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몰 등 개장 효과도 기대 못 미쳐…대형 빌딩 공급으로 빈 사무실 늘어

[여의도의 눈물] 식당 매출 30% ‘뚝’…공실률도 ‘쑥쑥’
지난 6월 10일 오후 7시 이후 금융사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역 주변을 둘러봤다. 동여의도 상권으로 구분되는 이곳은 증권거래소·MBC방송국·IFC서울 일대로 서울의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 중 하나다. 여느 오피스 상권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는 직장인을 위한 각종 상업 시설이 모여 있다.

여의도 상권은 예전 같으면 삼삼오오 모여 식사와 술 한잔하는 사람들, 단체 회식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중요한 저녁 미팅 건으로 분주한 움직임 등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저녁 여의도 상점가의 풍경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퇴근자들이 물밀 듯이 여의도를 빠져나간 후 이 지역의 상점에 들어가 봤다. 증권거래소 건너편 한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Y 한식당에 가보니 저녁 먹는 손님 테이블이 불과 한 곳이었다. 종업원에게 “요즘 장사 어떠냐”고 물으니 대답 대신 한숨을 짓는다. 종업원은 “이렇게 안 좋을 때가 없었다”며 “작년 이맘때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연말 특수는커녕 손님이 크게 줄기 시작해 올 상반기 세월호 침몰 사건 여파까지 겹쳐 저녁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그는 “저녁 시간에 끼니를 때우는 손님 몇 명만 있을 뿐 단체 손님은 거의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점심때는 북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에는 점심시간에도 이곳 직장인들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공원에서 먹는 이들이 많다”며 “점심 장사도 시원치 않다”고 말했다.


요일 특수·단체손님 동시에 사라져
여의도 같은 오피스 상권은 ‘혼잡한 평일, 조용한 주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주5일 혹은 토요일 저녁 전까지 5.5일이 성업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월·목·금이 평일 중에서도 손님이 몰리는 요일이라고 업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요일 특수도 사라진 지 오래고 평일 장사에서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 Y 식당은 지난해만 해도 토요일 3시까지 식당을 열었는데 최근에는 주말 장사는 아예 접었다. Y 식당에 따르면 최근에 영업이 안 돼 아예 식당을 내놓은 곳도 있고 내놓아도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자리를 옮겨 인근 H 호프집에 들렀다. 이곳 입구에는 ‘해피 아워’ 현수막을 큼직하게 붙여 놓았다. 6월 동안 7시 이전에 입장하면 20% 할인, 7~9시까지 10% 할인, 단체 예약은 시간 상관없이 무조건 10% 할인이라고 적혀 있다. 호프집 주인에게 해피아워에 대해 물으니 “수익이 크게 줄지만 아예 손님이 없는 것보다 낫다”며 Y 식당과 마찬가지로 “단체 손님은 보기 힘들고 그냥 요즘에는 저녁에 조용할 뿐”이라고 말한다. 인근 고급 레스토랑과 사우나, 유흥주점 등을 돌아봐도 모두 비슷한 대답이 이어졌다.

여의도역 주변 상권은 마포 및 영등포와 연계해 강북 최대의 오피스 상권 중 하나로 평가돼 왔다. 인근에 금융사, 대기업 본사, 방송국 등이 자리해 주거 인구보다 직장 인구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점심과 저녁 손님이 많다. 수요보다 음식점 수가 턱없이 부족해 고정적인 매출이 확보되던 곳이어서 상가 매물도 고가에 거래된다.

여의도 상권이 과거에 비해 철퇴를 맞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금융사의 구조조정 및 침체된 분위기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가 씀씀이를 줄이다 보니 여의도 주변 상권도 울상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지난 연말부터 회식을 아예 없애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이 때문에 평소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었던 음식점에도 요즘에는 자리가 남아돌 정도다.

증권사도 영업 업무가 많기 때문에 각 파트별 회식 및 고객과의 접대가 많아 여의도와 마포 일대에서 법인카드 사용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은 비용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W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공식 지침은 아니지만 각 부서별로 그동안 쓰던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회식은 수개월간 갖지 않고 있으며 영업을 위한 고객과의 미팅만 최소한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의 상가와 오피스는 한때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바뀌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를 깎아 주는 곳도 여러 곳이다. 여의도 오피스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IFC 빌딩이 새로 문을 열고 대형 공급이 이뤄지면서다. 또한 최근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증권업계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도 오피스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은행권도 마찬가지로 KB국민은행이 올해 여의도중앙지점 등 52개 지점을, 신한은행이 동여의도금융센터·여의도자이 등 49개 지점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곳의 지점을, 씨티은행도 서여의도 등 12개 지점을 폐쇄했다.


여의도 공실률 22.9%로 서울 최고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각 지역별 오피스 공실률 조사에서 여의도 지역 공실률이 22.9%로 가장 높았다. 서울 평균 공실률은 12.4%, 도심 지역은 9.7%, 강남권역이 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여의도 권역에서 원(One) IFC 빌딩이 100% 임대를 달성하고 투(Two) IFC빌딩도 공실률이 하락했지만 스리(Three) IFC 빌딩은 전체 면적이 공실인 데다 지난해 들어선 전경련회관도 공실률이 여전히 44%에 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여의도 MBC 맞은편 69층짜리 초고층 빌딩 파크원까지 준공되면 향후 여의도 오피스 시장은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만성적인 초과 공급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파크원은 2007년 6월 첫삽을 떴지만 사업 부지를 보유한 통일교 재단과 이 땅을 빌려 쓰기로 한 시행사 간에 갈등의 골이 커지며 3년째 공사를 멈춘 상태다. 최근 통일교재단과 시행사 간의 소송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만간 파크원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의도의 눈물] 식당 매출 30% ‘뚝’…공실률도 ‘쑥쑥’
대형 빌딩 외에도 특히 임대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소형 빌딩은 오피스뿐만 아니라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중소형 빌딩은 상가용으로도 주로 쓰이는데 여의도 일대 상권이 주춤하면서 이마저 하향세다.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이 늘면서 오피스 임대료 상승 폭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여의도 오피스 빌딩의 3.3㎡당 명목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5만357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명목 임대료 5만2816원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지만 한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를 감안한 실질 임대료는 오히려 하향세다. 여의도 빌딩들은 1년에 평균적으로 2~3개월 정도 렌트 프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 공급과잉과 공실률 증가에 따라 계약 조건이 점차 임차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레 여의도 빌딩 주인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의도의 IFC 등 대형 빌딩 건설은 호재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여의도 일대 금융사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IFC몰의 개장 효과도 주변 상권 형성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여의도 상권의 시름이 깊어 가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