평균 영업이익률이 20%를 훌쩍 넘길 정도로 탄탄한 수익 구조를 자랑했다. 큰 폭의 이익률을 기록하면서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백화점 매장을 정기적으로 둘러보는 ‘커닝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 전 대표는 지난 1월 사장직을 떠나 현재 현대백화점 상근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5위는 삼성물산의 정연주 전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퇴직금 10억5300만 원을 포함해 총 44억7000만 원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지난해 2월 고문으로 물러났다. 그는 해외 영업 강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해외 신수종 사업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글로벌 기업 GE에서 활약한 최치훈 사장을 영입하면서 물러나게 됐다.

한편 금융권 최고 연봉은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으로 총 28억8700만 원을 받았다. 하 회장의 연봉은 국내 금융그룹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실적이 반 토막 났고 구조조정을 반복하는 가운데 하 회장의 높은 연봉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돋보기
그룹 오너 연봉 1위 ‘최태원 회장’
[샐러리맨 신화는 살아 있다_전문 경영자 연봉 순위] 샐러리맨 성공 신화 무대 된 삼성전자
대기업 오너 경영자는 그룹 내 여러 계열사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한경비즈니스가 집계한 30대 그룹 5억 원 이상 연봉자 중 2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연봉을 받는 경영인은 모두 오너 경영자였다.

오너 경영자 중 최고 연봉을 받은 이는 최태원 SK 회장으로, 4개 계열사 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총 301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기업 총수 1위 연봉에 오른 최 회장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어 2위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140억 원), 3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31억2000만 원), 4위 최창원 SK건설 부회장(96억4700만 원), 5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78억32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계열사의 등기 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해 연봉 공개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도 계열사의 등기 이사직을 맡지 않아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 내에서는 유일하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연봉이 30억 원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배당금을 포함해 소득 순위 1위는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09년 경영 복귀 후 연봉을 전혀 받지 않고 있지만 1000억 원대가 훌쩍 넘는 배당금 수입만으로 10대 그룹 오너 중 실질적인 소득 랭킹 1위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